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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의 빌라 파크. 이곳을 홈으로 사용하는 아스톤 빌라(잉글랜드)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기적을 꿈꿨다.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에 1차전을 2골 차로 내준 터라 안방에서 역전승이 반드시 필요했다.
모든 준비를 끝냈다. 선수단은 결의를 다지며 하나로 뭉쳤고, 팬들도 4만석이 넘는 홈구장을 가득 채웠다. '이곳이 빌라 파크'라는 문구로 파리 생제르맹을 시작부터 압도하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옥에티가 생겼다. 경기 전 선수들이 도열한 순간 뜬금없는 주제가가 들렸다. 평소라면 전세계 축구팬들의 가슴을 뛰게 하고, 선수들에게도 이 무대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자긍심을 부여하던 챔피언스리그 테마곡이 경기장 곳곳을 휘감아야 했다. 특유의 웅장함이 긴장감과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는 매력을 지닌다.
그런데 전혀 다른 노래가 나왔다. 챔피언스리그 주제가가 아닌 유로파리그 앤섬이 스피커를 통해 퍼져나갔다. 불과 몇 초만 나와도 사고인데 파리 생제르맹부터 빌라 선수들을 모두 카메라로 잡아줄 때까지 유로파리그 음악이 들렸다. 한순간에 꿈같은 챔피언스리그 8강이 아닌 한 단계 낮은 하부 무대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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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실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화제가 됐다. 영국 매체 '더선'이 모은 SNS 글들을 보면 '아침에 누군가 해고당하겠군', '어떻게 이렇게 망칠 수 있지', '선수들의 표정이 모든 걸 말해준다', '챔피언스리그 밤에 유로파 앤섬이 울려퍼지네' 등 공개적 수치에 낯뜨거워했다.
일부에서는 유로파리그 우승만 4차례 우승한 빌라의 우나이 에메리 감독을 각성시키기 위해 BGM 실수를 유도한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그래선지 에메리 감독은 놀라운 지도력으로 파리 생제르맹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놀라운 경기를 운영했다.
다 끝난 것 같던 빌라가 기적을 만들기 일보직전까지 갔다. 1차전을 1-3으로 져 역전이 쉽지 않던 상황에서 2차전을 맞이한 빌라는 전반 30분도 안 돼 2골을 더 내주며 합계 스코어 1-5까지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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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합계 스코어도 5-4 한 골 차로 좁혀졌다. 파리 생제르맹도 더는 안심할 수 없게 됐다. 빌라는 마르코 아센시오와 올리 왓킨스, 이안 마트센, 제이콥 램지 등 4장의 교체카드를 활용하면서 공격적으로 나섰다. 한 골만 더 추가하면 최소 연장으로 끌고갈 수 있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빌라의 막판 스퍼트는 여기까지였다. 결국 합계 스코어에서 5-4로 앞선 파리 생제르맹이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주제가 실수로 어수선하게 시작한 챔피언스리그였지만 역시 명성에 어울리는 명승부로 브금 사고는 완전히 잊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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