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스마트폰, 반도체 등에 대한 상호관세를 면제하며 중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하는 애플 등 미 거대 기술 기업이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미국에선 가격 상승 두려움에 아이폰 '패닉 바잉(공포로 인한 구매)'까지 나타나고 있던 상황이다. 이번 조처가 중국과의 긴장 완화 손짓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국, 대만 등 아시아 반도체 기업들도 수혜를 볼 전망이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11일(현지시간) 밤 10시36분께 공지를 통해 주요 전자제품이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컴퓨터, 반도체 제조 장비 등에 대한 관세가 면제된다. <로이터>,
관세 면제로 중국에서 아이폰 대부분을 생산하는 애플, 반도체 생산을 대만에 의존하는 엔비디아 등 해외에 주요 생산 기지를 둔 미 거대 기술기업들의 숨통이 트이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면제 조치가 지속된다면 "트럼프 정부에서 기술 업계의 첫 승리"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애플이 수년 간 인도로 생산 다각화를 위해 노력했음에도 여전히 아이폰의 80%가 중국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100%가 넘는 관세를 부과하며 애플 주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달 2일부터 8일까지 일주일 만에 23% 폭락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의 보복, 맞보복이 이어지며 미국의 중국 관세는 최소 145%, 중국의 미국 관세는 125%까지 치솟은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백악관이 전자제품에 대한 이번 상호관세 면제가 펜타닐 등 명목으로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앞서 부과한 관세 20%엔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중국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 두려움으로 미국에선 아이폰 구매 열풍이 일기도 했다. 12일 <뉴욕타임스>(NYT)는 미 카드 결제 분석사 어니스트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애플에 대한 소비자 지출이 최근 몇 달 평균보다 20% 가량 늘었다고 전했다. 신문은 미국 소비자들은 "10년 넘게 애플이 신제품을 공개하는 9월부터 아이폰을 구매해 왔지만 트럼프 관세로 인해 아이폰 구매 시기가 4월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미 딥워터자산운용의 매니징파트너인 진 먼스터가 "(소비자들의 애플 제품) '패닉 바잉'과 투자자들의 (애플 주식) '패닉 셀링(공포에 질린 매도)'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며 "이 회사를 지켜본 20년간 가장 큰 혼란"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가 협상을 서두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중국에 내미는 손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영국 경제분석회사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북미 수석경제학자 폴 애시워스가 이번 면제가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을 부분적으로 완화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에 면제된 품목이 미국의 중국 수입품 규모의 거의 4분의 1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기업들도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 CNN 방송은 "반도체와 마이크로칩은 비용 절감을 위해 아시아 지역 공장에 많이 아웃소싱되는 품목 중 하나"라며 이번 면제가 대만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 및 한국의 삼성과 SK하이닉스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뉴욕타임스>는 애시워스가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 또한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기술 기업의 미국 생산 이전 추진은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관세에도 애플이 생산을 미국으로 옮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이번 면제 안도감이 단기적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12일 백악관 관계자는 반도체 등에 대한 새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조사를 "곧"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해 "월요일(14일)에 답하겠다. 매우 구체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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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의 한 애플 매장에 아이폰16이 진열돼 있다. ⓒAFP=연합뉴스 |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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