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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 후 일주일 만인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공동취재) |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로 자신에게 적용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비상계엄은 야당 횡포에 '경고성'으로 선포한 것이기 때문에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윤 전 대통령은 14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했다.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으로 민간인 신분이 된 지 열흘 만이다. 이날 첫 공판에서는 검찰이 먼저 공소사실 요지를 설명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직접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검찰은 약 1시간동안 윤 전 대통령 혐의를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하고 국무회의 등 정상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강조했다. 전시사변에 준하지 않는 상황인데도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려 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국회에 출동한 군인들에게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점 등도 거론했다.
윤 전 대통령은 오전과 오후 직접 반론했다. 모두 합치면 1시간20분쯤 발언했다. 특히 검찰이 공소사실 요지를 설명하며 제시한 프레젠테이션(PPT) 쪽수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모든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주장했다. 특히 "내란을, 방송으로 전세계·전국민에 공고해 놓고 국회가 그만두라고 해서 당장 그만 둔 몇 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인류 역사상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배경은 야당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은 "야당이 감사원장과 서울중앙지검장 등 탄핵소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보고 '상당히 심각하다, 아주 갈 때까지 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을 지난해 봄부터 미리 준비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봄부터 그림을 그려왔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 같은 이야기"라며 "장기 집권을 위한 군정 실시 같은 것들을 목표로 하면 말이 될 수는 있겠다. 그러나 이번 비상계엄은 군인들에게 민간인 충돌을 피하라고 지시한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지, 군정 실시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너무 자명하다"고 했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막으려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어떻게 인원을 빼내라는 말을 하느냐"며 "'유리창을 깨기라도 하라' 이런 말을 한 적도 없다"고 했다.
정치인 체포 지시에 대해서는 "내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게 '누구를 체포하라' 했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마치 내가 누구 체포를 지시한 것처럼 일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장 없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투입한 데 대해서는 "전산 시스템에 문제가 많아 스크린하라고 보낸 거지, 부정선거를 수사하라고 보낸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밖에도 윤 전 대통령은 "내란몰이 과정에서 겁을 먹은 사람들이 수사기관의 유도에 따라 진술한 것이 검증 없이 많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검찰을 겨냥해서는 "(공소장이) 조서들을 모자이크식으로 막 붙인 것이라 판단돼, 나 아닌 다른 구속 피고인들도 이런 상태의 공소장으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정말 의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정진솔 기자 pinetr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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