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러시아로 이동 중인 북한의 170mm 곡산 자주포 ⓒmilitarnyi |
우려는 현실이 됐다. 북한은 탄약과 장비, 대규모 병력을 러시아에 파병했다. 특히, 우리의 수도권을 위협했던 170㎜ 자주포가 50문 넘게 러시아로 보내진 정황은 북한의 대남 화력 습격의 변화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단순히 병력뿐 아니라 장군들과 좌관급 장교들이 수집·보고하는 현대전 교훈, 포병과 드론,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전장을 온몸으로 겪어 본 것은 한국군조차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귀중한 실전 경험이다. 이들은 근미래에 우리에게 돌아올 심각한 위협의 부메랑이 될 것이다.
![]() |
한국 육군의 '아미타이거 4.0' 전력화 드론 및 무인 전투로봇 체계. 육군 제공 |
병역자원 감소로 한국 육군은 아미타이거 4.0을 전력화 중이며, 러-우 전쟁을 교훈 삼아 드론과 전투로봇 편성 비율을 높여 부족한 병역 자원을 대체하려 한다.
문제는 러-우 전쟁에서 북한군이 전술·작전적 드론 운용에 대해 파훼법을 온몸으로 익힌다는 것이다. 2016년부터 북한군은 한미연합군의 근접항공지원을 방어하기 위해 '철벽 작전'을 발전시켰고, 최전방 대대 후방 중대에 122㎜ 방사포를 1문씩 배치 중이다. 이 방사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중목적개량고폭탄(DP-ICM탄)을 개량, 대공 화망을 구성하는 방사포다. 여기에 전자전 대대 예하 전자전 중대들이 각 군단에 지원되며 57㎜ 및 37㎜ 대공포, 화승총 보병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등 기존 반항공 전력이 추가된다.
비행대 타격을 위한 드론 전력 역시 발전 중이다. 북한은 샛별-04의 탐지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는 한편, ‘2024 무장 장비 전시회’ 당시 공개된 자폭 및 정밀폭격 드론을 전력화하고 있다. 이미 일선 군단에 다목적 무인기 대대가 창설된 것으로 추정된다. 연대급에서 종다리 드론을 개량한 정밀폭격 드론이, 군단·사단급에 각종 정찰 및 자폭 드론이 전력화 중이며 이들 드론에 군용 AI를 적용, 국군 모형에 대한 기계학습 정황들이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정황들은 현대적 기만-전자전 환경에서 드론 방어 및 비행대 타격 전술로 급격하게 발전할 것이다.
![]() |
북한의 신형 무인전략정찰기.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북한의 공군기지 선제 핵 화력 타격을 고려하면, 한국군의 부족한 병력은 넓은 중간지와 공간지에서 북한군과 교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 위협적 상황이 바로 러시아로부터 배워올 보병 제파식 돌격 전술, 일명 스톰-Z다. 아군 피해를 고려치 않는 이 전술은 비인도적이지만 병력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면 효과는 뛰어나다. 러시아군은 스톰-Z 제1제파가 2% 수준으로 전멸할 때까지 교전케 해 적의 공용 화기 진지 등을 식별하고 화력 타격을 가한다. 이후 투입된 돌격제대는, 적의 예비대를 끌어내고 이들이 거의 전멸해 갈 때쯤 러시아군은 기진맥진한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최정예 보병을 내보내 방어선을 돌파한다.
러시아군의 이 전술은 북한군에게 전수되고 있으며 한반도의 산악지형과 도심지에서 훨씬 위력적으로 평가된다. 지금 우린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니다. 당장 18개월 군 복무 기간을 24개월로 환원시키고 여군 징병을 논의하면서 북한군에게 선제공격을 허용치 않을 선견-선결-선타를 위한 전력 증강 등 국방의 대변혁을 시급하게 치러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잠정적 국가방어전략지침은 북한의 오판을 불러올 수 있다. 이들을 억제하려면 국방예산, 그중에서도 전력 증강비를 이전의 3배 규모로 대폭 증액해야 할 것이다. 지정학적 대격변기에 지금의 번영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투자다. 지금 이 시간에도 북한군은 현대전을 배우고 있다. 더 이상 혼란에 쓸 시간이 없다. 한국군에게 혁신을 넘어선 혁명이 필요한 이유다.
![]() |
임철균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