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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호관세 스마트폰·노트북 제외”…삼성·애플 한숨 돌려

동아일보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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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크름반도, 러시아 소유로 남을 것" 타임에 밝혀
NYT “트럼프 1기서도 스마트폰 전자제품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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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상호관세 대상에서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을 제외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앞서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상호관세 125%에 중국산 펜타닐(좀비 마약) 원료를 문제 삼아 기존에 부과한 20%를 합쳐 총 145%까지 부과하는 등 ‘관세 융단 폭격’에 나섰지만 일단 숨고르기를 한 것. 스마트폰, 노트북 등은 가계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미국 소비자들에게 특히 민감한 품목인 만큼, 이를 고려해 일단 광범위한 관세 조치에선 면제해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애초 관세 부과에 예외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원칙에 예외를 두면서 정책에 대한 신뢰성에 흠집을 낼 거란 관측도 나온다.

● 애플 등 美기업 물론 삼성전자 등도 한숨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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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세국경보호국(CBP)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이 11일(현지 시간) 밤 공지한 ‘특정 물품의 상호관세 제외 안내’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노트북 컴퓨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컴퓨터 프로세서, 메모리칩,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은 상호관세 부과에서 제외된다. 10일 오전 0시 1분부터 중국산(産) 제품에 부과한 125% 상호관세 적용 대상에서 면제된다는 것. 상호관세와 별개로 중국에 대해 이른바 펜타닐을 문제 삼아 부과한 20%의 관세까지 면제될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CNBC는 이번 관세 유예는 일시적일 수 있다면서 곧 다른 유형의 관세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그렇더라도 현재 중국산 제품에 부과 중인 총 145%의 관세보단 훨씬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조치로 중국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애플과 델 등 미국 기업들은 자사의 비즈니스를 뒤흔들고 소비자 가격을 크게 높일 위기에 놓였던 관세 부담에서 일정 부분 벗어나게 되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평가했다. 삼성전자 역시 트럼프발 ‘관세 공포’에서 일단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 TSMC 등 역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면제는 미국 시장에 대해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하고 애플 등 미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유예하는 대신, 오히려 145%까지 관세율을 인상하자 많은 기술 기업들의 주가는 폭락했다. 특히 아이폰의 약 80%가량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애플의 경우 4일 만에 시가총액이 무려 7730억 달러(약 1100조 원) 증발하기도 했다. 앞서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씨넷은 상호관세 부과에 따라 미국 내 아이폰 가격이 2배 넘는 수준으로 뛸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씨넷은 대중국 관세가 반영될 경우 아이폰16 프로 맥스(1TB)는 현재 1599달러(약 232만 원)에서 약 3598달러(약 522만 원)로 급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당시 분석이 미국 정부가 밝힌 대중국 ‘펜타닐 관세’ 20%를 포함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 상승폭은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NYT는 “스마트폰과 전자제품 등에 대한 이번 면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1기 행정부 시절 대(對)중국 무역 갈등 국면에서 보였던 방식의 반복”이라고도 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및 다수의 전자제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한 바 있다.

● 미중 ‘관세 치킨게임’ 속 트럼프가 먼저 약점 노출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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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2025.4.8/뉴스1


전자제품은 소비자 물가에 특히 직접 영향을 주는 품목 중 하나다. 그런 만큼, 이번 조치를 두고 물가 상승 우려나 소비심리 위축 등을 고려해 실시한 선제적 예외 조치란 분석도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 주식, 국채, 달러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관세 폭격’에 따른 후폭풍이 커지자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부과된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며 시장을 달래려는 조치에 나선 바 있다.


다만 이번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무기화’ 기조에는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란 전망도 제기된다. 스스로 ‘보편적 상호관세’ 원칙을 줄곧 강조하고선 이처럼 필요에 따라 예외를 만들다 보면 정책 신뢰성이 흔들리고, 정부 내부에서도 전략적인 혼선이 커질 수 있다는 것.

일각에선 미중 간 관세 ‘치킨게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정부가 먼저 고개를 숙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통상 전쟁 국면에서 먼저 약점을 노출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이미 미국에 대한 관세율을 84%에서 125%로 올리겠다고 밝히는 등 전례 없는 고강도 대응에 나서면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둔 상황이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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