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USA 아이폰’ 불가능한 진짜 이유

10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애플스토어에서 아이폰16이 전시돼 있다. [AFP]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이 아이폰 생산을 미국으로 옮길 수 있다고 믿고 있다.”지난 8일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뜻대로 ‘미국산 아이폰’은 과연 실현 가능할까.

최근 애플이 미국에 4년간 5000억달러(약 714조원)을 투자하고,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리쇼어링 기대를 드러내고 있지만 현실과 거리가 먼 주장에 불과하다고 11일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허황된 이야기”라며 “현실이 될 경우 아이폰 가격은 3500달러(약 510만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산? 보스턴 사람들이 다 아이폰 조립할텐가”

이날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 미국산 아이폰에 대한 기대가 있다며 그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징적인 승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아이폰의 미국 생산은 그가 추진하는 고율 관세 정책과 ‘미국 제조업 부활’이라는 선거 공약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성과가 될 수 있다”이라고 전했다.

홍콩에 위치한 애플스토어 [AFP]

하지만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Made in USA)’ 아이폰은 단기간 내 실현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너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 내 조성된 ‘아이폰 도시’를 대신할 도시가 없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폭스콘 공장을 예시로 들며 “수십만 명의 근로자들이 생활하는 이곳은 학교, 체육관, 병원, 기숙사까지 갖춘 거대한 도시와 같은 조립기지”라고 설명했다.

애플 출신 제조 엔지니어이자 스타트업 창업자인 매튜 무어는 “미국의 어느 도시가 모든 것을 멈추고 아이폰만 조립하겠느냐. 중국에는 애플 공급망에 종사하는 인력만 수백만 명”이라며 “보스턴의 인구가 약 50만 명인데, 도시 전체가 아이폰 조립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 CEO “중국, 더이상 인건비 싼 나라 아냐”…中 생산기지 둔 진짜 이유

중국 내 고급인력을 대체하기도 쉽지 않다. 블룸버그는 “중국에는 숙련된 기계 조작 인력과 수작업 능력을 갖춘 수백만 명의 노동력이 존재하며, 이는 아직까지 미국에서 대체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 역시 2017년 “중국이 더는 인건비가 싼 나라가 아니다”며 단순히 인건비때문에 중국에 공장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애플이 중국에 의존하는 이유는 “한 지역에 고급 기술 인력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며 “중국엔 축구장 여러 개를 가득 채울 만큼의 고급 엔지니어가 있지만, 미국에서는 그런 인원을 한 회의실에 모으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애플은 중국산 아이폰 비중을 90% 이하로 줄였지만 중국을 대체할만한 국가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은 주로 맥북, 에어팟, 애플워치, 아이패드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앞에서 한 관광객이 애플 아이폰을 사용하여 도널드 트럼프 코스프레한 사람과 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

“아이폰 가격 3배 치솟을수도”
전문가들도 비슷한 지적을 내놓고 있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글로벌 기술 리서치 책임자는 “아이폰이 미국에서 생산될 경우 가격이 약 3500달러(512만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에서 생산된 아이폰은 현재 약 1000달러인 가격의 3배가 넘을 수 있다”며 “이는 현재 아시아에 구축된 매우 복잡한 생산 생태계를 미국에서 그대로 재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애플이 전체 공급망 중 단 10%만 미국으로 이전하더라도 약 300억달러와 3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은 당분간 트럼프발 관세전쟁 여파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해법을 모색할 방침이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애플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전세기를 동원해 아이폰 약 150만대를 인도에서 미국으로 공수했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