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은행 돈줄로 급부상한 코인거래…'업비트' 나눠갖기 가능해지나

서울맑음 / 10.9 °
머니투데이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 24시간 거래대금 규모/그래픽=김지영



은행들의 자금조달 창구로 급부상한 가상자산 거래소를 두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 제휴 기회를 노리는 은행권은 현행 '1은행-1거래소' 규제 해소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당분간 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12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요구불예금은 156조2034억원으로 1월 150조8885억원보다 5조3149억원이 늘었다.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예·적금 수신금리를 내리는 분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인 자금조달이 이뤄진 것이다. KB국민은행 내부에선 1월 빗썸과의 제휴를 앞두고 계좌이동이 생기면서 이례적인 저원가성 예금수요가 몰렸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다른 은행들은 현행 '1은행-1거래소' 체제로 인해 규모가 작은 거래소와 제휴를 맺을 수밖에 없다. 이에 정진완 우리은행장도 전날 국민의힘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만나 "현재 1은행-1거래소 체제는 1600만 가상자산 거래고객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며 "은행과 거래소 제휴가 다양해질 수 있도록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은행권에선 5대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 가운데 업비트나 빗썸과의 제휴가 아니면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가상자산 플랫폼 코인게코의 이날 기준 업비트의 24시간 거래대금은 3조7600억원, 빗썸은 1조7200억원 수준인 반면 3위 거래소인 코인원은 1720억원 수준에 그친다. 은행들은 케이뱅크-업비트 제휴가 오는 10월 끝나면 다양한 제휴가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업비트는 빗썸보다 평소 거래액이 2~3배에 달할 뿐만 아니라 하루 최대 거래규모가 14조원을 넘어선 적도 있다.

은행들이 가상자산 거래소 제휴에 예민한 것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11월11일엔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거래대금(19조7300억원)이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한 거래대금(17조9000억원)을 추월했을 정도로 성장 속도가 무섭다. 게다가 JP모건체이스와 씨티그룹 등 글로벌 은행들은 이미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보관하는 수탁사업에 뛰어들어 관련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다. 그만큼 은행 내부에선 이미 가상자산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행 '1은행-1거래소' 체제는 강제 규정은 아니어서 충분히 열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 입장에선 현재 빗썸이나 업비트를 제외하면 관심이 가는 거래소가 없는 만큼 은행과 고객 모두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분간 '1은행-1거래소' 체제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은행-1거래소'체제에 대한 여러가지 목소리를 듣고 있지만 아직 공식적인 변경 요청은 없었다"면서 "현재로선 단기간 내에 바뀔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창명 기자 charming@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