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자 '트럼프 리스크'
中 전자제품 '앵커' 아마존 내 일부 상품 판매가 올려
OEM의류 등 온라인업체 중심 관세요금 추가하기도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UFC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마이애미로 가는 전용기 내서 취재진을 만나고 있다. 2025.04.13 /AFPBBNews=뉴스1 |
미국에서 기업들이 관세를 이유로 가격을 올리는 사례들이 이어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CBS뉴스 등에 따르면 미국 내 기업들 일부는 관세 영향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CBS는 "관세 조치가 아직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미국 기업들은 기다리지 않는다"며 관세 정책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발표하거나 인상을 예고하는 기업들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 성인용품 브랜드 데임은 온라인에서 고객이 제품을 결제할 때 장바구니에 '트럼프 관세 추가 요금' 항목이 자동으로 추가되도록 설정했다. 추가 요금은 처음에 5달러로 책정됐으나 1달러로 내려간 상태다. 알렉산드라 파인 데임 최고경영자(CEO)는 CBS에 "대부분 제품이 중국에서 생산된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우리 업계 전체가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이미 (관세)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을 그냥 올리기보다 고객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투명하게 알리고 싶어 별도 항목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샤워꼭지(샤워헤드) 제조업체 졸리 스킨은 '트럼프 해방 관세' 추가 요금을 주중 부과할 예정이다. 건물 관리 시스템을 설계하는 하니웰 빌딩 오토메이션은 지난달 초 중국, 멕시코, 캐나다에 대한 신규 관세를 이유로 자사 건물 관리 시스템에 '관세 추가 부과금' 6.4%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업체는 "관세 영향 완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면서도 해당 관세가 발효되지 않으면 가격 인상은 없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에서 물건을 들여오는 미국 패션업체들도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이탈리아에서 제작되는 고급 신발을 판매하는 라부크는 3주 간격으로 가격을 10%씩 총 20% 인상한다고 밝혔다. 의류 브랜드 미스타와 핸드백 소매업체 하이어 굿즈 등도 가격을 20%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상호관세가 90일 유예됨에 따라 이들 업체의 가격 인상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온라인 판매업체들이 '관세 수수료' 항목을 논리적으로 추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조언이 넘쳐난다고 전했다.
중국 기업들도 미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 인상에 나섰다. 로이터에 따르면 아마존 최대 판매업체 중 하나인 중국 전자제품 생산업체 앵커는 미국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 5분의 1가량의 가격을 평균 18% 올렸다. 앵커 측은 투자자들에게 "경쟁사들이 주로 중국 기업이라 비슷한 관세 압력을 받고 있어 가격을 올릴 수 있었다"며 "(향후) 유럽, 동남아시아 등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중국 선전 국경 간 전자상거래 협회는 지난 10일 "미국 시장에서 가격을 인상하거나 철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세 인상을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기업들도 있다.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우려를 자극해 '패닉 바잉'(불안감에 의한 사재기)을 부추기는 것이다. 여러 국가에서 향신료를 수입하는 버랩앤배럴은 상호관세 발표 이틀 뒤인 지난 5일 "봄맞이 프로모션을 관세 할인 행사로 전환한다"며 8일까지 제품 가격을 20%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데니쉬 샤 조지아 주립대 로빈슨 경영대학원 마케팅 교수는 CBS에 "관세는 시장에 불확실성을 불어넣었으며 불확실성이 높을 때 소비자들은 손실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소비자들은 이런 환경에서 가격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기업들의 할인 행사에 강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