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중국에 홍콩 반환 이후 첫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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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반환 27주년 기념식에 나부끼는 오성홍기들 |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영국 하원의원이 홍콩으로 신생아인 손주를 보러 방문하려다 입국을 거부당했다고 영국 일간 선데이타임스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영국 자유민주당 소속 웨라 홉하우스(65·여) 하원의원은 지난 10일 홍콩에 도착했다가 입국을 거부당하고 5시간만에 강제 출국했다.
영국 하원의원의 홍콩 입국이 거부된 건 영국이 1997년 홍콩을 중국에 반환한 이후 첫 사례로 알려졌다고 선데이타임스는 짚었다.
홉하우스 의원의 여권을 압수한 채 직업과 방문 목적 등을 묻던 공항 보안요원들은 수하물 검색과 마약 검사까지 실시했다고 한다.
입국장에서 기다리던 아들을 만나보지도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했던 홉하우스 의원은 "충격을 받아 거의 눈물을 흘릴 뻔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입국이 거부된 이유를 설명받지는 못했지만 자신이 중국의 인권문제를 감시하는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20여개국 의원 단체인 '대중국 의회간 연합체'(IPAC) 소속이란 점이 배경이 됐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홉하우스 의원은 과거 홍콩의 언론 자유 탄압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적도 있다. 다만 의회 내 대중 강경파로 분류되지는 않으며 중국의 신장 위구르족 탄압 문제 등 현안에 대해서도 두드러진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편 홉하우스 의원과 달리 사업가인 남편은 입국이 허용됐지만 홍콩에 머무르는 대신 아내와 함께 귀국하는 방안을 택했다고 선데이타임스는 전했다.
이들 부부는 2019년부터 홍콩 현지 대학에서 강의를 해 온 아들 부부와 생후 3개월된 손자를 만나러 홍콩을 찾았다.
홉하우스 의원은 "나는 '3개월 전 태어난 손자를 만나고 싶고 안아주고 싶을 뿐이다. 그게 무슨 문제냐'라고 말했다"면서 그런데도 입국거부 결정이 났고 이유를 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영국 자유민주당의 에드 데이비 대표는 데이비드 래미 외교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주영 중국 대사를 초치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영국 의원과 그 가족이 왜 그렇게 끔찍한 대우를 받았는지에 대한 완전한 설명을 들어야 한다"면서 "영국은 중국 정부가 우리 의원들을 겁박함으로써 우리 민주주의를 훼손하려 시도하도록 놓아둬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토니 라다킨 영국 국방참모총장이 2015년 이후 영국군 수장으로선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하고, 더글러스 알렉산더 무역정책부 장관이 베이징을 찾는 등 영국 노동당 정부가 중국과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가운데 벌어졌다.
선데이타임스는 "홉하우스에 대한 (중국의) 대우는 의원들을 분노시키고 중국과 더 가까운 관계를 조성한다는 키어 스타머 총리의 결정에 대한 의구심에 재차 불을 붙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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