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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협상, 한덕수가 결론짓는 게 맞나 [4월16일 뉴스뷰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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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5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자동차 산업 현장방문차 광주 기아 오토랜드 광주공장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총리실 제공


오늘(4.16) 신문 1면에는 △관세협상 서두르는 미국(4곳) △추경 12조 증액(3곳) △국민의힘·민주당 경선 돌입(3곳) 등이 주요하게 보도됐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하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논설실장이 6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비교하며, 오늘의 뉴스와 뷰스(관점·views)를 전합니다. 월~금요일 평일 아침 9시30분,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① 차이의 발견 : 관세협상 서두르는 미국



② Now and Then : Never ending story(416 가족, 2015)







① 차이의 발견





# 미국이 서두르는 ‘관세협상’



- ‘관세전쟁’을 벌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일본·인도·영국·호주 등 5개국을 최우선 협상국으로 삼았습니다.



- 당장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다음주 미국 방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그런데 이렇게 서두르는 게 미국과 한국 중 어느 쪽의 국익에 더 우선하게 되는 걸까요?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1. ‘선착순’ 외치는 미국



- 트럼프 미 행정부는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품목별 관세’와 개별 국가에 각각 부과하는 ‘상호관세’, 2가지로 지금 ‘관세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 한국은 상호관세 25%는 7월9일까지 90일간 유예됐지만, 현재 10% 기본관세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또 이미 25%가 부과된 철강과 자동차의 품목별 관세 외에 5월3일에는 자동차 부품, 그리고 아직 발표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반도체와 의약품 등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14일(현지시각)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지난주 베트남, 수요일(16일)에는 일본, 다음주에는 한국’과의 협상이 있다며, “가장 먼저 협상에 나서는 사람이 최고의 합의(first mover advantage)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특히 한국과 일본 등 주요 교역국들과의 협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참여할 것이라고 합니다.



- ‘관세 전쟁’으로 국내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릴 위기에 처한 트럼프 쪽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라도 협상을 타결해 이를 벗어나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한·일을 묶어 경쟁시키려는 모습도 보입니다. 전반적으로 트럼프의 다급함이 읽힙니다.



- 아르헨티나를 방문 중인 베선트 장관은 상대국에 “최고의 제안을 가져오라고 하고 있다. ‘당신이 뭘 가져왔는지 보고 거기서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먼저 패를 보이라’는 것인데, 아무리 미국이지만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이렇게 대놓고 ‘불평등 협상’을 하자고 해도 되는 건가요?





2. 한국도 덩달아 “빨리 빨리” 맞장구쳐도 되나?



- 한국 정부도 연일 빠른 협상을 강조합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4일 경제안보전략태스크포스 회의에서 “모든 분야에서 한·미가 협상 체계를 갖추고, 빠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내용을 도출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 상황이 여유로운 건 아닙니다. 우리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에 4월3일부터 25% 관세라는 날벼락을 맞았고, 또다른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도 대기중입니다. 또 FTA로 사실상 무관세를 적용받던 우리 수출품에 현재 10% 관세가 부과됐고, 또 비록 유예가 되긴 했지만 7월9일에는 25% 관세 부과가 예정돼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중국처럼 ‘우리도 미국 수입품에 25% 관세 부과하겠다’고 목소리를 높힐 수도 없는 처지입니다.



- 문제는 트럼프가 수시로 관세 수치를 왔다갔다 하는 등 자고나면 상황이 달라져 제대로 된 협상이 될 수 있느냐는 우려입니다. 트럼프는 14일에도 다음달 3일 25%로 발효될 예정인 자동차 부품 관세에 대해 ‘유예’를 언급하고 나섰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관세정책이 확정됐느냐다. 골대가 계속 움직이는데 볼이 어디를 겨냥하도록 놔둘지를 정할 수는 없다. 미국이 뭘 하겠다는 건지, 뭘 원하는지를 알아내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김양희 대구대 교수, 경제학)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상호관세 대상은 한국의 지난해 수출액 기준으로 1315억달러 중 42%인 556억달러 가량 됩니다. 그런데 반도체·자동차·철강·전자제품 등 우리 주력 수출 상품들은 상호관세 대상이 아닌 ‘보편 관세’ 대상입니다. 따라서 개별 국가 간 협상으로 세율을 낮춘다 하더라도, 자동차·철강·반도체 등 수출액의 절반을 넘는 주력 수출품에 대한 관세는 그대로가 되는 것입니다.



- 따라서 한국 입장에서는 ‘상호 관세’도 중요하지만, 비슷한 처지에 있는 나라들과 협력하고 공동대응을 논의하는 것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어쩌면 미국은 이를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 지금 ’각개격파’ 전략을 서두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일기도 합니다.





3. 알래스카 리스크까지



- 여기에 한국은 추가적인 부담이 더 있습니다. 알래스카 LNG 개발 건입니다.



- 한국가스공사는 어제 알래스카 주정부 쪽과 화상회의를 했습니다.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자동차가 (관세 문제에서)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이 사업 참여는)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자동차는 품목별 보편관세인데,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서만 예외를 적용해 주는 게 아니라면, 자동차 관세가 내려가면 그 혜택은 대미 자동차 수출국 모두가 혜택을 보게 될텐데, 독일 등 다른 나라들도 알래스카에 투자를 하는 건가요?



- 이명박 정부에서 이미 확인됐듯이 ‘자원 개발’은 원래 도박과 같은 것입니다. 실패 가능성이 훨씬 더 높고, 다만 하나가 성공하면 그간의 실패를 다 만회하고도 남는 성격이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중하지만 하지 않을 수는 없는 그런 성격의 것입니다. 알래스카 LNG가 어느 정도의 투자 가치가 있는지를 제대로 살피기도 전에, 비경제적 요인과 다른 부문의 이득을 위해 지렛대로 활용한다는 건 손익계산서를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약 1300㎞ 길이의 파이프라인과 수출 터미널 등의 설치에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 사업에 착수해도 차차기 정부에 가서야 천연가스 공급이 이뤄질 수 있고, 그때 에너지 시장 상황이 어떻게 될지에 따라 수익성이 판명될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다 돈을 내는 건 아니겠지만, 사업비가 440억달러(약 63조원)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업은 최초로 석유가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50년 동안 논의만 이뤄졌습니다. 트럼프 1기 때도 추진했지만 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50일도 채 남지 않은 권한대행 정부가 결정을 해도 되는 걸까요?



- 한덕수 권한대행은 지난 14일 4차 경제안보전략태스크포스 회의에서 “하루 이틀 사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 관련 한·미 간 화상 회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내용을 도출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은 개발비만 57조원으로 추정됩니다. 그동안 세계적 에너지 회사들도 경제성 문제로 포기한 사업입니다.



- 그런데 베선트 장관은 지난 8일 미 언론 인터뷰에서 알래스카 석유·천연가스 개발 사업을 언급하며 “일본과 아마도 한국, 대만이 많은 자금을 제공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에 관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4. 일본은 어떻게 하나?



- 일본도 미국과 본격적인 양자 협상에 돌입합니다. 조기 성과를 계획하고 있지만, 미국이 요구하는 알래스카 개발 참여에는 현실성을 따져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입장입니다.



-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16일 미국으로 가 베선트 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협상에 들어갑니다.



“미국 정부에 상호 관세 재검토를 강력히 요구하고, 일-미 간 담당 장관들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면서 조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15일 정례브리핑)



- 트럼프가 세계 57개국을 상호관세 부과 대상으로 삼은 가운데 일본이 가장 빠른 속도로 관세 조정 협상국이 됐습니다. 그러니 한국 정부도 조급함이 이는 게 무리도 아닐 것입니다.



- 일본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출국 하루 전까지 집권여당인 자민당 관련 대책본부에 참석해 당내 의견도 검토하고, 비슷한 처지의 영국, 싱가포르 총리 등과 전화 회담을 통해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이번 미-일 협상에서 비관세 장벽이나 환율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 한국 입장에서는 일본과 ‘선착순’ 경쟁을 벌일 게 아니라, 오히려 일본의 진행 과정을 보면서 대응을 다듬는 게 더 필요한 전략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14일 “서두르면 일을 망친다. 차근차근 타협하면서 교섭이 이뤄지면 된다는 방침이 바람직하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의 메시지와는 다소 차이가 보입니다.





5. ‘한덕수 리스크’



- 의구심은 이겁니다. ‘한덕수 차출론’이 끊이지 않는 지금, 혹여나 한 대행이 오는 7월9일 25% 상호관세가 예정된 것을, 조만간 15% 또는 현재의 10% 정도로 낮추고, 이를 ‘성과’로 포장하는 등 대선 출마 발판에 이용하려는 건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또 설령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이완규 헌법재판관 지명에서 보듯 한 대행은 이미 윤석열 정부의 연장임을 스스로 부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마지막 총리로서, 비록 물러날 때 물러나더라도, ’그래도 이것 하나는 해놓고 간다’는 사명감이 앞서는 경우입니다.



- 그러나 나라의 성과는 국민 입장에선 ‘누가’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정권은 달라지더라도, 국가와 국민은 그대로입니다. ‘나의 업적’이나 ‘우리 정부’의 성과를 위해, 우리 스스로 시간에 쫓겨서는 가뜩이나 미국과의 협상인데, 다리에 돌을 묶고 강을 건너려는 것이나 같습니다.



- 그래서 한 대행은 메시지 관리에서부터 ‘신속하게’라는 말을 전략적으로라도(국내정치가 아닌, 협상 차원) 삼가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또 모르겠으나, 현재 상황은 ‘대행 정부’가 서두른다고 하면 국민들은 더욱 불안해 집니다.





6. 사설



한겨레 = 빨라진 관세 협상, 최종 결정은 차기 정부가 내려야



경향 = 한덕수의 관세 협상 속도전, 치적 쌓으려 국익 손상 없어야



한국 = 한국에 우선 협상 카드 내민 미국… 졸속 경계해야



동아 = 美 "먼저 하면 이득" … 서둘다 '원스톱 쇼핑' 당하는 일 없어야



중앙 =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협상, 신중 또 신중할 필요



조선 = 관세 협상 첫 대상 된 한국, 민주당도 원 팀 돼야



- 사설 제목만 봐도, 조선일보만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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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Now and Then








최근 인기리에 막을 내린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보면, 어릴 때 사고로 숨진 막내 아들을 부모가 삶의 마지막까지 잊지 못한 채 가슴에 맺혀있는 것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상상할 수도 없는 고통이겠습니다만, 어쩌면 당연한 것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할머니는 우리 나이로 104살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명절에 가족들이 모이면 문득문득 제게는 삼촌이 되었을, 50~60년 전 병으로 7살에 숨진 둘째 아들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별 얘기도 아닙니다. 그저 장난치고 엄한 아버지(제게는 할아버지)께 꾸지람 듣고 엄마 치마 폭 부여잡고 울던 아이 이야기, 열병 나서 새벽녘에 아이 들쳐업고 의원에게 달려갔던 일들을 마치 어제 일어난 일처럼 이야기 하곤 했습니다. 워낙 종종 듣던 이야기라 들을 때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습니다. 할머니 돌아가시고 나서야, 그게 어떤 기억일지 어렴풋이 느껴지곤 합니다. 얼마나 아프고, 얼마나 사무치게 보고 싶었을까요. 처음(?)엔 헛것이 보였다고 했으니까요.



오늘이 세월호 11주기 입니다. ‘또 세월호냐?’라는 말은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누군가에는 흐르지 않는 세월이 있을 것이고, 늘 어제일로 기억될 것입니다.



오늘 영상은 416 가족들과 이웃들이 세월호 1주기 때 함께 부른 부활의 ‘Never Ending Story’(2002)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Okre8CVOXc



(*일부 포털에서는 유튜브 영상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시려면, 한겨레 홈페이지로 오시기를 권합니다. 기사 제목 아래 ‘기사 원문’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끝)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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