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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력 커지는 집중투표제...기업 경영권 '풍전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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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력 커지는 집중투표제...기업 경영권 '풍전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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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성 기자]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일반주주들의 집중투표제 도입 요구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정치권의 행보와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의 관련 안건에 대한 찬성 기조가 강화되면서 기업들도 이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해지고 있다.

정관 개정 및 이사 선임에 있어 주주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면서 밸류업 프로그램, 스튜어드십코드 내실화, 전자투표 의무화 흐름, 소액주주 플랫폼 활성화 등으로 주주총회에서 기관투자자를 포함한 주주 영향력은 계속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는 최근 발간한 '2025 정기주총 리뷰' 보고서에서 집중투표제와 관련된 정관 변경 안건을 올해 정기주주총회 시즌에서 주목할 사항으로 꼽았다.

집중투표제는 1998년 상법 개정으로 국내에 처음 도입됐다. 집중투표에서는 각 주주가 1주마다 선임할 수 있는 이사 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가지고 그 의결권을 특정 또는 일부 이사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으며 최대수를 얻은 후보부터 순차적으로 이사에 선임된다.

따라서 선임하는 이사 수가 많을수록,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지 않을수록 집중투표에서 이사 선임안에 대한 소수주주의 의사가 반영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아진다.

상법 제382조의2에 따르면,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하기 위한 주주총회 소집이 있을 시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집중투표의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주주총회 7일 전까지 회사에 청구할 수 있다.


상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심의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열린 올해 2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범계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에 담으려던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와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이날 소위를 통과한 개정안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이후 상법개정안은 3월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4월 1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며 공포되지 못했다. 사진 = 연합뉴스.

상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심의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열린 올해 2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범계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에 담으려던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와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이날 소위를 통과한 개정안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이후 상법개정안은 3월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4월 1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며 공포되지 못했다. 사진 = 연합뉴스.


그간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추진된 상법개정안(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과 함께 특례법(상장회사 지배구조 특례법)을 별도로 제정해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를 대상으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독립이사(사외이사)도 3분의 1로 확대, 전자주총·현장주총 병행 등의 내용을 담는 안이 추진돼 왔다.

이 가운데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으로 주주를 추가하고, 상장회사에 전자주주총회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은 올해 3월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이에 대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4월 1일 국무회의를 열고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며 공포되지 못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확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아왔지만, 민주당은 이를 통해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인 후진적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고 보며 강하게 밀어붙여 온 만큼 앞으로 추진동력이 매우 강하다는 평가다.


다만,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등 경제계는 1950년 상법 개정해 집중투표제 의무화한 일본이 특정주주 파벌 싸움, 이사회 파행, 자격 미달 이사 선임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의무화를 폐지한 사례 등을 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집중투표, 아직은 임의규정이지만...추진동력 매우 강해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아직까지 집중투표는 임의규정에 그쳐 있다. 이에 회사는 정관을 통해 집중투표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


그러나 서스틴베스트는 보고서에서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국내 주주행동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흐름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어 "집중투표제 도입뿐 아니라 집중투표제의 운영 방식에 관한 정관 변경안들이 상정된 것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2025년 정기주총에 상정된 집중투표제 관련 정관 변경 안건. 자료 = 서스틴베스트.

2025년 정기주총에 상정된 집중투표제 관련 정관 변경 안건. 자료 = 서스틴베스트.


올해 서스틴베스트의 분석대상 기업 가운데 6개사가 집중투표제와 관련해 8건의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했다.

이 가운데 4건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회사에 요구하는 주주제안 안건(율촌화학, 오스코텍, 영풍, 코웨이), 1건은 회사가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안건(코스메카코리아), 나머지 3건은 집중투표제가 이미 도입됐거나 주주제안으로 도입 안건이 상정된 경우 이사 선임에서 집중투표를 적용하는 방식에 관한 정관 변경 안건(오스코텍, 코웨이, KT&G)이었다.

서스틴베스트는 "오스코텍, 코웨이, KT&G의 올해 정기주총에 상정된 집중투표제 운영 방식에 대한 정관 변경 안건들은 집중투표제가 국내에서 뿌리내리기 위한 논의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며 "이러한 논의에서는 집중투표 적용시 회사의 개별 특징을 고려하는 유연성을 가지되 소수주주 권익보호라는 집중투표제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 중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먼저, 서스틴베스트는 집중투표로 이사 선임 시 대표이사 사장과 그 외의 이사를 분리해 투표하도록 하는 KT&G의 정관 변경안(대표이사 집중투표제 배제안건)에 찬성을 권고했다. 이와 관련해 서스틴베스트는 "일반적으로 대표이사는 이사회에서 결정되지만, KT&G의 경우 정관에 의해 대표이사 사장을 이사회가 아닌 주주총회 결의에 의해 선임하도록 하여 주주들의 승인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유구조 측면에서 KT&G는 지배주주가 존재하지 않는 소유분산구조라는 점에서, 집중투표에서 소수주주 권익 보호라는 제도 취지와 달리 일부 주요주주의 영향력이 보다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점들을 종합할 때 이번 KT&G 정관 변경안이 소수주주 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KT&G '대표이사 집중투표제 배제 안건' 주총 통과

방경만 KT&G 신임 대표이사 사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3월 28일 대전 대덕구 본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KT&G 정기 주주총회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방경만 KT&G 신임 대표이사 사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3월 28일 대전 대덕구 본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KT&G 정기 주주총회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3월 26일 열린 KT&G 주총에서 정관 변경안은 통과됐다. 이에 따라 KT&G는 이사를 선임할 때와 대표이사 사장을 뽑을 때를 구분해서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서스틴베스트와 달리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는 대표이사 집중투표제 배제안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수년째 KT&G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행동주의사모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와 국민연금공단 등도 반대 의사를 표했다. 대표이사 선임을 할 때에는 주식 1주당 1표만을 행사할 수 있어서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표이사를 선임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점이 소액주주 권리 강화와 배치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결론적으로 KT&G 주주들은 소액주주 권리 강화보다는 기업 경영의 안정성에 더 가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의 발언권 강화의 효과를 지니는 반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서스틴베스트는 집중투표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분리해 투표하도록 하는 오스코텍과 코웨이의 정관 변경안에 대해서는 집중투표의 취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반대를 권고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분리해 집중투표를 실시할 경우 안건별로 선임하는 이사 수가 줄어들게 됨으로써 주주들이 집중투표로 행사할 수 있는 투표 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소수주주가 지지하는 이사의 선임 가능성을 낮추게 된다"고 지적했다.

오스코텍, '집중투표제 도입' 통과...코웨이는 불발

3월 27일 열린 오스코텍의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를 통해 결집한 소액주주연대가 제안한 집중투표제 도입은 비상근 감사 1인 선임안과 함께 통과됐다.

오스코텍 소액주주들은 이 회사가 지난해 10월 한국거래소에 자회사인 제노스코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자,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제기하며 회사 경영진과 대립해왔다. 주주연대는 제노스코 상장 철회 등을 요구하며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로 15.22%까지 지분을 결집했다.

3월 31일 충청남도 공주시 유구읍 코웨이 본점에서 열린 제36기 정기주주총회. 사진 = 연합뉴스.

3월 31일 충청남도 공주시 유구읍 코웨이 본점에서 열린 제36기 정기주주총회. 사진 = 연합뉴스.


반면 3월 31일 코웨이 정기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주제안한 집중투표제 도입은 불발됐다.

이날 정기주총에서 '정관 일부 변경의 건'(2호) 중 '집중투표제 도입'(2-1호) 의안은 출석 의결권수 대비 46.6%의 찬성을 얻는 데 그쳐 부결됐다.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집중투표제에 관해 엇갈린 의견을 냈다. ISS는 서스틴베스트와 마찬가지로 반대를, 글래스루이스는 찬성을 권고했다.

소액주주 행동주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국내에서 집중투표제에 대한 관심과 인식은 계속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상법상 집중투표에 관한 특례 조항에 따르면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을 주총에서 결의할 때 모든 주주는 의결권을 3%까지만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3%룰'이 적용된다.

코웨이의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은 불발로 그쳤지만, 최대주주 넷마블은 지분 25.1%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에 한해서는 3%를 초과한 의결권은 행사가 제한됐고 팽팽한 긴장감 속에 주총을 치렀다. 61%에 달하는 코웨이 외국인 주주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예측하기 힘든 상태였다.

방법론 달라도 '주주가치 제고' 한목소리...안테나 예민하게 세워야

여당과 야당이 각각 방법론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기업가치 제고 의지와 제도적 보완에 대한 필요성에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감독원도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현황을 철저하게 점검하겠다며 밸류업 강화에 나섰다.

전북 전주에 위치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경. 사진=국민연금

전북 전주에 위치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경. 사진=국민연금


이같은 기조에 국내 주식 큰손으로 불리는 국민연금도 집중투표제에 찬성표를 던지는 경우가 이전보다 더 많아졌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에 따르면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은 기본적으로 집중투표제 도입에 찬성한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은 국내주식 의결권 행사 세부기준 내 정관변경 세부 조항에 "정관에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안에 반대하고, 집중투표제 배제조항을 삭제하는 안에 찬성한다. 다만,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할 수 있다"라고 명시했다.

결과적으로 집중투표제 도입안건에 있어서만큼은 일반주주, 소액주주연대, 행동주의펀드가 이길 확률이 낮지 않은 것이다.

자료 =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자료 =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이에 기업들도 집중투표제 의무화 및 이와 관련한 소액주주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안테나를 더욱 예민하게 세워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서스틴베스트는 보고서에서 "집중투표제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집중투표제 운영에 관한 기업들의 실무 경험이 축적되면서 향후 주주총회에서 이와 관련한 다양한 안건들이 상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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