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17시간 전 사태 확인하고도 경찰·광명시에 ‘축소 보고’ 의혹
지난 11일 경기 광명 신안산선 지하 터널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는 17시간 전부터 기둥이 파손되는 등 붕괴 징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문진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시행사 넥스트레인의 최초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는 사고 전날인 10일 오후 9시 50분 터널 내부 기둥이 파손된 사실을 확인하고 지하에 있던 근로자들을 대피시켰다. 붕괴 17시간 전이다.
보고서에 첨부된 당시 사진을 보면 터널 아치를 받치는 콘크리트 기둥이 군데군데 깨져 있다. 기둥 아래에는 부서진 철근과 콘크리트 잔해가 쌓여 있다. 보고서에도 ‘터널 중앙 기둥 파손’이라고 썼다.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문진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시행사 넥스트레인의 최초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는 사고 전날인 10일 오후 9시 50분 터널 내부 기둥이 파손된 사실을 확인하고 지하에 있던 근로자들을 대피시켰다. 붕괴 17시간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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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됐던 작업자 13시간 만에 구조 - 지난 12일 오전 4시 27분쯤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 터널 붕괴 사고 현장에서 매몰됐던 굴착기 기사 김모씨가 13시간 만에 구조됐다. 사진은 구조대원이 지하 30m 지점에 고립돼 있던 김씨를 줄에 매달아 끌어올리고 있는 모습. 아직 실종자 1명은 찾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
보고서에 첨부된 당시 사진을 보면 터널 아치를 받치는 콘크리트 기둥이 군데군데 깨져 있다. 기둥 아래에는 부서진 철근과 콘크리트 잔해가 쌓여 있다. 보고서에도 ‘터널 중앙 기둥 파손’이라고 썼다.
그러나 시공사 측은 2시간 뒤인 밤 12시쯤에야 광명시에 “기둥에 균열이 발생했다”고 알렸고, 비슷한 시각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도 “붕괴 위험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시공사 측이 상황을 축소 보고한 건 아닌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했다.
시공사는 11일 오전 4시쯤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 측과 안전 진단을 해 오전 7시쯤 기둥 옆에 ‘H빔’을 덧대는 보강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다 오후 3시 13분쯤 공사 현장이 붕괴되면서 지상에서 일하던 근로자 2명이 매몰됐다.
최초 상황 보고서를 본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기둥이 이 정도로 심하게 파손됐다면 적어도 일주일 전부터 실금이 보이는 등 징후가 있었을 것”이라며 “안전 관리에 소홀했던 것 같다”고 했다.
시공사의 보강 공사 방법에 대해서도 “상황을 가볍게 본 것 같다”고 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이미 파손된 기둥에 H빔을 용접할 게 아니라 잭서포트 같은 철제 지지대를 먼저 끼워 넣어 안전을 확보한 뒤 보강 공사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지하에 있던 근로자 12명은 땅이 무너지자 곧바로 대피했으나 매몰된 2명은 지상에서 작업을 하고 있어 상황을 제때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 또한 시공사가 붕괴 위험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근거”라고 했다.
붕괴 사고가 난 현장은 감사원도 “지반이 약하다”고 지적한 곳이다. 감사원은 2023년 1월 ‘광역 교통망 구축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에서 “신안산선 제5공구(시흥시청~광명)의 경우 터널 시점에서 약 19㎞ 떨어진 구간에 암반이 부스러지는 등 지반이 매우 불량한 상태”라며 “그런데도 터널 설계에 ‘인버트’가 반영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버트는 약한 지반을 보강하는 콘크리트 시설물이다.
이에 대해 시공사 측은 “당시 감사원 의견에 따라 설계에 인버트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한편, 소방 당국은 지난 12일 오전 4시 27분쯤 지하 30m 지점에 고립돼 있던 굴착기 기사 김모(28)씨를 구조해 냈다. 매몰된 지 13시간 만이다.
구조대는 11일 오후 5시 16분쯤 김씨가 매몰된 지점을 확인했다. 이어 김씨를 누르고 있던 잔해를 하나씩 끄집어냈다. 이준희 구조대원은 “김씨 위에 있던 잔해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어 삽과 호미로 조심스럽게 땅을 파고 철근을 5~10㎝씩 잘라냈다”고 했다.
김씨는 잔해에 깔려 앞으로 웅크린 상태였다. 다리는 흙에 파묻혀 있었다. 그 상태로 13시간을 버텼다. 김씨의 첫마디는 “드디어 얼굴을 볼 수가 있네요. 고맙습니다”였다고 한다.
이 대원은 “김씨가 의식을 잃지 않게 하려고 ‘몇 살이냐’ ‘여자 친구가 있느냐’ 계속 질문을 했다”고 했다.
이어 김씨에게 수액을 놓았고 초코우유도 건넸다. 김씨는 다발성 압박 손상과 쇄골 골절 등 부상을 입고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실종된 포스코이앤씨 소속 50대 근로자의 생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소방 당국은 “김씨와 달리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가 내려 잔해가 붕괴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인근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사고 현장에서 약 50m 떨어진 초등학교에 14~15일 휴교 결정을 내렸다. 경기도는 정밀 안전 진단을 실시할 계획이다.
신안산선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와 경기 안산·시흥을 잇는 전철이다. 내년 12월 개통을 목표로 공사 중이었는데 개통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광명=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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