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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우리의 적”... 트럼프를 움직이는 ‘3가지 생각’ [송의달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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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의달 LIVE]
“중국의 지도자들은 만면(滿面)에 웃음을 띠고 우리를 대하고 있지만 중국은 절대 우리의 친구가 아니다.(Despite all the happy talk in Washington, the Chinese are not our friends)”

“중국이 보기에 우리(미국)는 너무 순진하고 또 잘 속아 넘어가는 멍청한 적(敵)이다.(China sees us as a naive, gullible, foolish en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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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AFP 연합뉴스


◇“중국은 절대 우리의 친구가 아니다”

이 두 문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16번째 저서인 에서 한 말이다. 65세이던 2011년에 그가 쓴 200쪽 남짓한 이 책은 그의 세계관과 중국에 대한 관점·대응법을 명징(明澄)하게 담고 있다.

트럼프가 이달 2일 시작한 관세 전쟁에 대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포기’ ‘자해(自害) 행위’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하지만 그가 동맹국까지 포함한 관세전쟁을 왜 벌이고 ‘중국 때리기’에 왜 진심인지 이유를 알아야 비판은 적실성(適實性)을 가질 수 있다. 이 책에는 15년째 그를 움직이는 세 가지 ‘깊은 생각’이 관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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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1년에 낸 영문판 책(왼쪽) 9쪽에서 "나는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지지한다(I'm for free and fair trade)"고 밝혔다. 그가 자유무역을 반대하거나 해체하기는커녕 더 공정하게 강화하려 한다는 방증이다. 이 책은 2017년에 <트럼프, 강한 미국을 꿈꾸다>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됐다./Amazon, 미래의 창


◇①미국, 더이상 ‘호구’ 노릇 안 한다

세계에 대해 트럼프가 갖고 있는 생각은 ‘미국이 세계의 호구(虎口·어수룩하게 이용만 당하는 사람 또는 국가) 노릇을 해왔다’는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당시 40년 비즈니스맨 삶을 마감하고 정치 활동을 향한 출사표(出師表) 성격으로 낸 이 책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매일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미국이 온갖 국가한테 바보처럼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계의 호구로 전락했구나 하고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미국은) 세계의 경찰이라는 허울좋은 핑계로 이런저런 치다꺼리는 다 하면서도 고맙다는 말을 듣기는커녕 실속 없이 남 좋은 일만 실컷 한다며 조롱만 받고 있다. 다들 그렇게 느끼고 있지 않은가!(Every day in business I see America getting ripped off and abused. We have been a laughingstock, the world’s whipping boy, blamed for everything, credited for nothing, given no respect. You see and feel it all around you, and so do I)”


그는 “지금 현재 미국인 일곱 명 가운데 한 명이 푸드 스탬프(food stamp·정부가 빈곤자 구제를 위해 나눠주는 식품 교환권)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라며 이렇게 밝혔다.

“그러나 우리는 지나치게 오랫동안 다른 국가에 이용 당해왔고 괴롭힘을 당해왔다(But for too long we’ve been pushed around, used by other countries). 그리고 국가 부채를 얼마나 빨리 늘리느냐, 또 자신들에게 득(得)이 되는 국가 사업에 세금을 얼마나 많이 들어붓느냐로 성공 여부를 가늠해온 정치인들 때문에 미국 국민만 푸대접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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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흑인 미국 시민이 푸드 스탬프의 일종인 푸드 쿠폰을 들어 보이고 있다. 푸드스탬프(Food Stamp)는 미국의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대해 식료품 구입비를 지원하는 사회보장 프로그램의 하나다./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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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2025년 2월 13일 브뤼셀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에서 동맹 회원국 대표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그 어느 누구도 미국을 호구(sucker)로 삼으려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경제적으로 충분한 능력이 있는 나토 회원국들이 안보와 국방을 미국에 지나치게 많이 의존하고 있는 것을 비판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sns

그는 그러면서 “중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은 미국을 상대로 돈을 뜯어가고 있다. 이대로 내버려두기에는 지금 우리의 상황이 너무도 위험스럽다. 지금 이 시점은 말할 수 없이 중차대하다”며 “지금과 같은 길 위에 계속 있다면 미국은 절대 다시 부강해질 수 없다(There’s no way America can become rich again if we continue down the path we’re on)”고 했다.


9년 새 두 배된 국가부채...하루 이자만 4조원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로 상징되는 세계 무역 질서와 미국이 동맹국들의 안보를 책임지고 도와주는 구조에선 미국이 계속 힘들고 가난해진다는 진단이다. 미국의 실상(實相)은 그의 주장이 과장(誇張)이나 허풍(虛風)이 아님을 증명한다.

단적으로 그가 이 책을 출간한 2011년 말 14조 달러대였던 미국의 국가부채(national debt)는 2015년 18조 달러, 2024년 36조 달러를 넘었다. 불과 9년 만에 두 배로 불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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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가부채는 2015년 18조 달러에서 2024년 11월 36조 달러를 돌파하며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이는 미국이 1976년부터 2024년까지 49년 연속 무역 적자 수렁에 빠져 있는데다가, 방만한 정부 지출 등으로 2조달러 안팎의 연방 재정 적자가 매년 추가되고 있어서다. 미국은 국가부채 이자를 갚기 위해 올 들어 매일 30억달러(약 4조 3000억원)를 쓰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가부채에 따른 총 이자비용은 1조 달러를 넘어 연간 총국방비 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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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기준 미국이 갖고 있는 36조 2000억달러의 국가 부채는 세계 경제력 기준 2~6위인 중국, 독일, 일본, 인도, 영국 등 5개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를 합한 것과 맞먹는다./자료=Peter Peterson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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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 왼쪽)이 2011년 10월 18일 백악관 ‘올드 패밀리 다이닝 룸’에서 만찬에 앞서 후진타오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 공손한 자세로 서로 인사하고 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외국 국가정상을 위한 사상 최초의 '사적(私的) 만찬’을 베풀며 후진타오를 환대했다. 두 정상은 회담록 작성 없이 양국 관계의 상황과 발전 방향 등을 논의했다./조선일보DB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이 다른 접근법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후진타오 중국 공산당 총서기를 만나 점잖고 공손한 말만 하는 버럭 오바마 대통령 사례를 들면서 유약(柔弱)한 ‘부디 제발 외교(Pretty Please Diplomacy)’로는 미국의 국력과 위상이 더 추락할 뿐이라고 했다. 그의 말이다.

“미국이 부(富)와 영광을 되찾으려면 다른 나라에 거칠고 강경해야 한다.(Restoring American wealth will require that we get tough) 미국을 더 강하고, 안전하고, 더 자유로운 국가로 만들고, 상대 나라가 아니라 우리 조국에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이 필요하다.”

동맹국에 무임승차 중단·국방비 증액 요구

이 대목에서 트럼프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주한미군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이 조국인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한국은 미군이 자국을 방어해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미국)가 더러운 일을 하도록 요청할 필요가 없다(But they don’t need us to do their dirty work). 한국은 스스로 60만~70만명의 군대를 갖고 있다. 그런데도 왜 2만 8500명의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가? 한국은 왜 (주한미군 관련된) 비용을 전부 부담하지 않는가(Why isn’t South Korea footing the whole bill for our defending them)? 현재 그들은 비용의 일부만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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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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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10일 경기 평택시 팽성읍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정찰기 RC-12X 가드레일이 이륙하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 들어 처음 실시된 '자유의 방패'(FS·프리덤실드) 한미연합 훈련의 일부다./뉴스1


이와 관련해 수미 테리 전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5월 “트럼프가 2024년 초까지 ‘주한미군 유지 비용을 왜 미국이 부담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125차례 제기했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집권 1기에 주한미군 방위비 부담금을 50억 달러로 늘릴 것을 요구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그는 올들어 일본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 대만에 대해 GDP의 3%, 5%, 10% 수준으로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행동은 ‘잘 사는 동맹국들의 안보 무임승차(free riding)’와 ‘호구 노릇하는 미국’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14년 전 문제의식에서 연원한다.

◇②중국을 거칠고 강하게 다루라

트럼프는 21세기에 활동하는 미국 정치인을 통틀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심각하게 중국 위협론을 제기하면서 대응법을 고민한 인물이다.

그는 이 책에서 “중국의 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막강(莫强)하다. 중국의 경제력이 얼마나 대단한 위력을 발휘할지, 그 위력이 미국 경제에 얼마나 큰 손해를 끼칠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미국의 최대 위협 세력으로 중국을 꼽았다. 트럼프의 말이다.

“중국 경제는 7년 마다 2배로 성장하고 있으며 매년 3000억달러씩 대미 무역 흑자를 내 3년 마다 우리 돈을 1조 달러씩 챙겨간다. 중국은 지금 세계 제일의 제조국이자 수출국이 됐다. 지난 30년 동안 중국 경제는 매년 9%에서 10%의 성장률(※2011년 기준)을 기록했다. 2011년 1분기에만 중국 경제는 9.7%의 성장률을 기록한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은 1.9%였다. 이는 국가적 수치(羞恥)다.(It’s a national disg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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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경제력 이용해 美 붕괴 시도하는 중국

그는 “중국은 미국 인구의 네 배에 해당하는 인구와 매년 700만명씩 배출되는 대학생, 수학·읽기·과학 성적 세계 1위인 우수 인력 등을 군사 및 무기 산업 부문에 투입해 스텔스 전투기, 최첨단 공격용 잠수함, 정밀 방공 시스템, 첨단 우주 방어시스템 개발과 탄도 미사일 비축 같은 군사·무기 산업을 키우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중국은 산업 스파이 행위와 사이버 전쟁, 미국 제조업 기반 붕괴 시도, 환율 조작 등 세 가지 위협을 가하고 있다. 2009년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이버 테러(cyber terror)를 통해 누군가가 3000억 달러가 투입된 통합 전투기 프로젝트에 관한 극비 정보를 빼내갔다고 전했다. 미 당국자는 사이버 테러를 자행한 국가로 중국을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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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5년 3월 25일자에서 "중국의 사이버 해킹 역량이 더 거대하고 우수하고 비밀스럽게 발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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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FBI가 홈페이지에 지명수배해 놓고 있는 스파이 혐의 도주자 명단. 18명 가운데 9명이 중국인이다./FBI홈페이지


그러면서 트럼프는 “우리의 자식들 더 나아가 우리 후손의 미래를 파괴하는 자들이 ‘적(敵)’이 아니라면 대체 누가 적이란 말인가? 나에겐 그것이 ‘적’”이라며 새로운 대응법을 제안했다.

“해법은 있다. 강하고 거칠게 나가라!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라(Here’s the solution: get tough! Slap a 25 percent tax on China’s products). 기업하는 사람 중에 광대한 미국 시장에 등 돌릴 사람은 거의 없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이런 확실한 패를 쥐고 있는데 왜 저자세(低姿勢)로 나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 강경한 자세로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의 기만(欺瞞) 행위로 발생했던 무역 적자를 해소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에 위해(危害)적인 국가”

이런 신념을 견지해온 트럼프는 2018년 7월 중국의 대미 수출품 500억 달러 어치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시작으로 대(對)중국 무역 전쟁을 점화했다. 2017년 중국의 경제력(GDP 기준)이 미국 대비 역대 사상 최고인 66%로 치솟은 바로 다음해였다.

올해 4월 9일 트럼프가 중국을 제외한 56개국에 대해 상호 관세를 90일 동안 유예하고 중국에 대해선 145% 관세율을 매긴 것 역시 ‘중국은 미국에 위해(危害)적인 국가“라는 확고한 세계관에 기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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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이 2025년 4월 9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X'에 올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 중국에 125%까지 보복관세, 그외 국가들에게는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한다는 내용이다./X


다만 14년 전에 비해 중국 경제가 커지고 관세 내성(耐性)이 생겼으므로 당시(25%)보다 훨씬 높은 관세를 이번에 때린 것이다.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 적자는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계기로 폭증했다. 중국은 이후 대미 직접 수출을 줄이고 멕시코·베트남·태국 등으로 우회 수출을 늘렸다. 그러나 대중 무역 적자는 2022년에 3829억 달러로 미국 건국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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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최근 중국이 대미 무역 기지를 아세안과 멕시코 등으로 다변화함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직접 대미 무역 흑자는 연간 3000억 달러에 이른다./자료=미국 상무부


중국을 실질적인 미국의 주적(主敵)으로 못박은 트럼프의 관점은 후임 조 바이든 정부도 그대로 승계했다. 로버트 라이트 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023년 낸 저서 에서 “중국과의 무역은 미국의 힘을 약화시키고 끊임없이 미국의 행동을 왜곡시키는 아킬레스 건(腱)”이라며 “미국은 상품 교역 적자 형태로 중국에 지금까지 6조 달러의 부(富)를 넘겨줬다. 미국과 중국 경제의 전략적 디커플링(de-coupling·분리)을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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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라이트하이저(78)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그가 76세이던 2023년에 출간한 저서/조선일보DB


◇③불편한 美 현실 직시하고 행동하라

미국이 당면한 국가 현실과 중국의 심각한 위협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해결하려 노력한다는 측면에서 트럼프는 거짓말, 허풍·과장과 거리가 먼 진지(眞摯)한 정치인이다. 오히려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직시하는 ‘현타주의자(현실을 제대로 깨닫는 사람)’적 생각과 세계관의 소유자라 볼 수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중국에 기만당해왔다. 사업하면서 만나봤던 중국인 중에는 오바마가 왜 중국 정부에 그렇게 놀아나는지 모르겠다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강경하게 나가는 협상가라야 중국을 제압할 수 있다(A tough negotiator can make the Chinese back off). (중략) 중국은 우리의 친구가 아니다. 그들은 우리를 적으로 생각한다. 백악관 사람들은 하루빨리 정신을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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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2011년 10월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 그는 "중국이 우리의 국가안보와 기업 비밀을 훔치고 있는데 왜 우리는 한가하게 앉아만 있는가? 중국은 우리의 친구가 아니라 적이다"고 강조했다./sns

◇“강경하게 나가야 중국 제압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정치 지도자란 사람들은 제발 현실을 직시하기를 바란다. 우리가 넋 놓고 있으면 우리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중국이 우리 주머니를 탈탈 털어갈 것이다. 우리가 우리 것을 지키지 못하는데 가져가는 사람만 탓할 수 있겠는가?(The Chinese will take and take and take until we have nothing left-and who can blame them if they can get away with it)”

트럼프는 미국 지도부가 중국의 잘못된 행태를 고치지 못한다면, 미국의 후손(後孫)들이 큰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말이다.

“다가올 수 년 내에 우리의 자녀들이 중국의 위협을 직면하게 된다. 우리가 중국에 맞서 그들이 공공연히 우리의 군사 및 기술 분야의 기밀을 훔쳐가는 것을 막지 않는다면 우리의 다음 세대(世代)가 비참(悲慘)해질 것이다. 중국이 우리의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순진하거나 무능하거나 아니면 둘 다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은 중국에 맞서려는 의지(意志)를 가진 대통령이다. 중국에 고개 숙여선 안 된다.(All we need is a president willing to stand up, not bow down, to 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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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온라인 뉴스 전담 군인들이 충칭시에 있는 군 부대에서 집단 작업하고 있는 모습. 2013년 촬영된 사진이다./AP연합뉴스

그는 중국을 ‘미국의 적’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중국과 화해해 함께 행복하게 동행하는 미래를 희망했다.

“중국은 우리의 적(敵)이다. 우리도 지금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 우리가 제대로 일한다면, 중국은 미국을 완전히 새롭게 존경하게 될 것이다. 그후에 우리는 중국과 친구로서 행복한 미래로 함께 여행할 수 있다.(China is our enemy It’s time we start acting like it and if we do our job correctly, China will gain a whole new respect for the United States and we can happily travel the highway to the future with China as our friend)”

◇“물렁물렁한 대통령은 국가에 누(累) 된다"

이를 위해 트럼프는 “중국에 강경하게 나갈 수 있는 사람, 중국의 술수(術手)에 휘둘리지 않는 단호하고도 능수능란한 협상력을 지닌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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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주식회사'의 조지 로스 수석 부사장이 2006년에 쓴 책 <트럼프 스타일 협상>. 트럼프 대통령이 서문을 썼다./Amazon

“우리가 그간의 물렁물렁한 태도를 버리고 강하게 나간다면 미국은 다시 부자 나라가 돼 존경받을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최고 협상가(chief negotiator)이자 거래 성사자(deal-maker)이다. 대통령이 강한 협상가로서 올바른 거래를 한다면, 미국은 승리한다. 반대로 상대에 눌려 국가에 누(累)가 되는 방향으로 거래하면, 우리들과 자손들이 대가를 치르게 된다.”

◇숙고 거친 ‘관세 전쟁’, 상당한 성공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보다 더 강력하게 관세 전쟁과 중국 압박 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의 행보가 속도감 있게 탄력받는 것은 심중(心中)에 애국심(愛國心)에 기반한 청사진과 확고한 신념이 자리잡고 있어서다. 그런 점에서 순간순간 내놓는 말과 단편적인 행동만 보고 트럼프를 ‘또라이’ ‘허풍장이’ ‘돈만 밝히는 미치광이’로 간주하는 시각은 오판(誤判)일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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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5년 4월 2일(현지시각)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부과를 선언했다. 그는 같은달 10일 0시1분부터 중국산 수입 제품에 145% 관세를 적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sns


많은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관세 전쟁에 대해 “미국 경제와 리더십, 브랜드 파워를 해치는 자충수(自充手)이므로 최종적으로 실패할 것”이라 입을 모은다.

이는 경제학의 기존 이론 잣대에서만 보는 시각이다. 트럼프는 적어도 15년 가까이 관세 전쟁의 필요성과 성공법을 창조적으로 숙고(熟考)하고 벼르며 준비해 왔다. 그렇기에 이번 관세 전쟁의 성공 가능성을 무조건 낮게 보고 폄하하는 것은 단견(短見)일 수 있다. 시진핑의 중국이 트럼프의 미국에 굴복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들도 많다.

트럼프는 지금까지 의도적으로 전 세계에 ‘충격과 공포’를 조성한 뒤 중국을 고립(孤立)시켜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세계 무역·경제 질서와 구조를 바꾸려 하고 있다. 21세기 세계사의 큰 물줄기를 바꿀 이 ‘새판짜기’를 트럼프는 신(神)으로부터 부여받은 소명(召命)으로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참고한 자료※

Donald J. Trump, Time to Get Tough: Make America Great Again (New York: Skyhorse Publishing, 2011/2024)

도널드 트럼프, 이은주·도지영 옮김, 트럼프, 강한 미국을 꿈꾸다 (서울: 미래의창, 2017)

송의달, 신의 개입: 도널드 트럼프 깊이 읽기 (서울: 나남, 2024/2025 개정판)

[송의달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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