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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는 결국 달러를 망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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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에드워드 피시먼 컬럼비아대학교 글로벌 에너지정책센터(CGEP) 선임연구원, 가우탐 자인 CGEP 선임연구원, 리처드 네퓨 CGEP 선임연구원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보이고 있는 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 지폐를 살펴보고 있다. 한편, 외환 당국이 지난해 외환 시장 안정을 위해 112억 달러 규모의 외화를 내다 판 것으로 나타났다. 2025.4.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최근 트럼프의 일방적인 관세정책으로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는 가운데 향후 기축통화 지위마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가 추진하는 일련의 정책들이 미국과 달러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훼손하고 달러의 지배력을 약화시킴으로써 종국에는 그 체제의 종말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의 취임 이후 달러화 가치는 이미 7% 이상 하락했고 상호관세 이슈가 불거지면서 최근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에드워드 피시먼 컬럼비아대학교 글로벌 에너지정책센터(CGEP) 선임연구원과 가우탐 자인 CGEP 선임연구원, 리처드 네퓨 CGEP 선임연구원은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트럼프의 서투르고 예측 불가능한 시도들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가장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면서 "달러의 위상이 하락하면 결국 트럼프가 행사하려는 경제적 힘 자체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자들은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지위가 확립된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기축통화는 기본적으로 유동성이 높아야 하는데, 달러화는 지난 30년간 외환거래에서 90%의 비중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이를 충족하고 있다. 석유나 금속, 농산물 등 상품시장에서도 원활한 거래를 위해 공통회계 단위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전세계 무역의 54%가 달러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인정돼야 하는데,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 개방된 금융시장과 법치에 기반한 경제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달러화와 국채는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서 수십년간 지위를 유지해왔다는 설명이다.

달러화를 대체할 통화로 유로화나 위안화 등이 간혹 언급되지만 기축통화의 조건을 갖추기엔 현저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유로화는 달러화 다음으로 큰 규모의 외환보유 통화이지만 유로존의 통합된 재정정책이 없어 국채 발행이 어렵고 번번이 재정위기에 봉착하면서 통화에 대한 신뢰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단 이유에서다. 위안화는 자유로운 환율이 적용되지 않고 중국 정부가 자본 유출입을 통제하며 금융시장의 수많은 규제 장벽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기축통화로 적합치 않다는 설명이다. 비트코인이나 금과 같은 대안도 있지만 암호화폐는 유동성과 가격안정성, 그리고 가치를 저장할 기반이 부재하다는 점, 금은 정부가 공급을 통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모두 국제통화로서 부적합하다고 저자들은 덧붙였다.

보고서는 현재 달러화가 대체 불가한 기축통화의 지위를 갖추고 있지만 트럼프의 취임 이후 관세를 비롯한 정책들로 인해 그러한 지위가 위협에 처해 있다는 우려섞인 진단을 내놓는다.

무엇보다 트럼프의 전방위적인 관세 정책은 경제적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미국 경제에 중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 속에 기축통화인 달러 가치를 하락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는 무역 파트너로서의 지위에서 영구적으로 실추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이스라엘, 일본, EU 등 동맹국들이 이란이나 러시아보다 더 높은 관세율을 적용받는 상황까지 초래하고 있다. 그로 인해 "각국은 트럼프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며 중국 및 다른 주요 경제국들과의 무역 확대와 일부 거래에서 다른 통화를 사용할 동기가 커진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정부부채를 악화시키는 경제정책 역시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더욱 훼손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의회예산처(CBO)에 따르면, 미국 정부부채는 GDP대비 100%에서 2050년 150%까지 늘어날 전망인데, 만약 트럼프가 감세를 단행할 경우 정부 수입 중 상당 부분을 이자로 지출함으로써 장기 경제 성장과 미국 자산의 투자 가치가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트럼프의 측근들은 미국 국채를 100년 만기 채권으로 강제 교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마라라고 협약(Mar-a-Lago Accord)' 구상을 제기하지만 이는 결국 미국을 신뢰할 수 없는 채무자로 전락시키고 달러화의 위상이 추락하면서 미 국채는 디폴트를 맞게 될 수 있다"고 저자들은 우려했다.

트럼프의 정책으로 고조되는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 역시 달러의 위상을 해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트럼프는 이미 연방준비제도(Fed)를 향해 금리 인하를 주문하고 있으며 관세전쟁으로 경기침체가 심화할수록 이러한 압력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트럼프의 요구대로 금리 인하가 이뤄진다면 결국 "연준의 독립성과 신뢰성은 훼손되고 달러의 국제적 위상이 약화되면서 각국 중앙은행은 연준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우려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저자들의 생각이다.

따라서 보고서는 "지난 19세기 세계 최강대국이자 글로벌무역의 중심이었던 영국이 파운드화는 세계대전 이후 정치o경제적인 쇠퇴 끝에 글로벌 지위가 쇠락했다"면서 "오늘날 달러화의 몰락 역시 선택의 문제에 달려있으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자초한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최성근 전문위원 박준식 기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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