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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무엘 장 HP 컨슈머 PC 사업 총괄 사장 “AI PC 시대엔 키보드 대신 음성·제스처로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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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 80개가 저장돼 있는데, 특정 정보를 찾고 싶어. 이 문서들을 모두 훑고 조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알려줘.”

지난달 19일(현지시각)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HP의 연례 최대 행사 ‘앰플리파이 콘퍼런스 2025’ 전시관. HP의 인공지능(AI) PC ‘옴니북 X’에 인터넷을 연결하지 않고 이런 요청을 입력하자 5초도 채 지나지 않아 답변이 떴다.

“제공된 맥락에 따르면 조던 테이트에 대해 명시적으로 나열된 부정적인 평가는 없습니다. 72%는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18%는 중립적인 의견을 나타냈습니다.”

이는 HP의 자체 AI 시스템인 ‘AI 컴패니언’을 활용한 기능이다. 데이터를 외부 서버에 전송하지 않고 PC 안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온디바이스(내장형) AI가 작동해, 인터넷 없이도 40개 언어로 실시간 번역을 하거나 파일을 분석할 수 있다.

올해 앰플리파이 행사에서 HP는 업계 최다 AI PC 제품군을 공개했다. 지난해까지는 고급 모델에만 적용됐던 AI 기능이 올해부터는 중저가 PC까지 확대됐다. AI가 자동으로 배터리와 드라이버 성능을 최적화해 기존 PC 대비 배터리 지속 시간이 4배가량 늘어났다.

조선비즈

사무엘 장(오른쪽) HP 수석부사장 겸 컨슈머 PC 솔루션 사장과 조나단 윌너 HP 컨슈머 제품관리 부사장이 지난달 19일(현지시각) 조선비즈와의 인터뷰 후 HP의 AI PC를 들어 보이고 있다./내슈빌(미국)=최지희 기자



사무엘 장 HP 수석부사장 겸 컨슈머 PC 솔루션 사장과 조나단 윌너 HP 컨슈머 제품관리 부사장은 조선비즈와 만나 “소비자들이 AI PC를 선택하는 건 시간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장 사장은 2023년 HP에 합류하기 전, LG전자에서 스마트TV 웹OS 통합 프로젝트를 주도했으며, 윌너 부사장은 핏빗의 소프트웨어·서비스 총괄 책임자로서 구글 매각을 이끌었다. 아래는 이들과의 일문일답.


―소비자들이 왜 AI PC를 선택할 것이라 보나.

장 사장 “기존 PC를 AI PC로 업그레이드하면 성능이 30~50% 향상된다. 노트북으로 영상을 보거나 통화를 하다 보면 배터리가 4시간도 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AI PC에서는 10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휴대폰보다 컴퓨터에서 줌이나 디스코드 같은 앱으로 친구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길다. 이건 같은 돈으로 지금보다 3~4배 더 오래 달리는 자동차를 살 수 있다는 말과 같다. 그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이를 선택할 거다.”

윌너 부사장 “AI PC에서 활용할 수 있는 내장형 AI 기능은 무궁무진하다. 소비자들은 그동안 챗GPT나 코파일럿처럼 클라우드 기반 AI에 익숙했지만, 이제는 딥시크 같은 저비용·고효율 로컬 AI 모델이 등장하면서 ‘꼭 클라우드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자신의 PC 자체에서 AI를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PC 제조사 대부분이 AI PC를 내고 있는데, 차별점이 뭔가. AI 기능이 불필요하게 제품 가격만 높인다는 비판도 있다.

윌너 부사장 “실제로 AI 워싱(washing·허울)처럼 마케팅 용도로만 AI를 내세우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HP는 가장 높은 전력당 성능과 가장 긴 배터리 수명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게 핵심이다. AI PC 전 라인업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도입해 디스플레이 경험을 강화했고,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AI 컴패니언’을 탑재해 로컬에 저장된 파일이나 문서를 PC 자체에서 분석·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장 사장 “AI를 쓰고 있는데도 굳이 ‘AI’라고 강조하지 않는 기능도 많다. 예를 들어 기기 온도나 환경을 분석해 성능을 최적화하거나, 사용자 시스템에 맞는 드라이버와 설정을 유지해 주는 기능이 그렇다. 게임용 PC ‘오멘’에선 AI가 게임 설정을 자동으로 최적화한다. 일인칭 슈팅 게임을 할 때 최고의 프레임 속도를 낼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이런 모든 AI 기능은 사용자 눈에는 직접 보이지 않지만, 제품이 더 오래, 더 빠르게, 더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도와준다. 사용자 입장에선 어떤 거대언어모델(LLM)과 알고리즘이 작동하는지 몰라도, 그 혜택은 분명히 체감할 수 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가 이미 다양한데, ‘AI 컴패니언’의 분석 기능이 실제로 많이 쓰이나.

장 사장 “AI 컴패니언의 분석 기능이 챗GPT를 대체하는 건 아니다. 지식 검색을 하려면 챗GPT나 클로드 같은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를 사용하는 게 훨씬 적합하다. 그러나 가령 80페이지짜리 문서를 갖고 있는데 이걸로 제안서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땐 온디바이스에서 작동하는 AI 컴패니언이 도움이 된다. PC에 저장된 문서를 바탕으로 빠르게 질문하고 답을 받을 수 있고, 출처가 명확해 환각 가능성도 작다.”

―올해 PC 시장의 흐름은.

월너 부사장 “올해는 ‘윈도 10′이 종료되는 동시에 가성비 높은 AI PC가 등장해 시장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관세 등 거시경제의 불확실성도 크다. 분명한 건 PC 산업 구조가 크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퀄컴이 PC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앱 호환성이 크게 개선되고, 5~7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시장이 열리고 있다.”


장 사장 “AI는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기존 PC에서는 키보드를 통한 상호작용에 익숙했지만, 앞으로는 AI PC를 기반으로 음성이나 제스처 같은 멀티모달 방식이 대세가 될 거다.

AI PC는 인간에게 일종의 초능력을 준다. 영상 편집, 음악 제작 등 창작 분야의 ‘게임 체인저’다. PC는 점점 더 개인화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과거 검은색 일색이던 휴대폰 디자인이 다양해졌듯, PC에서도 다양한 실험이 이어질 것이다.”

내슈빌(미국)=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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