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승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연구센터 선임연구원 |
하지만 지각은 생활 터전을 제공하는 필수 요소 중 하나며, 수려한 자연경관을 뽐내 우리 눈·마음을 기쁘게 해 주는 고마운 존재다. 기본 구성단위는 '암석'이며 생성 원인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된다. 이 가운데 화성암은 지각 형성·진화 역사 이야기를 품은 중요 암석 중 하나다.
태초의 뜨거운 지구는 마그마 바다로부터 시작한다. 이들 마그마가 굳어 만들어진 암석을 화성암이라 하며 최초 지구 암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화성암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화강암·현무암이 대표적인 화성암이다. 화강암은 서울 북한산, 강원도 설악산, 대전 계룡산 등 곳곳에 분포한다. 현무암은 화강암만큼 넓게 분포하지 않지만 강원도 한탄강, 포항 영일만과 제주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화강암과 현무암은 모두 화성암에 속하지만, 생김새는 전혀 다르다. 화강암은 대체로 밝은색을 띠고 다양한 입자가 관찰됨에 반해, 현무암은 어두운 검정색을 띠고 구멍이 많으며 눈으로 입자가 쉽게 관찰되지 않는다. 같은 화성암임에도 왜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그 이유는 화성암의 각양각색 탄생 이야기에 담겨있다.
누구로부터 탄생했는가, 즉 '마그마의 화학적 성분'이 화성암 탄생을 결정짓는 중요 요소다. 암석 물질이 녹아 액체 상태로 변한 마그마는 기본약 1000도 이상 온도에서 형성되기에 이 조건을 충족하는 지구 내부 맨틀이나 지각 깊은 곳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맨틀·지각은 매우 다양한 화학 조성을 가져 근원 물질이 무엇이냐에 따라 마그마 화학 조성이 결정된다. 산소·규소가 가장 많이 포함된 마그마는 산성 마그마(규장질 마그마)며 대체로 밝은색 화성암을 형성하는데 이를 산성암이라 한다.
산소와 규소 함량이 적고 철과 마그네슘을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하는 마그마를 염기성 마그마(고철질 마그마)라고 하며 어두운 계열 화성암인 염기성암을 주로 형성시킨다. 산성과 염기성 마그마 중간 성격인 중성 마그마는 담묵색 계열 중성암을 만든다.
또 다른 탄생 요소로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즉 '물리적 형성 과정'이다. 지하 깊은 곳에서 형성된 마그마는 지각 내에 오래 머물며 식기도 하고, 빠르게 상승해 지각 천부에 머물거나 지표 밖으로 분출하기도 한다.
마그마가 지하 깊은 곳에서 오래 머문다면 높은 온도 환경으로 인해 느린 속도로 식는데, 광물 결정화 시간이 충분히 확보돼 최종 형성된 화성암은 크고 뚜렷한 광물 결정(조립질)을 구성한다. 이렇게 지구 내부에서 서서히 식어 형성된 암석을 심성암이라고 한다.
반대로 지구 내부로부터 빠르게 상승한 마그마가 지표로 분출해 형성된 암석은 화산암이다. 마그마가 급격히 식어 광물이 결정화될 시간이 매우 제한적이므로 결정 크기가 매우 작거나(세립질), 유리질 성분이 많아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마그마가 지하 천부에서 머물며 심성암보다는 빠르게, 화산암보다는 천천히 식어 조립질·세립질 광물을 동시에 갖는 화성암은 반심성암이다.
두 가지 탄생 요소를 놓고 화강암·현무암을 들여다보면 각각 탄생 이야기를 알아낼 수 있다. 밝은색이면서 결정화된 광물을 잘 보이는 화강암은 산성 마그마가 지하 깊은 곳에서 식어 만들어진 산성 심성암이다. 어두운색이면서 세립질의 광물로 구성된 현무암은 염기성 마그마가 지표로 분출해 급격히 식으면서 형성된 염기성 화산암이다.
이렇듯 화성암은 단순한 돌 같아 보이지만 마그마에서 출발해 지각되기까지 다양한 여정을 품어, 지구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려주는 소중한 자연 기록이다.
길에서 우연히 화성암을 발견한다면, 그 작은 돌 속에 담긴 지구 속 역사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흥미로운 여정을 떠나보면 어떨까.
이승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lsh07@kigam.re.kr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