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걸어가는 것도 버겁습니다.
단 몇 주 사이 국토 3분의 1이 잠기고 이재민 3,300만 명이 발생했습니다.
'성서에나 나올 법한 홍수'로 파키스탄을 초토화 시킨 것은 다름 아닌 '몬순 우기'
매년 6월에서 9월 사이 돌아오는 여름철 몬순은 농부들에게 필수적인 단비지만
최근 몇 년 간 지구온난화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더 오래, 그리고 더 강하게 발생했습니다.
삶의 터전인 마을과 건물은 물론, 먹고살아야 할 농경지도 망가뜨렸습니다.
생계가 어려워진 가정은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딸을 결혼시켜 가난을 해결합니다.
13살 소녀는 단돈 155만 원을 받고 이름도 모를 나이 많은 남성에게 팔려갔습니다.
사람들을 웃게 해 주던 단비, 몬순.
이제는 어린 소녀들을 지옥으로 몰아넣는 악마가 되어버렸습니다.
"너의 결혼이 정해졌다."
2022년 홍수로 모든 것을 잃은 부모님의 마지막 선택은 어린 딸을 시집보내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겨우 15살이 된 아시파.
원래대로라면 학교를 다닐 나이지만 갓난쟁이를 품에 안은 엄마가 되었습니다.
학교를 다니던 꿈 많은 소녀 라지 또한 몬순 폭우 피해자입니다.
먹고 살길이 막막해지자 부모는 돈을 받고 딸을 얼굴도 모르는 남성과 결혼시켰습니다.
망가진 영토 대신 팔리는 소녀들.
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요?
매년 6월 하순에서 9월 사이에 발생하는 여름 몬순.
습한 바람이 바다에서 대륙으로 불어와 파키스탄을 포함한 남아시아에 많은 비를 내립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최근 이 몬순의 변동성이 극심해졌습니다.
지구 온난화 때문인데요.
뜨거워진 바다가 내뿜은 막대한 양의 수증기가 육지로 이동하면서 지역적으로 극한 홍수를 일으키는 '괴물' 몬순이 발생한겁니다.
그 영향으로 삶의 터전이 망가졌고 사람들은 전 재산을 잃었습니다.
당장 한 입이라도 줄여보고자 신부를 돈 받고 파는 기형적 결혼이 증가했습니다.
약 64만 명의 10대 소녀들이 조혼 위험에 처하면서 현지에서는 '몬순 신부'라는 말까지 생겼을 정도입니다.
지난 2023년,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900만 명의 소녀들이 기후 재난과 조혼의 위험에 놓이고 조혼의 60% 이상이 기후 위험이 높은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연구팀은 극단적 날씨가 조혼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합니다.
홍수뿐만 아니라 고온과 가뭄, 사이클론도 조혼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겁니다.
실제로 방글라데시에서 폭염이 30일 이상 지속된 해에 11~14세 소녀의 조혼 확률은 50%, 15~17세 소녀의 조혼 확률은 30% 더 높았습니다.
결혼 그다음은 더 심각합니다.
라지처럼 교육과 단절되고, 신체적 성적 폭력 위험에 노출됩니다.
성숙하지 않은 몸으로 출산하다 보니 아기와 산모의 생명이 위험해지기도 합니다.
출산 이후에도 각종 합병증과 후유증에 시달려야 하죠.
'법으로 조혼을 금지시키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드는데요.
조혼 확률이 높은 나라들은 전쟁이나 재난으로 피해가 발생해도 통제가 불가능한 취약국이 대부분이다 보니
법으로 금지시킨다 한들 당장 먹을 것이 없는 현실 앞에선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지구온난화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은 이미 곳곳에서 대두되고 있습니다.
가마솥 더위, 역대급 한파.
매년 달라지는 날씨는 우리도 피부로 느낄 수 있죠.
그런데 이 기후 위기가 조혼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알고 계셨나요?
'잉거 애싱' 세이브더칠드런 대표는 말합니다.
"기후 위기를 여성 인권에 대한 비상사태로 인식해야 한다"
전 세계가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을 모색 중이지만, 여아가 직면한 성적 폭력과 인권에 대한 논의는 아직 미미한 수준입니다.
나의 일이 아니라 보지 못한 거라면 이제 직시해야 합니다.
기후 위기 해결은 물론이고 아동 권리 증진을 위한 범 국제적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이 어린 소녀들의 지옥은 끝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YTN digital 윤현경 (goyhk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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