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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세라핌은 2022년 데뷔와 동시에 큰 관심을 받았다. 데뷔 음반 ‘피어리스(FEARLESS)’ 이후2번째 미니앨범 ‘안티프래자일(ANTIFRAGILE)’, 정규 1집 ‘언포기븐(UNFORGIVEN)’ 등 내놓는 앨범마다 성공을 거둬 4세대 걸그룹 중 단연 돋보이는 성장세를 보여줬다.
지난해는 미국 최대 음악 페스티벌 ‘코첼라 벨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y Music and Arts Festival, 이하 ‘코첼라’)에 초청돼 글로벌 인기를 과시했다. 하지만 빛나는 성과는 동시에 뜻하지 않은 결과도 낳았다. 데뷔 후 처음으로 대형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르세라핌은 페이스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고 공연의 완성도에 아쉬움을 남기면서 위기를 맞았다.
르세라핌은 ‘코첼라’ 종료 후인 2024년 8월 많은 이들의 날카로운 시선 속에서 컴백했다. 다섯 멤버는 미니 4집 ‘크레이지(CRAZY)’를 선보이는 쇼케이스에서 “큰 야외 페스티벌은 처음이어서 저희도 모르게 흥분도 많이 하고 페이스 조절을 못 했던 것 같다. 앞으로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저희의 과제라고 생각한다”라며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발전을 약속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줬다.
르세라핌의 각오는 말뿐만이 아니었다. 실제로 이들은 대학 축제, 연말 특별 무대, 시상식 등에서 안정된 라이브 무대를 선보였다. 그러나 르세라핌의 무대에는 유난히 엄격한 잣대가 들이대졌다. 어느 순간 르세라핌이 비판이 아닌 비난의 대상이 되어 무차별적으로 소비된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뉴진스와 어도어의 분쟁 사이에서 나온 허위 사실들이 사실로 둔갑하면서 팀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히는 악재까지 겹쳤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크레이지(CRAZY)’는 르세라핌에게 상승의 날개를 달았다. 객관적 지표상 분명한 대성공이었다. 온라인에서 부각된 부정적 반응과 반대되는 기류가 주요 차트에서 감지됐다. 이 음반은 미국 음악 전문 매체 빌보드의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 진입했고, 타이틀곡은 메인 송차트 ‘핫 100’에 이름을 올리는 등 세계 음악시장의 중심인 미국에서 인정받았다. 또한 스포티파이 등 해외 유명 차트에서 장기 흥행 가도를 달렸으며 지난해 8월 발매된 곡이 약 5개월 만인 올 1월 역주행하며 다시 인기를 끌었다.
지난 3월 발매한 5번째 미니앨범 ‘핫(HOT)’은 말 그대로 핫했다. 르세라핌은 이 음반을 ‘빌보드 200’ 9위에 올리며, 4개 앨범을 연속해서 해당 차트 ‘톱 10’에 진입시킨 유일한 4세대 K팝 걸그룹이 되었다. 또한 멜론과 지니 일간 차트 순위는 발매 당일(3월 14일 자) 대비 최고 성적 기준 각자 69, 79계단씩 상승할 정도로 가파른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 벅스 일간 차트(4월 1일 자) 3위를 기록했고, 애플뮤직 한국 ‘오늘의 톱 100’(3월 24-25일 자)에서는 블랙핑크 제니 뒤를 이어 2위까지 찍으면서 제대로 반등에 성공했다.
르세라핌의 불꽃이 다시 타오른 바탕에는 이들의 진정성이 있었다. 특히 ‘핫(HOT)’은 결말을 알 수 없을지라도 사랑하는 것을 위해 모두 불태우겠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곡이다. 얼핏 들으면 단순한 남녀 간의 사랑처럼 들리지만 곱씹어 보면 어려움 속에서도 나를 응원해 준 사람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것을 위해 전부를 바치겠다는 각오가 느껴진다. 르세라핌이 묵묵히 견뎌온 지난 1년간의 시간 덕분인지 이들의 노랫말은 더욱 진실되게 다가온다.
데뷔 초부터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래를 선보였고 이 점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면서 인기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러 논란을 겪으면서 팀의 정체성이던 ‘자신들의 이야기’가 잊혔지만 ‘핫(HOT)’을 계기로 르세라핌이 어떤 음악을 하는 그룹인지 다시금 인지되기 시작했다. 그런 의미에서 ‘핫(HOT)’은 르세라핌이 어떤 시간을 지나, 어떤 마음가짐에 이르렀는지 알려주는 노래다.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듯 르세라핌은 시련을 겪고 더욱 굳건해졌다. 자신들이 무대 위에서 불러왔던 노래처럼 ‘피어리스(FEARLESS)’한 태도로 ‘안티프래자일(ANTIFRAGILE)’한 그룹이 된 르세라핌의 ‘핫(HOT)’한 행보에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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