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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울 또 싱크홀…“지하철공사 주변 8차례, 흙만 채워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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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3일 오전 부산 사상구 학장동의 한 횡단보도에서 가로 5m·세로 3m·깊이 4.5m 크기의 땅꺼짐이 발생했다.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2025.04.13. [부산=뉴시스]


“땅이 왜 꺼졌는지, 주민들이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그 어떤 설명도 해주지 않아요.”
13일 대형 싱크홀(땅꺼짐)이 발생한 부산 사상구 학장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김종천 씨(65)는 “비슷한 지점에서 싱크홀 발생이 반복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전국에서 땅꺼짐 사고가 이어지면서 시민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반이 약해질 수 있는 대형 공사 현장은 더욱 철저한 조사와 보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땅 꺼질까봐 일부러 과속, 집 떠나 있어야하나”

부산사상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40분경 사상구 학장동 횡단보도에 가로 5m, 세로 3m, 깊이 4m 가량 싱크홀이 생겼다. 시민들은 이 횡단보도 주변에서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됐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김 씨는 “혹시 운전 중 땅이 꺼질까봐 일부러 과속해서 횡단보도를 빠져나가는 운전자들도 있다”며 “행정기관은 사고 뒤 땅에 흙만 채우고 다른 안전조치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도로 지하에 묻힌 하수박스로 이어지는 지름 10㎝ 크기의 통신관 연결 부위가 손상됐고, 이곳으로 오랫동안 빗물과 흙이 함께 유입되면서 지하에 빈 공간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애오개역 인근에서도 싱크홀이 발생했다. 지름 약 40cm, 깊이 1.3m 규모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싱크홀 바로 아래 지점을 파내자 지름 60cm 가량의 하수관이 균열이 간 상태로 드러났다. 이 균열과 누수가 싱크홀 원인인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1일 발생한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붕괴 현장 인근 주민들의 불안도 커졌다. 광명시에 사는 신모 씨(52)는 “아파트가 안전하다고 하니 믿고 들어오긴 했지만 아직까지 너무 무섭다”며 “우선 휴가를 며칠 내서 다른 곳에 가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 주변에 지하공사… 공동(空洞) 커지며 붕괴 가능성


최근 싱크홀 사고 지점은 모두 주변에 지하 공사 현장이나 지하철역이 있었다. 명일동은 서울 도시철도 9호선 및 서울세종고속도로 지하구간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사상구는 부산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 근처였다. 마포구 싱크홀은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 2번 출구 인근 도로에서 발생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땅을 수십미터 파고 들어가는 대규모 굴착공사 과정에서 땅 속 구조가 바뀌고 주변 토사가 조금씩 무너져 내리면서 지하에 비어 있는 공간, 즉 공동(空洞)이 만들어진다. 이 공동이 점점 커지면 결국 지상까지 붕괴돼 싱크홀이 생길 수 있다. 김규용 충남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모래나 자갈로 이뤄진 연약 지반일 경우 그 아래 작은 공동이 생기면 지반 침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연약 지반은 굴착공사에 매우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대규모 굴착공사 인근 싱크홀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정밀한 지반조사와 철저한 보강이 이뤄져야 한다. 조원철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근처에 주택을 많이 지었거나 공사를 진행한 적이 있던 곳은 지반이 약해졌을 수 있어 조사를 더 촘촘히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대규모 지하 굴착공사장과 주변에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를 진행하는 등 특별대책에 나선다고 13일 밝혔다. 시는 우선 △지하철 9호선 4단계 건설공사 1∼3공구 4.1km △동북선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 건설공사 1∼4공구 13.4km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공사 1.0km 구간 등을 탐사하기로 했다. 이후 지난해 말 8개 자치구에서 선정한 50개 우선 점검지역 45km 구간에 GPR 탐사도 이달 말까지 진행하고 분석까지 마칠 계획이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광명=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송진호 기자ji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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