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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부터 부품까지…인텔, 모듈형 노트북 설계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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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텔의 한 고위 임원은 인텔이 노트북 설계에 더 많은 모듈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PC 제조업체는 설계에 더 큰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고, 소비자는 노트북의 특정 부품을 교체하거나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인텔 인도 대표이자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 부사장인 고쿨 수브라마니암은 최근 2~3세대에 걸친 인텔의 노트북 설계에 모듈성이 더욱 강화됐다고 밝혔다. 에이수스나 에이서 같은 기업이 대대적인 재설계 없이도 다양한 버전의 노트북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개념은 모듈형 설계다. 데스크톱 PC는 이 원칙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으며, 제조업체나 소비자 모두가 하드 드라이브나 광학 드라이브를 손쉽게 교체하거나, 최근 PC에서는 M.2 슬롯의 SSD를 직접 분리하고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반면 노트북은 전통적으로 ‘닫힌 상자’처럼 여겨져 왔고, 내부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 자체가 일부 제품에서만 제공하는 귀한 특징이었다.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제는 모듈형 설계의 시대라는 것이다. PC 제조업체는 하나의 제품을 바탕으로 다양한 버전을 손쉽게 생산할 수 있고 고장 난 부품도 빠르고 비교적 저렴하게 교체할 수 있다. 소비자 역시 자신이 원하는 주변 기기나 기능을 PC에 선택적으로 탑재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


프레임워크 노트북 Chris Hoffman / Foundry

프레임워크 노트북 Chris Hoffman / Foundry


대표적인 모듈형 PC 제조업체 프레임워크(Framework)는 이를 하나의 비즈니스 기회로 보고 있다. 프레임워크의 노트북과 최근 발표된 프레임워크 데스크톱은 모듈형 부품을 적용해 예를 들어 USB-C 포트를 USB-A 포트로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수브라마니암도 기자들과의 짧은 인터뷰에서 모듈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와 유사한 예시를 언급했다.


수브라마니암은 인텔이 시스템, 보드, 부품 수준에서 PC의 모듈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중 시스템과 보드 수준의 개선은 노트북 제조업체에 직접적인 혜택을 줄 수 있다. 시스템 수준에서 인텔은 파트너사와 함께 16인치 듀얼 팬 노트북과 14인치 싱글 팬 노트북 모두에 적용할 수 있는 메인보드를 공동 설계하고 있다. 이런 방식이라면 제조사는 크기가 다른 노트북을 조립할 때 동일한 메인보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In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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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은 또한 노트북 메인보드를 분할해 2개, 3개 또는 그 이상으로 나뉜 여러 개의 PCB로 구성해 이들을 케이블이나 커넥터로 연결하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핵심은 사용자에게 부품 메뉴를 제공해 원하는 기능을 선택해 조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PC 제조업체는 무선 모듈이 탑재된 개별 카드나 작은 도터보드(daughterboard)를 간단히 연결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구성할 수 있다. 수브라마니암은 이런 모듈형 설계에서 핵심 요소 중 하나로 M.2 모듈을 꼽았다. M.2는 제조사나 소비자가 기능이나 부품을 손쉽게 교체할 수 있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사용자 수준의 모듈성도 있다. 사용자가 직접 교체할 수 있는 SSD가 대표적인 예로, 현재는 일부 제조업체만 이를 허용한다. 사용자가 노트북 내부에 접근할 수 있는지는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 운동에서도 핵심 쟁점이다. 이와 관련해 프레임워크 제품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값비싼 부품이 아닌 단순한 주변 포트까지도 손쉽게 교체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수브라마니암은 “가장 중요한 점은 최종 사용자의 요구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심사도 다양하고, 사용자마다 필요로 하는 바가 제각각이다. 어떤 사용자는 노트북의 기본 카메라에 만족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더 나은 화질을 원할 수 있다. 이런 경우 굳이 고급 외장 웹캠을 새로 구입하지 않고도 카메라만 교체할 수 있다면 훨씬 더 유용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인텔의 새로운 접근 방식에 단점이 있다면 소비자보다는 PC 제조업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수브라마니암은 I/O 모듈을 교체할 수 있는 새로운 레퍼런스 디자인을 제시하지 않았다. 오픈소스 기반 서버 설계 프로젝트로 1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오픈 컴퓨트 프로젝트(Open Compute Project)’와 같은 소비자 중심의 개방형 설계 모델도 존재하지 않는다.


요약하자면, 인텔은 “모듈형 컴퓨팅은 긍정적”이라는 입장이다. 인텔은 노트북을 더 표준화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고객사와 함께 방향을 모색하며 점진적으로 접근해 나가고 있다. 다만 수브라마니암은 인텔이나 PC 업계가 프레임워크처럼 노트북을 열고 메인보드를 교체할 수 있는 세상을 지향하고 있다는 뉘앙스는 내비치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나 에이서 스위프트 같은 제품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In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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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형 PC 설계는 여러 흥미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I/O 포트를 손쉽게 교체하거나 업그레이드하고, 심지어 메인보드나 CPU 전체를 교체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런 유연성을 구현하려면 노트북이 더 두꺼워져야 할까? 직접 설계가 아닌 조립 중심의 생산 방식으로 전환되더라도 PC 제조업체들이 모듈형 설계가 주는 이점을 받아들일까? 모두 유의미한 질문이지만, 그 답은 시간을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다.


인텔이 모듈형 설계를 지지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인텔과 PC 업계 전체가 이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Mark Hachman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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