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불출마 선언을 전후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여러차례 소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 안팎에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한 대행이 출마에 대해 어떤 결단을 내릴 건지에 따라 국민의힘은 물론, '제 3지대' 움직임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정치부 한송원 기자와 좀 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한 기자, 오 시장과 한덕수 대행이 왜 만났을까...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파악이 됐나요?
[기자]
사실 오 시장은 불출마 선언 전부터 한덕수 대행과 몇 차례 소통해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서로 간의 출마 여부나 구상 등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은 걸로 알려졌지만, 불출마 선언 직후인 어제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론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오 시장이 어제 불출마 선언 뒤 했던 말을 보면 어느 정도 유추해 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오세훈 / 어제
"국정 책임지겠다 하는 입장이 되려면 본인의 의지, 본인의 결단으로 국민 여러분들께 제가 나라의 미래를 이런 방향으로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스스로 밝히고"
[앵커]
쉽게 말해 대선에 나올 거면 명확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런 뜻인가요?
[기자]
그런 걸로 보입니다. 오 시장은 한 대행의 성품이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해선 높이 평가하는 걸로 알려졌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당 밖에 있는 한 대행을 추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선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미 경선에 뛰어든 김문수, 홍준표, 한동훈 예비후보도 국정 공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한 대행 출마에 부정적이란 뜻을 밝혔습니다.
[앵커]
가장 중요한 건 한 대행의 생각이잖아요. 실제 출마 가능성 있다고 봐야합니까?
[기자]
분명한 건, 내일과 모레 예정된 국민의힘 경선 후보 등록엔 참여하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다만 한 대행을 만났던 국민의힘 의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출마 여부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기류를 전했습니다. 출마에 대한 물음에 애초엔 "자격이 없다"라고 했었는데, 최근엔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라는 식으로 뉘앙스가 미묘하게 바뀌었다는 겁니다. 물론, 한 대행의 출마를 요구하는 의원들의 바람이 반영된 해석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앵커]
그런데, 한 대행의 출마를 촉구하는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소위 친윤계로 꼽히는 의원들이 많다고 하던데,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기자]
사실 한 대행은 비상계엄 전에 열렸던 국무회의는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 의중이 반영됐다기보단, 의원들의 현실론이 작용한 거란 분석입니다. 탄핵 반대를 강하게 주장했던 주자들은 중도 확장성에 한계가 있는 만큼, 안정감 있는 한덕수 대행으로 판을 흔들어볼 수 있지 않겠느냔 겁니다. 다만 친한동훈계 등에선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공학적 시도라며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앵커]
어쨌든 한 대행이 출마를 결심하면 국민의힘 후보가 아닌 무소속으로 나올 가능성이 큰데, 최종 단일화 여부가 관건이 되겠네요?
[기자]
한 대행 추대를 요구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2002년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노무현 후보가 대선 3주 전에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하면서 '대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던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었죠. 특히 국민의힘 뿐 아니라, 과거 민주당 탈당 인사들이 만든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전 총리,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까지 이른바 '반 이재명 개헌 연대'를 만들 수 있다는 구상입니다. 물론, 한덕수 대행이 출마 결심을 할지, 한다면 추후 유의미한 지지율을 보일 것인지, 또 경선에서 뽑힌 국민의힘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이같은 구상에 동의할 것인지 등 실제 성사까진 변수가 매우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앵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란 말도 있는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한 기자, 수고했습니다.
한송원 기자(song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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