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만을’ 바라보지 않는 투자사가 ‘수익만’ 바라봐도 쉽지 않은 시장에서 만들어가는 투자 방법론은?
수익·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임팩트 투자 이해도 넓혀온 지난 10년의 결론… ‘10년 더 해 볼만 하다’
AI 대전환의 시대, 차별 받거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보완하는 기술에 주목
[편집자주]
국내·외 상황이 엄중하지만, 혁신을 향해 달리는 스타트업의 시계는 멈춤이 없다. 지속되는 불확실성과 반복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이전에 없었던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꿈을 향해 승부수를 띄우는 스타트업들에게 AC(액셀러레이터)와 VC(벤처캐피탈)의 조언과 지원은 큰 힘이 된다. 즉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이들은 혁신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에 테크42는 2025년 연중 기획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저마다의 사명감과 보람을 가지고 활약하고 있는 혁신의 촉매자들(Catalysts of Innovation)을 만난다.
수년 간 이어져 오고 있는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의 상황은 올해 더욱 혹독해지는 듯한 분위기다. 국내외 정치적 이슈와 맞물린 경기침체 여파가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휘몰아치며 스타트업은 물론 그들을 지원하는 투자사들의 고민 역시 깊게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사의 관점은 당연하게도 ‘수익창출 가능성’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시장 상황이 호의적인 시기,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에 주목했던 것과 달리 즉시적인 매출이나 사업 성과에 주목하는 투자 트렌드의 변화는 이를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타트업 생태계의 일익(一翼)을 담당하는 임팩트 투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수익에만 집중해도 쉽지 않은 투자의 세계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목표까지 충족하는 투자라는 것이 과연 지속가능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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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혹독하다고 회자되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그 어려운 조건을 충족해 나가며 성과를 만들어 나가는 임팩트 투자사들이 적지 않다. 그 중 하나가 HGI(에이치지이니셔티브)다.
HGI는 임팩트 투자에 대한 정의조차 생소했던 지난 2014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의 아들인 정경선 의장이 설립했다. 그렇게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주제로 시작된 HGI의 여정은 지난해 10주년을 맞이했다.
그 사이 HGI가 투자한 스타트업들 중에는 의미 있는 도약과 성장을 거둔 곳도 있고, 여전히 고군분투하며 성과를 만들어 나가는 곳도 있다. 다양한 투자의 여정 속에 얻은 경험을 토대로 HGI는 임팩트 투자의 측정, 평가, 관리에 필요한 고유의 방법론을 만들어가며 올해 새로운 10년을 위한 발걸음을 내 딛고 있다. 시대의 격랑이 더욱 거세지는 상황 속에서도 고유의 철학을 유지하며 흔들림 없이 방향타를 잡고 가는 HGI의 리더, 남보현 대표를 만났다.
혹한의 시기, ‘수익만’ 바라보지 않는 투자사가 만들어 낸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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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GI의 변함없는 화두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다. 지난해 HGI의 AUM(운용자산) 규모는 본 계정 포함 1000억원을 넘었다. 올해는 모태펀드 출자사업 선정을 통해 100억원 이상 결성을 앞두고 있는 ‘인구활력 펀드’와 서울시 출자사업 선정을 통해 6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하는 ‘약자동행 펀드’, 300억원 규모를 목표로 하는 데모테크 펀드 등을 합해 AUM 150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HGI는 크게 ‘People’ ‘Planet’ ‘Community’로 투자 테마를 분류하고 있으며, 이들 테마의 앞 부분에는 공통적으로 ‘지속가능한(Sustainable)’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지속가능성의 대상인 ‘사람’과 관련된 투자 영역으로는 바이오·헬스케어와 양질의 일자리, 소상공인, 교육과 돌봄 등이 있으며 투자 비중(2024년 기준)으로 58%가 이에 해당한다. 또 다른 대상인 ‘지구(환경)’과 관련된 투자로는 클린에너지, 친환경 솔루션, 지속가능한 농업과 식량이 20%를 차지하며, 사람 간의 지속가능한 관계 측면에서의 ‘커뮤니티’ 투자로는 포용적 금융과 디지털 전환, 주거와 안전, 라이프스타일과 콘텐츠 다양성 영역 등이 있다.
테크42와 마주한 남보현 대표는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시대에 HGI가 마주한 지난 10주년의 순간을 “수익만을 바라보지 않은 투자사가 수익만 바라봐도 쉽지 않은 혹한기의 시장에서 앞으로 만들어 갈 결과에 대한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가능성을 확인한 시기”라고 돌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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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전반적인 경기도 어려웠고, 투자사와 스타트업 모두 힘든 시기였어요. 그런 상황에서 10주년을 맞이하면서 ‘현 시점에서 지속가능 투자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고,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가져야 하며,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저 스스로 그리고 동료 및 이해관계자들과 납득할 수 있도록 치열하게 반문하고 답하는 과정을 거쳤죠. 그러한 고민과 논의의 과정이 지난해 가장 의미 있는 성과였다고 생각합니다. 고민의 결과는 ‘다음 10년, 더 해 볼만 하다’였어요(웃음).”
그러면서 남 대표는 다시금 지난 10년의 기억을 “임팩트 투자자로서 자본 시장의 견고한 편견과 마주하고 있는 ‘임팩트’라는 단어에 대한 관념 자체와 끊임없이 경쟁해 온 시간”이라고도 했다. 그 과정에서 HGI의 관심은 인구 구조의 변화, 지역 격차 문제, 기술 양극화 문제 등으로 더욱 깊어졌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다행스러운 점은 ‘임팩트 투자를 통해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인식을 대내외적으로 확인시켰다는 것이다. 남 대표는 이를 ‘오로지 수익만 바라보던 시장에 작은 틈 하나를 만들어 낸 것’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기업의 역할은 사회와 경제의 건강한 성장을 동반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는 과정속에 저희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제 임팩트 투자사가 수많은 사람들의 자산으로 이뤄진 펀드의 자본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선량한 관리자이자, 다음 세대가 살아갈 사회의 건강성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투자를 한다는 인식은 자리잡았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 임팩트 섹터에서 유니콘과 같은 레퍼런스는 나오지 않나’라는 질문 역시 계속 받고 있죠. 하지만 임팩트 투자는 VC(벤처 캐피탈) 전체의 업력과 그들이 자라온 시간에 비해 아직 그만큼 시도해 보지 않은 것들이 많아요. 그럼에도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빠르게 무르익어 왔다고 봅니다.”
임팩트 투자로 유니콘 기업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남 대표의 말을 들으며 스타트업이 성장 과정에서 가치를 상실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이 떠올랐다. 최근 몇 년 사이 이른바 ‘유니콘으로 등극한’ 몇몇 스타트업에서 벌어지는 불공정과 부당행위 등의 이슈다. 초기 나름의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성장을 추구했던 이들은 사업 조직과 규모가 커지는 속도에 반비례해 초심을 잃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와 관련 남 대표는 ‘임팩트 투자사의 역할’을 언급했다.
“사회적 가치 추구는 이해관계자에 대한 사회적 가치 외에도, 자기 검열적인 기능을 통해 스스로 건강한 기업이 되도록 만듭니다. 이런 관점의 투자가 바로 ‘지속가능한 투자’의 의미라고 볼 수 있고요. 임팩트 투자자들은 재무적 성과 외에도 비재무적 성과 및 경영 철학을 깊게 확인하고 관리해 나가기에 윤리의식과 준법정신 측면에서도 함께 검증하고 초심을 잃지 않게 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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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대표의 ‘지속가능한 투자’는 크게 두 가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하나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기업 자체가 건강한 성장을 이어가도록 하는 것이다. 당연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현실에서는 돈만 된다면 단기적인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자격이 되지 않는 기업을 상장시키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 과정에서 거버넌스나 비즈니스 모델, 이해관계자의 지속적인 성장은 저해된다. 나머지 하나는 이해관계자들에게 더 좋은 가치를 주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남 대표는 이 과정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첫 번째는 사실 모든 투자자가 추구하는 것입니다. 기업 스스로 건강한 성장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죠. 두 번째 경우는 기업만이 아니라 이해관계자들과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사회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거죠. 임팩트 투자사는 전 과정에서 계속 스타트업과 함께하며 옆에서 지켜보고 견인하고 커뮤니케이션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요. 아무리 좋은 보석이라도 주머니에서 꺼내지 않으면 모르듯,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표현하지 않으면 모르거든요. 가령 지역경제 활성화와 자활사업의 성장을 이끌어 가는 식자재마트 디지털 전환 기업 ‘애즈위메이크’와 같이 훌륭한 포트폴리오사가 있는데요. 이러한 가치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다면 외부에서는 그 가치를 충분히 알 수가 없겠죠. 그런 측면에서 재무적, 사회적 가치에 대해 함께 커뮤니케이션을 계속 해 나가면서 기업의 성장을 돕는 것도 임팩트 유니콘을 만드는데 정말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비스 기획자는 어떻게 임팩트 투자자가 됐을까?
남 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가 HGI에 합류하기 이전 어떤 경험을 거쳤는지 궁금해졌다. 학부에서 광고홍보학을, 대학원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전공한 남 대표는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그녀에게 부여된 역할은 싸이월드의 메인 페이지를 운영하고 기획하는 것이었다. 남 대표는 당시를 “단순히 숫자만이 아니라, 그 뒤에 숨겨져 있는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는 트레이닝을 받은 시기”라고 떠올렸다. 작은 기능 하나를 바꿀 때도 사용성이나 클릭 수 보다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 것이지를 사전에 고려하고 예측해야 한다는 것을 깊게 배웠다.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은 등대지기와 같다는 선배들의 이야기가 특히 와 닿았어요. 이용자 입장에서 있는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는 존재지만, 실상 망망대해 같은 인터넷 서비스에서 빛을 비춰 사람들에게 길을 제시하는 역할이라는 거죠. 당시만 해도 싸이월드는 전 국민이 이용하는 서비스였고, 기능 하나 콘텐츠 하나가 어떻게 제시되는지에 따라 사람들의 행태를 바꿀 수 있었으니까요. 이후로 저는 제 진로를 정할 때 내가 하는 일이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늘 생각하며 선택을 하게 됐죠.”
그러한 깨달음 이후 그녀의 행보는 LG전자 연구소로 이어졌다. 플랫폼을 넘어 하드웨어와 디바이스의 영역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영향을 미치는지가 궁금했다. 그러나 ‘왜 이 기획을 해야 하며, 누구에게 어떤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가’까지 충분히 고민하며 일에 접근하기에는 어려운 시스템라고 여겼고, 커리어 전환을 고민하던 차에 운명처럼 행복나눔재단을 통해 임팩트 분야에 입문하게 됐다.
“서비스든 디바이스든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려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런 차에 행복나눔재단에서 사회적기업사업단이 만들어졌고, 망설임 없이 지원했죠. 이후 임팩트투자TF에 들어가 투자를 경험하며 본격적으로 투자자로서의 업무를 하게 됐어요.”
임팩트 기업을 찾고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그간 풀지 못했던 그녀의 오랜 갈증을 단번에 해소했다. 일을 하면 할수록 욕심이 났고 기업들과 소통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그녀의 다음 경로가 HGI가 된 것은 당시 초기 스타트업이었던 ‘두손컴퍼니(현 두핸즈)’에 투자 제안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행복나눔재단에 있을 때 처음 두손컴퍼니를 알게 됐어요. 꼭 투자를 하고 싶은 회사였죠. 그런데 막상 제안을 하니 이미 다른 곳에서 투자를 받았다는 거예요. 그곳이 HGI였고, ‘좋은 회사 투자 기회를 빼앗아 간 곳’ 정도로 인지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난 후에 두손컴퍼니 대표님께서 HGI에서 투자 심사역으로 합류할 사람을 찾고 있다고 귀뜸을 해 주시더군요. 두손컴퍼니를 알아본 회사라면 믿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던 차여서 그렇게 당시 정경선 대표님을 만나게 됐어요. 이미 성수동에서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임팩트를 설립하셨고, 바닥에서부터 임팩트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며 시작하신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진정성에 공감해 빠르게 합류를 결정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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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남 대표는 2016년 투자 팀장으로 HGI에 합류 이후 2020년 대표로 취임해 HGI만의 임팩트 투자 가이드 라인을 설계하고 안착시키는 일에 몰두했다. 남 대표는 대표직을 처음 제안받을 당시를 떠올리며 “당시 펀드에만 집중하는 벤처투자회사로 본격 전환되는 상황이었다”며 말을 이어갔다.
“당시 HGI는 막 투자사로 전환되며 역량을 키워 나가야 할 시점이었어요. 당시 정경선 대표님은 향후 큰 규모의 펀드가 조성되었을 때 임팩트를 잘 지켜나가며 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적임자를 찾던 상황이었고, 감사하게도 실무자였던 제게 제안을 주셨죠. 이후 HGI가 확대해 나가야 할 임팩트 투자의 기반을 명확하게 잡는데 집중했어요. 임팩트 투자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해 현재 문제와 그것들을 해결할 솔루션은 무엇인지, 그 솔루션을 통해 나온 임팩트 결과물을 어떻게 측정하고 커뮤니케이션할 것인지를 단단히 만들어가는 것이 저와 구성원 모두가 몰두한 공동 목표였죠. 그런 노력 끝에 HGI는 성공적으로 임팩트 투자에 대한 내부 가이드라인을 안착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임팩트 투자자는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들
끊임없이 사회적 가치를 고민해야 하는 임팩트 투자사의 살아가는 방식도 궁금해졌다. 투자 기업 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사회적 가치와 규범을 고려하는 일상이란 한편으로 주변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도 될 터였다. 그런데 남 대표에게 나온 대답은 보기 좋게 예상을 빗나갔다.
“저는 오히려 임팩트 투자란 주변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저희가 받는 질문 중에는 ‘투자자라면 주류, 도박성 게임 등 돈이 될 수 있다면 모두 투자해야지 왜 안하냐, 큰 돈을 벌고 성공하는 게 최고’라는 질문들도 있는데요. 그런 기준에서 보면 저희는 돈만 버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는 곳에 자본을 흘려 보내는 투자가 하고 싶은 사람들이고,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저희가 투자한 스타트업의 대표님들도 그렇고 다른 임팩트 투자자들 역시 굳이 꼭 하지 않아도 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인 거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의 경우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규범을 고려하고 엄격해진다기 보다는, 한 아이의 엄마로서 저의 모든 시간을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엄격해진다고 봐요. 아이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대신해 일하고 있는 만큼 시간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고, 부끄럽지 않은 엄마이고 싶기 때문에 회사의 돈도 엄격하게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해야 한다고 믿는 것을 실행하는’ 마음은 임팩트 투자에서 고려하는 여러가지 조건과도 부합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남 대표는 “크고 작은 파도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은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의 시간과 맞닿아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재무적 가치와 더불어 사회적 가치를 함께 만들어 내고자 하는 기업들은, 주요한 이해관계자와 함께 건강하게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위대한 기업’이 되고자 하는 비전을 가지고 있어요. 이러한 기업들은 눈 앞에 보이는 단기적 수익만을 바라보지 않기에 장기적으로 큰 성장을 만들어 갈 수 밖에 없죠. 이러한 기업들이 급변하는 시장 속에서 필연적으로 거세고 큰 파고를 맞이 했을 때 함께 직면하고 건너가는 동반자로 남기 위해, 저 또한 조급해 하거나 지치지 않고 지금의 하루 하루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며 멀리 바라보고 걷는 연습을 하는 중이예요.”
임팩트 투자 관점에서 바라보는 인구구조의 변화 그리고 AI
HGI는 그간 자사가 추구하는 임팩트의 지향점과 방법론을 관련 이해관계자들에게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방식으로 임팩트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다. 그 주제는 다양성·포용성·웰빙에서 시작해 인구구조의 변화와 기후 변화에의 대응 등 지속가능성의 테마로 이어져왔다. 사실 HGI가 주목해 온 이러한 주제들은 최근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국가들에서 심각한 문제로 현실화돼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점은 HGI가 이렇게 사회 문제 및 투자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HGI는 사회문제의 규모와 시급성을 한 축으로, 투자의 시장성을 다른 한 축으로 둔 뒤 두 개의 축이 교차하는 지점들을 맵핑해가며 투자 테마를 설정하고 관련 펀드를 기획한다. 이런 방법으로 주목하고 있는 테마들로는 인구구조의 변화, 생산가능인구의 변화, 급격한 기술의 변화 등이 있으며 이 안에서 벌어지는 양극화 문제들을 깊이 연구하며 투자에 적용해 나가고 있다.
가령 인구구조 변화 중에서도 세부적인 주요 이슈 영역인 ‘고령화’ 문제를 별도로 연구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으면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관련 유망산업들을 확인하여 리포트를 발간하고 투자에도 적용해 나간다. 예를 들면 고령화 및 실버케어 관련해 문제 해결 가능성과 산업 매력도가 모두 높은 영역을 델파이 조사 등을 결과를 확인한다. 이후 ‘의료 서비스, 의료기기, 의약품 제조를 포함한 의료 산업과 시설 및 재가 요양 서비스’ 등 상세 영역이 확인되면 이와 관련한 스타트업들을 만나보는 식이다. 이런 방법론을 취하면 직관성에만 의존하는 경우 보다 선명한 관점으로 시장성이 있는 임팩트 영역을 확인하고 투자해 나갈 수 있다.
남 대표는 “임팩트 투자사의 역할은 기존 시장의 특징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 기술과 자본을 스타트업에 전략적으로 투입함으로써 시장의 변화를 촉진하는 것”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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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는 나이든 인구에 대해서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기술과 의학이 고도화돼 가는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연령, 개개인의 삶에 직결되는 문제예요.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문제고 직접적인 위기감을 주는 영역이기에 그 범위가 폭넓고 페인 포인트와 니즈 측면에서도 시장성이 클 수밖에 없죠. 스타트업의 역할이 기대되는 분야 또한 다양해요. 예를 들어 디지털 친숙도 및 기술 이해도가 높은 시니어층의 새로운 소비 및 행동 패턴이 예상됨에 따라,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서비스가 필요해질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을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해소해 줄 수 있죠.”
더 나아가 HGI는 기술적 관점에서 사실상 모든 분야에 적용되고 있는 AI(인공지능) 역시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남 대표는 “AI는 인터넷, 모바일 서비스와 같이 누구나 다 쓰는 서비스에 적용되는 기반 기술이 되고 있다”며 HGI가 주목하는 부분을 설명했다.
“임팩트 관점에서 인공지능 이해력(AI literacy)과 AI 접근성(accessibility)의 격차에 대해 주의 깊게 보고 있어요. 고령자, 장애인, 아동, 저소득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은 기술 활용에서 소외될 위험이 크기에 포용적인 AI 기술, 지속가능한 AI 기술의 발전 방향은 무엇인지 꾸준히 살피는 중이예요. AI가 생산성을 높이는 측면에서 크게 부각되고 있지만, 여러 리포트에서 AI가 높일 수 있는 생산성의 규모가 실제로는 그리 크지 않으며 기득권층에만 큰 도움이 된다고 지적하고도 있어요. 이는 결국 AI로 인해 차별받는 소외 계층이 생기거나 오히려 더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죠. 저희는 그런 문제를 보완하는 측면에서의 AI 기술은 무엇인가를 한 번 더 확인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남 대표는 “여러모로 임팩트 투자는 공부가 많이 필요한 영역”이라며 “기술적인 수혜가 한편으로 예상하지 못한 또 다른 피해자를 낳을 수도 있는 상황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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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시장의 불확실성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HGI는 그런 불확실성 사이에서 지속가능성을 찾아내고 투자하는 일을 변함없이 이어 나갈 것이다. 인터뷰 말미, 남 대표는 더 견실하고 단단한 임팩트 투자사로 나아가기 위한 계획과 함께 HGI가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스타트업의 기준을 언급했다.
“재무적으로 사업을 크게 키워 나갈 수 있으면서도 시장의 이해관계자들에게 편익을 제공하며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방식을 잘 설계해 낸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투명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어야 하고요. 이렇게 일반적인 기업과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면서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스타트업들이 있다면 꼭 만나고 싶습니다, 저희 HGI는 그 과정에서 가장 좋은 방향을 제시하고 기업의 가치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가장 잘 도울 수 있는 임팩트 투자사라고 자신합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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