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개혁 요구 거부한 최초 대학
NYT “굴복 대신 정면 돌파 선택”
행정부 “약 3조원 보조금 및 계약 동결”
NYT “굴복 대신 정면 돌파 선택”
행정부 “약 3조원 보조금 및 계약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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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 있는 하버드 대학교./로이터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반(反)이스라엘 시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다양성 프로그램을 해체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는 하버드 대학은 14일 정부의 간섭이 대학 운영과 학문적 자유를 침해한다며 정책 변경을 거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보조금을 무기로 미 대학들의 진보적 색채를 지우는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나온 첫 공개 저항이다. 하버드대 학생 신문인 하버드크림슨은 “하버드는 트럼프의 요구와 싸울 것”이라고 했다. 하버드대 소식이 전해지자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저녁 22억 달러(약 3조1300억원) 규모의 보조금과 6000만 달러(약 856억원) 규모의 계약을 동결하겠다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하버드는 행정부의 요구를 직접적으로 거부한 최초의 대학이 됐다”며 “연방 정부와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대학 간 대결을 촉발했다”고 전했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하버드대는 약 530억 달러(약 75조6000억원)의 기금을 보유해(2024년 기준) 미국에서 가장 재정이 튼실한 대학으로 꼽힌다.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이날 학교 구성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트럼프 정부의 개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어느 정권이 집권하든, 정부가 사립대학에 무엇을 가르치고, 누구를 입학시키고 채용하며, 어떤 연구를 할지 지시해서는 안 된다”며 “연방 정부가 하버드 커뮤니티를 통제하기 위해 전례 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언급한 일부 요구는 반이스라엘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지만 대부분은 하버드의 ‘지적 환경’에 대한 직접적인 정부 규제에 해당한다”면서 “하버드대는 독립성을 포기하거나 헌법상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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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었던 12일 하버드대가 위치한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에 하버드가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집회가 열렸다./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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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시민들이 하버드 대학지도부가 연방 정부의 간섭에 저항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로이터 연합뉴스 |
연방 정부는 지난달 31일 하버드대에 지급하기로 한 총 90억달러(약 13조원)에 달하는 연방 보조금 및 각종 계약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미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연방 총무청은 “하버드대가 반이스라엘 성향을 기반으로 한 차별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지 못해 분열을 조장했고, 하버드의 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면서 개혁 요구를 했다. 이후 하버드대는 이사회와 교수진이 긴밀하게 연락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해 왔다. 반이스라엘 성향으로 논란이 된 중동연구센터 소장과 부소장을 경질하면서 “정부 요구에 순응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상황은 지난 11일 정부가 학교에 더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전하며 급변했다. 여기에는 반이스라엘 학생 단체 인가 취소, 학문 프로그램의 다양성 감사, 2023년 하버드 경영대학원 캠퍼스에서 발생한 반이스라엘 시위 충돌 관련 학생 퇴학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 하버드대에 국제학생 입학 절차를 개혁해 ‘테러 및 반이스라엘주의를 지지하는’ 학생을 걸러내고, 국제학생이 학교 규정을 위반할 경우 즉시 연방 당국에 보고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도 담겼다고 한다. 하버드를 대리하는 변호사들은 개혁을 요구한 세 연방 기관에 보낸 서한에서 “하버드뿐 아니라 어떤 사립대학도 연방 정부에 장악당할 수 없다”며 “하버드는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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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동부 명문 컬럼비아대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스라엘주의 개혁 요구를 받아들였다./AFP 연합뉴스 |
하버드대의 대응은 연방 정부 요구에 순응한 미 동부 명문 컬럼비아대 전례와 확연히 다르다. 컬럼비아대는 지난달 연방 보조금 4억 달러가 삭감되자 대학 개혁에 대한 정부 요구를 수용했다. NYT는 “정부의 요구에 굴복하기보다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미 대학가에서는 프린스턴대, 펜실베이니아대 등 트럼프 정부의 표적이 된 전통의 명문들이 하버드대의 뒤를 이어 트럼프 정부에 잇달아 반기를 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스턴글로브에 따르면 현재 트럼프 정부로부터 연방 보조금 삭감 위협을 받는 학교는 하버드와 컬럼비아대를 포함해 총 7개 학교다. 미국 교육 협의회 테드 미첼 회장은 NYT에 “하버드의 사례는 다른 캠퍼스의 지도자들에게도 (트럼프 정부에 대항할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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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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