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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는 놀이 아닌 범죄"... 책으로 '디지털 시민성'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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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는 놀이 아닌 범죄"... 책으로 '디지털 시민성'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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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움북클럽이 고른 '오늘의 어린이책4'
자기긍정·다양성·공존 가치 담은 총 547권
다움북클럽 편집위원들이 15일 서울 마포구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에서 '오늘의 어린이책4' 출간 기념 북토크를 열고 있다. 다움북클럽 제공

다움북클럽 편집위원들이 15일 서울 마포구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에서 '오늘의 어린이책4' 출간 기념 북토크를 열고 있다. 다움북클럽 제공


"어린이와 청소년은 이미 디지털 시민이고, 디지털 세계의 주인입니다. 그러나 온라인 세상은 안전하지 않고,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어린이·청소년 대상 범죄는 점점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필요한 것은 타인과 조화롭게 소통하고 나를 지킬 수 있는 건강한 디지털 시민 의식입니다."(남윤정 나다움어린이책 기획자, '오늘의 어린이책4' 중에서)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등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온라인 세계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은 어떻게 스스로를 지키고,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까. 최근 출간된 '오늘의 어린이책'은 디지털 시민성과 미디어 리터러시로 그 방법을 모색한다.
'오늘의 어린이책4'에는 다움북클럽의 편집위원 10명이 선정한 어린이·청소년책 108권의 목록과 소개가 담겨있다. 다움북클럽 제공

'오늘의 어린이책4'에는 다움북클럽의 편집위원 10명이 선정한 어린이·청소년책 108권의 목록과 소개가 담겨있다. 다움북클럽 제공


딥페이크 온상된 학교… 디지털 범죄 막으려면


남윤정 기획자와 교사, 작가, 평론가, 연구자, 편집자들로 꾸려진 다움북클럽은 2019년부터 자기긍정, 다양성, 공존의 가치를 담은 신간 어린이·청소년책을 선정해 그 결과를 '오늘의 어린이책'에 담아 추천해 왔다. 주체성, 몸의 이해, 일의 세계, 가족, 사회적 소수자, 표현, 젠더 다양성, 사회적 인정, 안전, 연대라는 10개 열쇳말을 기준으로 추린 어린이·청소년책 108권이 이번 4호에 담겼다. 이렇게 모두 547권의 '오늘의 어린이책'이 쌓였다.

남 기획자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는 데 중요한 가치들로 구성된 목록으로 아이들과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를 때 지침으로 삼기 좋다"며 "책을 어떻게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좋을지에 대한 가이드도 담았다"고 소개했다.

이번 4호는 '디지털 시민성' 특집이다. 신수진 '오늘의 어린이책' 편집위원이 어린이·청소년의 디지털 생활과 경험을 다룬 그림책과 동화, 논픽션 10여 권을 추렸다. '사진 속 그 애'는 디지털 성범죄 미성년 가해자의 문제를 다룬다. '장난이 아니야'는 성 착취와 그루밍 범죄 사례가 담겼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디지털 범죄의 원인과 해결 방법을 모색한다.

"딥페이크가 놀이? 범죄라고 인식해야"

전여울의 '사진 속 그 애'와 선자은 외 '장난이 아니야'. 살림어린이·키다리 제공

전여울의 '사진 속 그 애'와 선자은 외 '장난이 아니야'. 살림어린이·키다리 제공


신 편집위원은 "왜 이런 일들이 온라인상에서 흔하게 일어나는지, 디지털 성범죄가 젊은 남성들에 의해 주도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인물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필요한 사회적 조치는 무엇이 있을지 등 아이들과 토론할 거리가 정말 많다"고 말했다.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기고를 통해 "디지털 놀이터에서 딥페이크라는 장난감으로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범죄까지 저지르게 됐다는 태도는 딥페이크 성범죄를 키운 문화적 뿌리를 지우고 새로운 테크놀로지만 탓하게 만든다"며 "아이들 대부분은 딥페이크 생산과 유통이 불법임을 알고 있고, 설사 몰랐다고 해도 이 행위가 피해자의 존엄을 짓밟고 모욕하는 일이라는 걸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책은 디지털 환경을 부정적으로만 보진 않는다. 온·오프라인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하고 성장해 가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그린 '우리의 정원',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어린이가 좋은 어른을 만나 뜻밖의 도움을 받게 되는 이야기 '승리의 비밀',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사유하는 '아일랜드' 등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디지털 기술에서 분리시키는 것이 능사는 아님"을 보여준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