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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24시] 친북 시리아가 한국에 반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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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최근 한국 드라마 두 편을 봤습니다. 아름답더군요."

아스아드 알샤이바니 시리아 외교장관이 지난 2월 수교 등을 논의하기 위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만난 우리 정부 대표에게 전한 말이다. 시리아 내부 인사들 사이에서는 양국 간 수교 추진 소식이 알려진 이후부터 '한국 드라마'와 '한국 발전 모델'이 함께 언급됐다고 한다. 드라마 속 한국의 모습처럼 시리아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라는 평가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한국과 시리아가 공식 수교했다. 한국과 특수관계인 북한을 제외한 모든 유엔 회원국과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했다는 점에서 한국 외교사에 남을 쾌거다. 외교가는 수교 자체도 중요하지만, 수교 추진부터 공식 서명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 데 주목했다. 2월 수교 의사가 확인된 이후 두 달 만에 전격 수교가 이뤄졌다.

시리아의 강력한 수교 의사는 우리 정부조차 놀라게 했다. 정부 대표단은 애초 시리아에 수교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러 다마스쿠스로 갔었다. 그런데 시리아는 긍정적인 반응을 넘어 '환영 의사'를 표명했다. 한국 정부 대표단이 시리아를 방문한 건 22년 만이다. 한 외교관은 20여 년의 물리적 공백을 'K콘텐츠'가 채웠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그 20년 동안 시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북한과 가깝게 지낸 나라였다.

문화 소프트 파워를 기반으로 민주주의 진영의 '대표 홍보대사'가 된 한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시리아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인 스킨십은 전 세계 지정학 구도 속에서도 의미가 있다. 미국 등 서방은 시리아 신(新)정부가 또 다른 권위주의 정권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한국이 교류를 통해 신정부가 민주주의를 견지하도록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북한에는 한국과 시리아의 수교가 공포스러울 수 있다. 우선 독재 아사드 정권이 반군(현 신정부)의 대대적인 공격 10여 일 만에 붕괴됐다. 시리아 국민들은 한류 열풍 영향으로 한국에 매우 우호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한류와 내부 기강 해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김상준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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