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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무한도전'은 왜 탄생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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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막 내린 '무한도전', 최고 시청률 28.9%
꾸준히 언급… MBC는 팬들과 20주년 자축
예능 형식·시청자 감수성 변화로 탄생하기 어려워진 제2의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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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이 20주년을 맞아 다시 무도 키즈들을 찾아간다. MBC 재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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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은 과거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프로그램이다. 어느덧 20주년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언급되는 중이다. 아쉬운 점은 '무한도전'만큼의 화제성을 지닌 프로그램이 탄생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은 2005년 4월 23일 '무모한 도전'으로 첫 방송을 시작해 2018년 막을 내렸다. 이 프로그램은 최고 시청률 28.9%를 기록할 만큼 뜨거운 인기를 누리며 '국민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OTT를 통해 '다시보기'를 하는 중이고, 관련 굿즈 역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유재석은 MBC '놀면 뭐하니?'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아직 '무한도전'을 그리워하고 예전 방송을 다시 보는 분들이 많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무한도전'은 올해 20주년을 맞이하게 됐다. 최근 MBC는 최고의 에피소드 투표, 재방송 편성, 홈페이지 개편 등 다양한 콘텐츠로 '무한도전' 팬들과 함께 20주년을 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BC플러스는 오는 21일부터 MBC에브리원과 MBC M에서 레전드편을 재방송한다. 다음 달 25일에는 러닝 이벤트인 '무한도전 런 위드(Run with) 쿠팡플레이'가 진행된다. '무한도전' 멤버 박명수와 하하가 출연을 확정 지은 상태다. 무도 키즈들의 추억을 소환할 공연 무대도 준비돼 있다.

방송국 관계자·평론가가 바라본 '무한도전'


'무한도전'은 무려 20년 동안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이렇게 긴 시간 인기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방송국의 홍보 관계자는 본지에 "'무한도전'의 끊임없이 변화하고 도전하는 정신, 각 특집마다 돋보였던 캐릭터 등이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는 원동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유재석을 주축으로 하는 멤버들의 케미스트리, 재치 있는 자막 등도 인기에 힘을 더했다. 유쾌한 자막을 담은 캡처 화면은 아직까지 온라인상에서 짤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지난 20년 동안 '무한도전'의 명성을 이을 프로그램은 왜 탄생하지 못했을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예능 형식의 변화'가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본지에 "당시에는 리얼 버라이어티쇼라는 형식이 일종의 캐릭터쇼였다. 캐릭터 비지니스 측면에서 바라보면 인물 하나하나가 다 캐릭터였고, 그들을 통해 스타 마케팅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과거 '무한도전'은 출연자들에게 '유느님' '박거성' '바보형' 등의 별명을 안기며 확고한 캐릭터성을 보여준 바 있다.

정 대중문화평론가는 "리얼 버라이어티쇼 이후에는 리얼리티쇼의 시대로 접어들게 됐다. 흔히 얘기하는 관찰 카메라의 시대인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는 플레이어가 아닌 프로그램 제작자들의 역량에 성공이 달려 있다. 일상을 찍어 어떻게 메이킹하는지에 따라 인기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플레이어 자체에 대한 주목도가 덜해지는 만큼 팬들이 결집되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또한 재미 추구를 위한 프로그램의 자유도가 과거에 더 높았다고 분석했다. "'무한도전' 출연자들은 프로레슬링, 카레이싱까지 다뤘다. 그러나 가학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요소들은 현재의 감수성과는 맞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콘텐츠의 홍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프로그램이 많은 것 역시 현재의 상황에 영향을 미쳤다. 콘텐츠의 힘은 시청자의 입을 거치며 강해진다. 그러나 선택의 폭이 넓은 만큼 시청자 개개인이 보는 프로그램이 겹치기 쉽지 않다. 특정 프로그램이 대화의 소재가 되기 어렵고, 사회생활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봐야 하는 '국민 프로그램'의 탄생도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다. 여러모로 제2의 '무한도전'이 탄생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 예능의 20주년이지만, 아무도 그 배턴을 이어받지 못하고 있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