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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없는 데다 관세ㆍ공급망 압박…“차라리 美에 투자” [脫 한국, 실패한 리쇼어링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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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난 10년간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생산 기지의 국내 복귀)’을 꿈 꿔왔다. 떠난 기업들이 다시 돌아오길 바라며 법과 제도를 손질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돌아오긴커녕 기업들은 해외에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와 높은 인건비 등으로 앞다퉈 ‘엑시트 코리아(Exit Korea)’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국내 기업들을 바깥으로 더욱 내모는 구실이 됐고 생산기지로서의 한국의 현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본지는 이번 기획을 통해 ‘왜 기업들은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는가’에 대한 현실적 이유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해본다.


세제혜택 등 정책지원 부족에
기업들 中 대체 알타시아 진출
G2갈등에 니어쇼어링도 가속
美 공급망 강화…직접투자 선회
국내 실현가능한 정책 마련해야


이투데이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국내 기업 10곳 중 7곳은 해외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다. 주요국의 보호무역 정책 강화 영향도 있지만, 해당 시장을 빠르게 공략할 수 있는 데다 생산원가 절감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비용뿐 아니라 세금, 규제 등을 이유로 ‘탈(脫)한국’행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이들을 국내로 유인할 투자보조금, 세제 혜택 등 정책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기업 유치를 위해 통상 현안, 지정학적 이슈, 미국 정책 변화 등 대내외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매출 500대 기업의 69%는 해외에 공장을 운영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동남아(29.6%) 지역이 가장 많았고 중국(23.2%)과 북미(20%)도 대다수 포진해 있다.

기업들의 해외생산기지 이동은 크게 미국의 공급망 재편에 따라 알타시아(Altasia) → 니어쇼어링(Nearshoring) → 리쇼어링(Reshoring) 순으로 나타난다. 알타시아는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공급 및 생산기지로 중국을 감싸고 있는 14개국을 지칭하는 말이다. 미국이 중국에 무역 제재를 가하고 중국의 공급망 환경이 변화하면서 중국의 생산기지를 알타시아 국가로 이전하는 기업이 증가했다.

대표적인 기업이 삼성전자와 LG전자다. 삼성전자는 베트남과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서 스마트폰과 가전을 생산하고, LG전자는 베트남과 태국에서 TV와 세탁기 등을 제조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2023년 알타시아 14개국의 대미 수출액은 총 7520억 달러(약 1074조 원)로 중국의 대미 수출액 4272억 달러(약 610조 원)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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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


미국과 인접한 국가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니어쇼어링도 최근 집중됐다. 특히 아시아 공급망 의존도가 높았던 기업들은 지정학적 긴장, 미·중 갈등 등으로 공급망 재편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멕시코를 거점화했다. 기아는 2016년 멕시코에 연간 40만 대 생산능력을 갖춘 네 번째 해외 생산기지를 건설했다. 부품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도 멕시코에 동반 진출했다. 삼성전자의 TV, 모니터, 스마트폰 등은 멕시코와 브라질에서 만들고, LG전자는 TV와 디스플레이 제품을 멕시코에서 제조한다.

미국 주변을 맴돌던 기업들은 미국의 공급망 강화를 계기로 대미 직접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미국은 자국 기업의 리쇼어링뿐만 아니라 ‘미국 내 생산’ 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며 글로벌 다국적 기업의 대미 투자를 부추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 전략의 이면이기도 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미국시장 공략을 위해 4년간 3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부품·물류·철강 △미래 산업 등 주요 분야가 대상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약 370억 달러(약 52조 원)를 투자해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에 38억7000만 달러(약 5조6000억 원)를 투자해 인공지능(AI) 반도체 패키징 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민혁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내수중심 경제구조와 자체 거대시장 존재라는 경제적 요인과 글로벌 패권에 기반한 관세 부과 등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정책 수단 사용이 가능하다”며 “미국과 달리 협소한 내수시장과 높은 대외의존도를 가진 우리나라는 우리 환경에 적합하고 실현 가능한 리쇼어링 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투데이/권태성 기자 (tskw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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