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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간다'는 中…트럼프1기 무역전쟁으로 맷집·자신감 '쑥'

연합뉴스 권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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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 5명 살해 혐의' 50대, 구속영장 발부
1기 때와 달리 강하고 빠르게 美에 '비례 보복'…시진핑 등 어조도 강경
대미수출 줄이고 첨단제품 자립에 힘써…희토류·환율 등 대응 카드 다양
동남아 등서 '반미연대' 구축 시도…전문가 "美, '경제적 베트남 전쟁' 수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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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미국과 중국 국기 일러스트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벌인 관세전쟁에 맞서 기민하고 강하게 '보복 카드'를 내놓으며 맞대응하고 있다.

중국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맞불을 놓으며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데에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무역전쟁 경험을 바탕으로 준비해온 다양한 대응책과 자신감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4일 동남아 3국 순방을 앞두고 베트남 노동당 기관지 인민보 기고문에서 "무역전쟁과 관세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보호주의에는 출구가 없다"며 미국을 겨냥해 노골적으로 비판 목소리를 냈다.

◇ 中, 거침없는 반격 "싸우겠다면 끝까지 간다"

지난 2∼3월 미국이 두 차례에 걸쳐 총 20%의 보편관세를 부과했을 때만 해도 중국은 특정 품목이나 기업을 겨냥한 '표적 보복'에 집중하며 전면전 확전을 자제했다.

하지만 이달 초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34%의 고율 관세를 추가로 물리자 중국은 곧바로 34% 보편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것으로 맞받아치며 비례 대응에 나섰다.


이후 양측이 맞불 관세를 주고받으면서 중국의 대미 추가 관세율은 12일부터 125%로 높아진 상태다. 앞서 전날 미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에 매긴 누적 관세율이 145%라고 재산정했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다.

중국은 또한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관세전쟁 시작 이후 미국 기업 수십 곳을 제재했으며 지난 2월에는 희소금속 5대 원료 관련 제품 25종, 이달 초에는 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도 내렸다. 이밖에 미국 여행 및 유학 자제령, 미국 영화 수입 축소 등 비관세 조치에도 나섰다.

중국 지도부와 당국이 미국을 겨냥해 발산하는 메시지의 어조도 사뭇 강경해졌다.


시 주석은 지난 11일 중국을 방문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세계와 대립하면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될 것"이라며 중국과 유럽이 "일방적 괴롭힘을 함께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시 주석이 미국과의 관세전쟁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비판한 것은 트럼프 2기 관세전쟁 발발 이후 처음이었다.

그는 앞서 지난달 28일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과의 회동에서는 "남의 길을 막는 것은 결국 자기의 길을 막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불빛을 끄는 것으로 자신의 불빛이 밝아지지 않는다"며 비유적 표현을 사용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화하고자 하면 문을 열어놓겠지만 싸우겠다면 끝까지 가겠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수장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도 이달 들어 "미국이 위협을 가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단호히 반격할 것" 등 경고 발언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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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中, 수출시장 다변화…美보다 '선택지' 많아

이처럼 중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관세전쟁에 거침없이, 신속하게 반격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갑작스러운 미중 무역전쟁 선포로 허를 찔려 미국에 끌려가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그 배경으로 우선 중국의 수출시장 상황 변화가 꼽힌다.

중국은 트럼프 1기 무역전쟁을 거치며 대외무역 포트폴리오를 상당 부분 다변화해 대미 의존도를 줄였고 이는 이번 무역전쟁에서 큰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지난해 보고서 따르면 중국의 전체 수출액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9.2%에서 2023년 14.8%로 하락했다. 이는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이에 비해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세안 국가로의 수출 비중은 최근 5년간 12.9%에서 15.7%로 상승했다.

미국은 여전히 중국의 최대 수출국이지만 대미 수출이 중국의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트럼프 1기 관세전쟁을 거치며 3%대에서 2%대로 낮아졌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계간 '한중저널' 최근호 기고문에서 "중국의 대미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라며 "만약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중단된다고 해도, 중국은 GDP의 56%에 달하는 내수를 5%만 올리면 대미수출 감소에 대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은 미국산 제품을 다른 국가나 자국 상품으로 대체 가능한 '선택지'가 있는 데 비해 미국은 중국 상품을 대체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중국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제조업 1위 국가인 중국은 생필품부터 자동차까지 다양한 상품을 만들고 있으며 미국의 제재 속에 반도체 등 첨단제품 자립에도 힘써왔다. 미국은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우위이지만 자국에서 소비되는 다양한 중국산 제품을 당장 자국에서 생산해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뉴스 분석 매체 더컨버세이션은 "2022년까지 미국은 532개 주요 제품군을 중국에 의존했는데 이는 2000년의 거의 4배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의 미국 제품 의존은 절반으로 줄었다"며 "중국은 미국이 공급망을 통해 중국에 의존하는 상품을 쉽게 대체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아담 포센 소장은 최근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미중 무역전쟁에서 "흑자국인 중국은 판매, 즉 돈만 포기하면 되지만 적자국인 미국은 국내에서 전혀 생산하지 않거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품과 서비스를 포기하게 된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적 베트남 전쟁'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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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쑤성 타이창항에서 선적 기다리는 자동차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中, 희토류·위안화 절하·美국채 매각 등 다양한 반격 카드

중국은 또한 미국과 관세전쟁이 격화할 경우 꺼낼 수 있는 다른 전략적 대응 카드도 보유하고 있다.

먼저 희토류나 핵심광물 수출 제한 수위를 높일 수 있다.

희토류는 영구자석이나 합금 용도 등에 쓰여 전기차, 드론, 로봇, 미사일, 우주선 등 각종 첨단 기술 분야에 필수적인 원자재다. 중국은 세계 정제(가공) 희토류의 약 90%를 생산할 정도로 독점적 공급자다.

중국은 앞서 4일 희토류와 중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통제를 발표했다. 수출 금지가 아니라 특별 '수출허가'를 받도록 한 조치였지만, 중국은 발표 이후 허가를 내주는 시스템을 아직 구축하지 않아 사실상 수출이 중단된 상태라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미국산 농산물 수입 제한도 중국의 또 다른 무기다.

중국은 이미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의 20% 추가 관세를 맞은 직후 미국산 닭고기, 밀, 옥수수, 면화, 수수, 대두, 돼지고기 등에 10∼15% 보복관세를 부과했는데 관세전쟁이 격화할 경우 이를 확대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보복은 공화당의 주요 지지층인 농민층에 피해 준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아픈 곳'을 찌를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중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9년에도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중단해 타격을 입힌 적이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도 대응 수단이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중국 수출 경쟁력이 높아져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영향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중국 당국은 아직 공격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하지는 않고 있지만 최근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면서 위안화/달러 환율은 2007년 말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 매도도 강력한 보복 수단이다.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를 대거 팔면 국채금리 상승으로 시중금리가 치솟아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미 국채 매도 시 중국의 보유자산 가치가 급감해 중국도 심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 최근 미 국채 시장에 투매 현상이 이어지면서 그 배후에 중국이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대응 카드를 가진 중국이 동남아나 미국의 동맹국들과의 연대도 모색하는 점도 주목된다.

실제로 시 주석은 올해 첫 해외 방문지로 동남아를 선택, 14∼18일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를 국빈 방문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미국과 갈등이 확대되는 가운데 중국이 우방국 결속과 반미 연대를 구축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또 시간은 중국의 편일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달리 내년 중간선거 등 여론을 더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시 주석 역시 최근 수년간 경제침체 상황에서 국내 여론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지만 관세라는 외부 충격을 내부 결집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 메리 러블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누가 더 많은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느냐에 대한 게임"이라며 경제성장 둔화에도 중국은 "미국의 침략에 굴복하지 않으려 기꺼이 고통을 견딜 것"이라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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