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명문대 출신’ 20대 여성에 속았다…2500억 사기극 전말

서울흐림 / 20.0 °
조선일보

스타트업 프랭크 창업자 찰리 재비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 JP모건 체이스가 20대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수천억 원대 규모의 사기를 당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AP통신 등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은 정보를 과장해 JP모건으로부터 1억7500만 달러(약 2497억원)를 받아 사기 혐의로 기소된 찰리 재비스(32)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재비스는 수십 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재비스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촉망받던 아이비리그 출신의 창업가로 유명했다. 여러 방송에 얼굴을 비춘 것은 물론, 2019년 포브스 선정 ‘30세 언더 30’(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젊은 리더들)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랬던 그가 어떻게 사기죄 유죄 판결을 받게 되었을까.

재비스는 뉴욕시 북쪽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의 부유한 프랑스계 이민자 거주 지역에서 자랐다. 사립 프랑스계 미국인 학교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금융학을 전공했다. 대학을 다니는 동안에는 저개발국 사람들에게 소액 대출을 제공하는 PoverUP이라는 비영리 단체를 설립했고, 졸업 후에는 대학생들의 재정 지원 신청 과정을 간소화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2017년 스타트업 ‘프랭크’를 설립했다.

재비스가 유명해지면서 프랭크에 대한 다른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캐피털 원, 디스커버, 시티즌스 뱅크 등이 인수를 모색했으나, 결국 2021년 JP모건이 1억7500만달러를 들여 프랭크를 인수하게 됐다.


사기는 인수 과정에서 벌어졌다. 당시 재비스는 프랭크의 고객이 425만명이 넘는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실제 수치인 약 40만명을 10배 이상 부풀린 것이었다.

재비스는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반복해 JP모건을 속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먼저 프랭크의 엔지니어링 책임자에게 데이터를 조작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 직원은 “불법적인 일은 하지 않겠다”고 거절했다. 결국 재비스는 10만5000달러(약 1억5000만원)를 들여 외부 업자를 고용해 가짜 데이터를 만들었다.

JP모건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프랭크를 인수했고,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거짓 정보였음을 알게 됐다고 한다. 사기 행각이 들통난 뒤인 2023년 4월 체포되었다가 보석 석방됐다.


외신들은 이번 사기극이 테라노스의 엘리자베스 홈즈(41) CEO를 연상되게 한다고 전했다. 홈즈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테라노스를 설립하고 “피 한 방울로 250여 종의 질병 검사가 가능한 진단 기기를 개발했다”고 홍보했으나, 이후 거짓으로 드러나 2022년 징역 11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김가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