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중국 팽창 견제' 트럼프 2기의 역설…"인도·태평양서 中영향력↑"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에서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 전 악수하는 모습. / AP=뉴시스 |
'중국 견제'를 외교·안보정책의 최우선순위로 삼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인도·태평양(인태) 지역에서 오히려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관세정책과 거래주의적 안보관에 따라 인태 지역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쇠퇴하고 그 빈틈을 중국과 러시아가 파고들어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군 당국에 따르면 강석율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1일 이런 내용을 담은 '안보전략 포커스'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트럼프 2.0 시대의 인도·태평양 안보, 대(對)중국 경쟁 승리를 위한 미국의 지역 전략과 리더십 쇠퇴의 도전'을 주제로 정리됐다.
트럼프 1기는 2017년 1월 출범 당시 아시아·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인태 지역을 국가안보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곳으로 규정했다. 미국 주도의 인태 전략은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를 유지하며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의 팽창 견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강 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는 1기 시절 추진한 인태 지역의 준비태세 구축과 동맹·우방국 파트너십 강화, 네트워크화된 안보협력의 증진 등을 계승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자국의 비용 부담 축소 기조와 연계해 동맹·우방국의 역할 증진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기존의 소·다자 안보협력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역내 비대칭적 우위를 지속 담보하려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측된다"며 "미일 동맹을 핵심축으로 하는 역내 격자형(lattice-like)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기존 정책의 방향성은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역내 양자 동맹, 쿼드(QUAD), 오커스(AUKUS), 미·일·호, 한·미·일 등 소다자 협의체를 전방위적으로 확대하면서 네트워크화된 안보협력체계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트럼프 2.0 시대 미국은 이러한 일련의 소·다자 협의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동중국해, 남중국해, 대만해협 등 역내 전략경쟁의 지정학적 공간에서 중국의 팽창적 행보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거부전략 구현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8년 12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찬을 겸한 회담을 가졌다. / 사진=머니투데이DB |
강 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부과 정책과 거래주의적 안보관 등으로 인해 인태 지역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약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2기가 한국 등 동맹에 대한 안보 지원이 국익을 위한 투자라기보단 불필요한 비용으로 간주하고 있는 만큼 역내 안보 네트워크의 결속력이 약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강 연구위원은 "트럼프 2.0 시대 미국의 인태 지역 리더십이 쇠퇴할 수 있다는 전망은 미국의 경제적 관여 공약 폐기와 밀접히 연계된 것"이라며 "중국은 경제적 유인책 제공의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역내 전략적 공간의 확대를 모색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행보는 동남아를 중심으로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1기 시기 미국은 동남아 지역에 사실상 무관심했던 만큼 미국의 역내 리더십 약화 초래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예측된다"며 "동남아 지역에서 압도적인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해 온 중국은 미국과 이 지역 국가들의 결속력 약화를 공략하면서 경제적 유인책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 연구위원은 미국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구상은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통한 중국 견제 의도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러시아 정책은 인태 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트럼프 2기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사실상 용인함에 따라 유럽의 안보 자강론이 부상했고, 그 여파로 유럽연합(EU)도 인태 지역에 관여가 축소될 것으로 봤다.
러시아 국방부가 지난해 9월 중국과의 해상 공중합동훈련인 '오션 2024'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러시아 군인이 군함에서 사격하고 있는 모습. / AP=뉴시스 |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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