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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불확실에 지친 우리,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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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복복서가 제공



명성이 필력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무명 작가라도 좋은 글을 쓸 수 있고 유명 작가라도 배설에 가까운 글을 쏟아내기도 한다. 김영하 작가는 좋은 글을 쓰는 유명인이다. 유명이 오만이 되고 독자에 대한 훈계가 되는 투미함은 김 작가에게 없다. 소설과 산문을 가리지 않고 몰입감 있는 글로 독자에게 성찰과 생각의 기회를 주는 것이 김 작가의 특징이다.

신작 '단 한 번의 삶'이 출간 즉시 1위를 꿰찬 것도 이같은 김 작가의 글에 몰입된 독자가 많다는 방증이다. '여행의 이유' 이후 6년 만에 출시된 산문집으로 인생에 대한 김 작가의 사유와 통찰이 담겼다. 깔끔한 문체로 담담하지만 명확하고 강렬하게 서술했다. 단순히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김 작가와 대화하는 듯한 소통의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김 작가는 책이 끝나는 내내 단정지어 말하지 않는다. 중증 알츠하이머를 앓던 어머니의 이야기,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이야기, 자신의 꿈에 대한 이야기 등 여러 이야기를 통해 질문을 던질 뿐이다. 가장 인상적인 점도 점철돼 있는 물음표다. 같은 사람이 같은 대목을 읽더라도 다른 답을 내놓을 수 있다. 때문에 일회독보다는 다회독이 낫다.

조심스럽게 덧붙여져 있는 김 작가 본인의 생각 역시 독자 스스로 되새겨 볼 기회를 준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우리 몸을 '테세우스의 배'에 빗대 묘사한 것이 특히 감명깊다. 그리스의 영웅 테세우스가 몰던 배는 수많은 보수를 거치면서 출발하던 때와 단 한 조각도 같지 않게 됐다. 그렇다면 테세우스의 배는 처음과 같은 배일까, 아닐까. 우리의 몸은 처음과 같을까, 아니면 다른 사람이 돼 버린 걸까.

김 작가가 수많은 물음을 통해 찾고자 했던 것은 '단 한 번의 삶'이 주는 불안과 불확실성이다. 우리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인생을 살아가며 매일같이 단 하나뿐인 선택을 내린다. 책에서도 저자가 겪었던 수많은 선택에 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독자가 자신의 이야기에 비춰보며 '어떻게 삶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서사적 경험을 하게 된다.

뚜렷한 결론이나 교훈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개개인의 삶에 대한 김 작가의 존중은 목적과 방향성 없이 표류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저자의 풍부한 지식은 자칫 불교의 선문답처럼 모호함과 혼란을 유발할 수도 있어 보인다. 뻔한 위로나 조언은 없지만 예상 가능한 대목은 있다.


저자는 1990년대부터 PC통신을 이용해 글을 썼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에서 서사창작 전공 교수를 지냈으며, '살인자의 기억법'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출간했다. 세계적 명성의 강연 프로그램 'TED'에서 직접 강연하기도 했다.

◇단 한 번의 삶, 복복서가, 1만 6800원.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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