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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상승에 자영업자 줄폐업…예고된 최저임금위 ‘乙들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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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인건비 상승에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22일 2026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첫 전원회의를 개최한다. 매년 노동계와 경영계의 갈등이 반복되는 최저임금 결정 과정이지만, 내수침체로 민생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는 올해에는 그 어느 때보다 ‘을(乙)들의 전쟁’이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최임위는 근로자위원 및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등과 조율을 통해 2026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1차 전원회의는 오는 22일 개최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매년 3월 31일까지 고용부 장관이 최임위에 다음 연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해야 하는 최저임금법에 따라 김문수 전 장관은 심의를 요청했다. 최임위는 법령에 따라 요청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 심의를 마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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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 제공]



앞서 최저임금이 시장적 요소(임금)와 규범적 요소(국가가 정한 하한선)가 결합한 복잡한 가격임에도 전문적인 논의가 아닌 노사 간 줄다리기 끝에 투표로 결정하는 일이 반복되자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지난 2월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를 발족해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아직 법 개정을 하지 못한 탓에 올해 심의에서도 노사 간 힘겨루기는 불가피하다.

자영업자 ‘줄폐업’...역대 최대
다만 올해 힘겨루기에선 경영계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사태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내수침체에 더해 고물가 장기화, 12·3 비상계엄 사태, 트럼프 관세부과까지 겹겹이 쌓인 대내외 악재에 끝내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월 노란우산공제 해지 건수는 1만477건이며, 지급된 폐업공제금은 1434억원으로 2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가 절정이던 2021년(6879건, 659억원)과 비교해도 해지 건수가 약 52%, 폐업공제금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노란우산공제는 폐업이나 노령 등의 생계위협으로부터 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2007년 도입된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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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전통시장 소상공인의 폐업 안내문. [연합]



이렇게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크게 늘면서 채무조정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 신청자도 크게 늘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누적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신청자는 11만9768명, 신청 채무액은 19조3684억원을 나타냈다. 새출발기금 누적 신청자는 지난해 연말 10만3658명에서 지난 1월 10만8387명, 2월 11만3897명, 3월 11만9768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신청 채무액 역시 지난해 연말 16조7305억원에서 지난 1월 17조5004억원, 2월 18조4064억원, 3월 19조3684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새출발기금은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대출을 상환능력 회복 속도에 맞춰 조정해주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전용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열에 다섯은 “인건비 상승 탓”
소상공인이 두 손 두 발 다 들고 폐업을 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인건비 상승(49.4%)’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2025년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폐업 소상공인 820명에게 폐업사유를 묻는 질문에 ‘수익성 악화, 매출 부진’이 86.7%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수익성 악화, 매출 부진’ 사유를 묻는 질문에 ‘내수 부진에 따른 고객 감소’가 52.2%(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인건비 상승’는 49.4%로 뒤를 이었다. 다만 지역별로는 수도권(52%)과 경상권(54.9%)에서는 ‘인건비 상승’이 폐업 사유 1위였다. 중소기업 전문 연구기관인 파이터치연구원에 따르면 최저임금 1% 증가 시 종업원 1~4인 기업의 폐업률은 0.77% 증가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상품 및 서비스 가격으로 전가할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 가격 경쟁력을 잃고 문을 닫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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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용정보원 제공]



게다가 50세 이상 자영업자의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임금근로자로 일하다가 자영업으로 전환한 50세 이상 사업주의 절반 가량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을 얻고 있다는 최근의 분석 결과도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줄다리기’의 주요 논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5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고령자의 자영업 이동과 저임금 노동’ 보고서를 보면, 지난 1월 기준 비임금근로자에서 무급가족종사자를 제외한 ‘자영업자’ 비율은 19.7%로, 지난해 11월에는 자영업자 비율이 처음으로 20% 아래인 19.8%를 기록했다. 전체 자영업자는 줄었지만, 자영업자 중 50세 이상 비율은 2007년 46.0%에서 지난해 64.6%로 무려 18.6%포인트 증가했다.


종업원보다 못 버는 사장님, 빈 말 아니다
조기퇴직한 고령자들이 양질의 임금근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영업에 진출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2006년~2021년(제 1~17차) 사이에 1년 이상 임금근로자로 일했던 사람 가운데 2022년(제 18차) 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연령 비율은 ▷30대 14.7% ▷40대 26.6% ▷50대 28.9% ▷60대 29.9%로, 50세 이상이 58.8%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들의 ‘벌이’는 참담한 수준이다. 창업하기 전 임금근로 기간이 1~3년인 고령 자영업자의 평균 월소득은 338.7만원, 4~6년은 347.3만원, 7~9년은 202.9만원, 10~12년은 188.6만원, 13~15년은 259.1만원, 16~17년은 333.7만원으로 집계됐다. 최근까지 임금근로자로 일하다가 창업했다고 해도 순소득이 월 333만7000원에 불과해 최근 3개월간 정규직 근로자 평균 임금 379만6000원보다도 훨씬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