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연출작 선보여…소재는 접대 골프
"지위 막론하고 목숨 걸고 게임을 하는 상황들로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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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겸 배우 하정우가 영화 '로비'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쇼박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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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하정우가 10년 만에 감독으로 돌아왔다. 광활하지만 은밀한 골프장에서 접대하며 벌어지는 여러 상황에 자신의 장기인 말맛과 티키타카를 담은 '로비'로 관객들을 사로잡겠다는 각오다.
하정우는 지난 2일 영화 '로비' 개봉을 기념해 서울 강남구 쇼박스에서 <더팩트>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달 25일 급성 충수돌기염 소견으로 응급 수술을 진행하며 그날 기자간담회에 불참했었던 그는 "건강 회복 중"이라며 "원래 술을 마시면서 이 시기를 보내야되는데 강제 금주하고 있다"고 근황을 알리며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작품은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 분)이 4조 원의 국책 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롤러코스터'(2013)와 '허삼관'(2015) 이후 10년 만에 연출작을 선보이게 된 하정우는 "VIP 시사회는 호의적으로 영화를 본 사람들이기 때문에 오늘부터 시작이다. 오늘부터 반응이 나올 것"이라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하정우는 막대한 예산의 국책 사업권을 따기 위해 인생에 오직 일과 연구밖에 없으며 골프는 관심조차 가져본 적 없는 창욱 역을 맡아 감독이자 배우로서 작품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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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는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이 4조 원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하정우의 세 번째 연출작이다. /쇼박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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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그는 골프장에서 사생활 보호를 받으면서 플레이가 이루어지는 걸 보고 블랙코미디적인 요소에 적합한 배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라 늘 한 발짝 떨어져 CCTV처럼 상황을 바라본다는 그는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각자 다른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 스탠드를 끌고 복도를 걷고 있는 걸 보는데 나이와 성별을 막론하고 살려고 걷는 게 인상적이더라. 아픈 와중에도 그런 시선으로 관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접대 골프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도 밝혔다. 하정우는 "모든 사람이 골프장에 올 때 늘 '최고의 스코어를 낼 수 있는 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이구동성으로 '컨디션이 안 좋다. 어디가 아프다' 등 밑밥을 깐다"며 "그리고 지위를 막론하고 목숨을 걸고 게임을 하면서 기분을 나빠하는 등 감정 표시를 하는 상황들이 웃기더라. 이걸 영화로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비운의 명작'으로 회자되는 '롤러코스터'의 정신과 철학을 계승하면서도 당시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려고 노력했다는 하정우다. 그렇다면 시간이 흐른 후 자신이 만들었던 작품을 다시 봤을 때 어떠한 아쉬운 부분이 있었고, 이를 '로비'에 어떻게 반영한 건지 궁금해졌다.
"제작적인 측면에서는 회차가 너무 적었어요. 예산이 너무 없었고 준비도 덜 됐었죠. 작품의 축이 되는 드라마도 너무 약했어요. 상황들을 이어 붙이면서 연결했었죠. '로비'는 극의 중심이 잘 흘러가기를 원했어요. 창욱이가 접대하게 되고 어떠한 결말을 맺는 줄기를 바로 세워놓고 인물과 상황을 배치하는 형태로 만드는 게 첫 번째 계획이었어요. 이게 다른 점이죠. 드라마가 더 부각되느냐 덜 부각되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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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오른쪽)는 막대한 예산의 국책 사업권을 따기 위해 인생에 오직 일과 연구밖에 없으며 골프는 관심조차 가져본 적 없는 창욱으로 분해 감독이자 배우로서 작품을 이끈다. /장윤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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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로비'는 하정우를 비롯해 김의성 강해림 이동휘 곽선영 박병은 강말금 최시원 등으로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을 구축해 화제를 모았다. "괴상하고 이상한 게 있더라도 일상처럼 연기해 달라"고 주문했다는 하정우는 메가폰을 잡은 감독의 입장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그는 실무 책임자인 베테랑 공무원 최실장으로 분해 전작들의 비호감들을 다 뛰어넘는 비호감 캐릭터를 탄생시킨 김의성에 관한 두터운 신뢰를 내비쳐 관심을 모았다. 그러면서 일명 '개저씨'로 통하는 최실장이라는 캐릭터를 설정한 이유도 전했다.
"빌런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인물이 있길 바랐어요. 어느 모임에 가더라도 불편한 사람이 한 명쯤은 있잖아요. 저희도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극단적인 캐릭터를 고민하다가 '개저씨'까지 가게 된 거죠. 진프로와 대척점에 있으면서 괴롭힐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자신의 세계에 갇혀서 스스로를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남자인데 의성이 형은 그러지 않으니까 '개저씨'를 잘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리딩하는 걸 보면서 너무 기뻤고 재밌었어요."
진프로 역을 맡아 이번 작품으로 스크린 데뷔를 한 강해림을 캐스팅한 이유도 전했다. 진프로와 어울리는 배우를 찾을 때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는 하정우는 "여러 배우를 떠올렸지만 다 너무 능숙한 아우라를 뽐낼 것 같더라"며 "그래서 신선하고 풋풋한 느낌의 강해림을 선택했다. 처음 만났을 때 연기보다 골프 폼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최시원이 연기한 마태수는 배우 최민수를 모델로 삼은 것이라고. 최민수의 인터뷰를 다 찾아보면서 캐릭터를 구축했고 이름도 '모래시계'의 박태수(최민수 분)에서 따왔다는 하정우는 "마태수는 연예인 같은 느낌의 인물이라서 처음부터 아이돌 출신 배우를 생각했고 최시원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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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는 "'로비'도 '롤러코스터'처럼 회자되고 기억되는 좋은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쇼박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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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식을 연기하며 신스틸러로 활약한 엄하늘에 대해서는 "딱 보자마자 우리 영화에 나왔으면 좋겠다는 본능적인 생각이 들었다. 너무 신비로웠고 단편 연출을 하는 등 여러 이력을 갖고 있어서 더 흥미로웠다"며 "저희가 알고 있는 연기의 표현을 뒤집어 놓는 놀라운 배우였다. 그래서 그 친구를 만나고 호식이 분량이 늘어났다. 왠지 모르게 신선하면서도 의뭉스러운 느낌이었다"고 극찬했다.
'롤러코스터'에서 '어디예요 여기예요?'라고 외치며 관객들의 웃음을 책임진데 이어 '로비'에서도 네 명의 캐릭터를 소화한 이지훈의 활약도 돋보였다. 그러자 하정우는 "보험 같은 것"이라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날 하정우는 골프 접대를 소재로 한 영화를 기획하게 된 계기부터 배우들을 캐스팅한 과정, 편집으로 인해 다 담기지 않는 내용 등 '로비'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취재진에게 들려줬다.
그러면서 전작들의 아쉬운 부분을 보완하고 10년 만에 연출작을 선보이게 된 하정우는 감독으로서 완성본에 관해 "많이 쓰면 늘 수밖에 없다. 재만 잘 선택하면 계속 발전된 작품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발전할 수밖에 없다. 좋은 작품이 있어야 좋은 감독도, 좋은 배우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바라봤다.
또한 감독 하정우의 스타일에 관해서는 "저는 빨리 쓰고 판단하는 스타일이라서 버전이 엄청 많다. 또 제가 읽는 것과 남의 입을 통해서 듣는 것은 엄청 차이가 나서 리딩을 많이 했다. 친구들한테 대본을 돌리면서 모니터도 많이 한다. 이를 계속 수정해 나간다. 그런데 사실 처음 읽을 때를 믿어야 되는 것 같다. 성형수술과 똑같다. 계속하다 보면 부자연스러워지지 않나. 처음을 믿어야 된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끝으로 하정우는 "'롤러코스터'가 시간이 지나서 회자되는 만큼 '로비'도 회자되고 기억되는 좋은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 또 배우들 각자의 필모그래피에 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치면서 "'윗집 사람들'(가제)은 촬영을 끝냈고 4월 말에 편집을 시작할 것 같다. 6월에도 드라마 촬영을 시작해서 이참에 술을 끊을까 생각 중"이라고 앞으로의 계획도 짧게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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