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해양심판원, 세월호 참사 원인 ‘조타기 고장·복원력 부족’ 결론

서울구름많음 / 18.0 °
조선일보

전남 목포 신항에 세월호 선체가 세워져 있다. /김영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 원인은 조타장치 고장과 복원력 부족 등 선체 자체에서 비롯됐다는 해양심판원의 결론이 뒤늦게 알려졌다.

목포지방해양안전심판원(목포해심) 특별심판부는 작년 11월 ‘여객선 세월호 전복사건’을 재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일반 사건·사고가 법원 판결을 받는 것처럼 해양 선박 사고는 해양안전심판원의 심판을 받는다. 이때 작성된 재결서는 판결문과 유사한 성격을 지닌다.

목포해심은 세월호가 잠수함 충돌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침몰한 것이라는 ‘외력설’은 완전히 배제했다. 심판부는 “선박 인양 후 조사를 통해 확인된 결과를 보면 세월호 선체 손상 부위 등에서 (급격한) 선회 등을 발생시킨 외력의 흔적이라고 단정할 만한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외력의 실체에 대한 타당한 증거를 확인하지 못한 만큼 원인 검토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심판부는 세월호의 급격한 선회는 배의 키를 조종하는 조타기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조타수가 타를 우현으로 돌릴 무렵 조타기의 비정상적 작동으로 의도와 달리 타가 우현으로 과도하게 돌아갔고, 이에 따라 선체가 급격히 오른쪽으로 선회하며 왼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후 선체가 20도 정도까지 기울자 제대로 고박되지 않은 화물들이 쓸려 내려가면서 선체가 50도까지 급격히 기울어진 뒤 끝내 침몰했다고 심판부는 설명했다.

심판부는 당시 세월호의 복원성이 현저히 낮아져 있는 상태였다고 봤다. 여객 정원을 늘리기 위해 선체를 증·개축하면서 무게 중심이 높아진 탓이었다. 복원성이 낮은 선박이라면 화물을 적게 실어야 했지만, 세월호는 오히려 복원성계산서에서 허용한 화물량인 1077t보다 2배 많은 2214t의 화물을 싣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고박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게 되자 선체 기울기가 가중됐고, 외판 개구부로 바닷물까지 유입되면서 복원성을 완전히 상실하게 됐다는 게 심판부의 결론이었다.

조선일보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 해역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 /조선일보DB


세월호 승선자 476명 중 304명이 죽거나 실종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은 선원들이 적극적인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탓이라고 봤다. 심판부는 “선장과 선원들은 선박 침몰 위험을 인지하고 해경에 구조 요청을 했는데도 자신들이 해경에 구조될 때까지 여객을 탈출시키거나 퇴선시키는 방법을 강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결론에 따라 목포해심은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항해사와 기관사 등 5명의 면허를 취소하고 기관사 2명, 항해사 1명의 업무를 6개월~1년간 정지했다. 또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등에 대해서는 시정 명령을 내렸다.

이번 재결서는 국가 기관이 처음으로 세월호가 선체 자체의 결함으로 침몰했다는 것을 공인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2018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복원성 불량을 핵심으로 하는 ‘내인설’과 외력 가능성을 언급한 ‘열린안’을 함께 실은 종합 보고서를 내놨고, 2022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외력 가능성을 조사했지만 외력이 침몰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고만 했다.

청해진해운과 관련자들이 이러한 결론에 불복하면서 현재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서 2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중앙해심 재결은 법원의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니며 불복할 경우 항소심(고등법원)과 상고심(대법원)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가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