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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속 유가 하락에 숨 돌린 수입물가…"소비재엔 '산불'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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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물가 두 달 연속 감소세, 전월 대비 0.4%↓
환율 0.8% 오르는 동안 두바이유 7% 하락
"美 관세의 물가 영향은 아직…예측 힘든 상황"
한국일보

국제유가 하락으로 전국 주유소 휘발유가 10주 연속 하락한 이달 13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가 리터당 1,569원에 판매되고 있다. 뉴스1


원·달러 환율의 고공비행에도 국제유가 하락으로 지난달 수입물가가 소폭 하락했다. 다만 산불과 이상저온 등에 따라 국내 농수산품의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어 소비자물가가 떨어질지는 불투명하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3월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원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143.04(2020년=100)로 전월 대비 0.4% 감소했다. 2월(-1.0%)에 이어 두 달 연속 내림세다. 광산품을 중심으로 원재료 가격이 전월보다 3.3% 내려간 영향이 컸다. 1차금속제품과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등을 포함한 중간재는 0.7% 상승했고, 자본재 및 소비재 역시 각각 1.6%, 0.9% 올랐다. 세부 품목별로는 원유(-6.2%), 나프타(-3.9%), 프로판가스(-2.4%), 천연가스(-1.3%) 등 유류 관련 품목의 내림폭이 두드러졌다.

국제유가 하락이 수입물가를 끌어내렸다. 원·달러 평균 환율(1,456.95원)이 전월보다 0.8% 상승하는 동안,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7.0% 떨어진 결과다. 지난달 두바이유 월평균 가격은 배럴당 72.49달러로 집계됐다. 환율 효과를 제외한 계약통화기준으로 수입물가를 보면 전월 대비 하락폭이 1.4%까지 확대된다.

수입물가 하락이 소비자물가까지 이어질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국내 생산품 가격 동향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이문희 한은 경제통계1국 물가통계팀장은 "석유화학 제품 가격은 떨어질 수 있으나, 최근 산불이나 이상저온 등 기상 여건이 농수산물과 외식·서비스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소비자물가 흐름을 예측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줄줄이 가격이 오르고 있는 가공식품도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수출물가는 유가보다 환율의 영향이 컸다. 지난달 수출물가지수는 135.00으로 전월 대비 0.3% 상승 전환했다. 냉동수산물(2.7%)을 중심으로 농림수산품이 1.6% 올랐고, 플래시메모리(6.1%)와 전동기(5.7%), 동정련품(5.1%) 등 공산품도 0.3% 상승했다. 한 단위의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나타내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달러 기준)는 1년 전보다 0.8% 상승한 92.53으로 21개월 연속 개선됐다. 수입 가격(-3.2%)이 수출 가격(-2.4%)보다 더 크게 하락하면서 교역조건이 나아졌다.

글로벌 경제를 흔들고 있는 미국 관세정책의 물가 영향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이 팀장은 "미국 정책의 불확실성이 크고 상하방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돼 향후 국가 간 협상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