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치로 북미 시장에 스마트폰을 수출하는 삼성전자 등 관련 업체들은 한숨 돌렸단 반응입니다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릅니다. 전 세계가 '트럼프의 입'을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대체 어떤 생각으로 '관세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건지, 이 문제 경제부 서영일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서 기자,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벌이는 이유가 뭐죠?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관세 정책을 발표하며 내놓은 구호,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입니다. 지금 미국은 불공정한 무역으로 다른 나라에 약탈당했고, 제조업이 무너지면서 일자리도 사라졌다는 게 트럼프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관세를 부과하면 해외 기업들이 관세를 피해 미국에 공장을 짓게 되면서 제조업도 살아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지난해 12월)
"관세를 제대로 사용하면 미국을 부유하게 만들 것입니다."
[앵커]
트럼프라도 혼자 이런 생각을 했을 리는 없고 누구의 조언에 귀기울인 거라고 봐야 합니까?
[기자]
관세전쟁의 설계자,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선임 고문입니다. 경제학자 출신으로 특히 중국을 미국을 갉아 먹는 기생충으로 표현할 만큼 대중 강경파입니다. 제가 들고 있는 게 나바로가 2011년에 출간한 책인데요.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때문에 미국이 위험해질 거라고 경고하면서 관세로 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했는데요, 집권 1기때부터 나바로의 주장을 정책화하고 있습니다.
[앵커]
트럼프가 관세 전쟁에 이어 환율 전쟁에 나설 거란 관측도 있던데요.
[기자]
트럼프는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면 미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무역 적자를 줄일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적자가 심한 중국에 대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를 높이는 합의에 나설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미국은 지난 1985년 플라자 호텔에서 경제 대국으로 떠오른 일본의 엔화 가치를 높이는 '플라자 합의'를 했는데요. 이번엔 트럼프의 별장인 마러라고가 거론되면서 '마러라고 합의'로 불리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구상에도 일조한 참모가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이번에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으로 발탁된 스티븐 미란입니다. 지난해 11월 내놓은 논문, 일명 '미란 보고서'는 트럼프 경제정책의 나침반으로 불리는데요. 미국의 무역과 재정 쌍둥이 적자를 해결하려면 징벌적 관세로 다른 나라들에 겁을 준 뒤, 환율 전쟁을 해야한다는 내용입니다. 또 미국이 발행하는 국채를 사실상 이자를 주지 않는 장기채권으로 바꿔 적자를 해소하자는 주장도 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결국 관세를 90일 유예하기로 했는데, 트럼프의 관세 폭주를 멈추게 한 요인은 뭐라고 분석합니까?
[기자]
세계 증시뿐 아니라 가장 안전하다고 꼽히는 미 국채시장까지 흔들린 영향이 컸습니다. 이 과정에서 '키맨'으로 등장한 게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입니다. 베센트 재무장관은 조지 소로스가 이끌던 헤지펀드에 몸 담았던 인물인데요. 이번에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관세 폭탄' 대신 중국에 집중하자는 전략을 강조했고, 트럼프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앵커]
일단 관세 유예로 한숨 돌리는 분위기입니다만 트럼프가 또 어떤 폭탄을 던질지, 측근들의 입도 지켜봐야겠네요. 서 기자, 잘 들었습니다.
서영일 기자(01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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