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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재명은 왜 용산에서 출마선언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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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마 영상 촬영 장소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도보 5분 거리
8평 안되는 작은 공간, 尹 탄핵 인용 뒤 인터뷰 영상 찍어
조선일보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공개한 '대선 출마 선언 영상'에서 대선 출마 이유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 대신 영상 공개로 출마 선언을 대신했다./이재명 전 대표 출마 선언 영상 캡처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별도의 행사 대신 ‘출마 선언 영상’을 공개했다. 지지자와 참모들에게 둘러싸여 하는 기자회견 형태의 출마 선언이 아닌, 영상 출마 선언이라는 파격적인 방식을 택한 것이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된 11분 37초 분량의 영상에서, 이 전 대표는 가구와 책장이 놓인 아담한 실내에 앉아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이 전 대표 측은 인터뷰 영상이 촬영된 장소에 대해 “서울 모처”라고만 했다.

본지가 확인한 결과, 이 전 대표의 인터뷰 영상이 촬영된 곳은 서울 용산구의 한 건물이었다. 이 건물은 지은 지 50년이 넘었다. 면적은 8평이 조금 안 된다. 평소 커피와 주류를 판매하는 S 카페인 이 건물 2층에서 이 전 대표의 인터뷰 영상 촬영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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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공개한 '대선 출마 선언 영상'의 인터뷰 장면. 이 전 대표는 서울 용산의 한 건물 2층에서 인터뷰 영상을 촬영했다./이재명 전 대표 출마 선언 영상 캡처


특기할 만한 부분은, 이 건물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직선거리로 대통령실 입구까지 약 350m, 도보로 5분여밖에 걸리지 않는다. 카페에서 나와 조금 걸어 큰길을 건너면 바로 대통령실 입구 근처에 다다른다.

이 전 대표 측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지난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서 인용 결정을 한 뒤 이뤄졌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된 직후, 이 전 대표가 대통령실 인근에서 대선 출마 영상을 촬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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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공개한 '대선 출마 선언 영상'의 한 장면. 11분 37초 분량의 영상 초반부에, 이 전 대표가 인터뷰 영상을 촬영한 장소의 외부 모습이 잠시 등장한다./이재명 전 대표 출마 선언 영상 캡처


이 전 대표 측은 이번 영상 제작은 외주 업체에 의뢰해 이뤄졌고, 인터뷰 영상이 촬영된 장소가 용산 대통령실 인근인 것에 대해선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이 대표 측은 “처음엔 종로에 있는 카페를 섭외했는데, 탄핵 심판 선고가 늦어지면서 새로 장소를 섭외해야 했다”며 “비슷한 느낌의 장소를 찾다가 우연히 용산이 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 안에서도 “아무리 영상이라지만 대선 출마는 장소, 시간, 분위기 등이 모두 특별한 의미를 갖는데 대통령실 인근에서 촬영한 게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는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이 전 대표가 대선 캠프 사무실을 꾸린 서울 여의도의 건물 이름도 ‘용산’ 빌딩이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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