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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이후 한국은 어디로 가는가"... '칼럼계 아이돌'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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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이후 한국은 어디로 가는가"... '칼럼계 아이돌'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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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김영민 '한국이란 무엇인가'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인 지난해 12월 4일 새벽 군 차량이 국회 주변에 진입하자 시민들이 막아서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인 지난해 12월 4일 새벽 군 차량이 국회 주변에 진입하자 시민들이 막아서고 있다. 뉴스1


"2024년 12월 3일, 한국은 불시착했다."

'칼럼계의 아이돌'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신간 '한국이란 무엇인가'를 펴냈다. 지난해 12·3 불법계엄 사태 이후 혼란에 빠진 한국 사회를 향해 공동체에 대한 관점과 사유를 제시한 책이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 '이 사회는 어디서 왔고, 어디에 와 있으며, 어디로 가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질문은 과거, 현재, 미래라는 키워드를 달고 있지만 연대기적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시대별로 존재하는, 누구나 당연시해온 한국적 서사와 관념을 끄집어내기 위한 장치다.

'한국의 과거'에서는 홍익인간, 단군신화, 불교와 유교, 노비제도 등을 둘러싼 낡은 관점을 지적한다. 이를테면 단군신화에 대해 외부 문명에 의해 정복당한 민족의 기억이자,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신의 권위를 끌어온 정치적 서사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식민통치가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을 재조명하고, 해방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미시적 독립운동의 의미를 부각한다.

'한국의 현재'는 현실의 구조적 취약함을 짚는다. "21세기 한국은 정치의 실패이자, 헌정의 실패이자, 법치의 실패이자, 정당의 실패이자, 교육의 실패이자, 언론의 실패이자 사회의 실패"라는 진단에 따라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 정당 정치의 무능과 정체, 언론의 불신, 교육 제도 등 제도적 기반이 얼마나 허약하고 위태로운지 지적한다.

그렇다고 부정적 진단만 난무하는 건 아니다. '한국의 미래'에서는 한국의 지평을 넓히는 질문이 넘쳐난다. 시민사회와 대학의 역할과 의미를 묻고, 청년과 어른을 바라보는 관점을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은 "성공과 실패가 동시에 존재하는 사회"다. 그 자체만으로는 단순하게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다. 중요한 건 그 복합성을 판단하기에 기존의 언어가 낡았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한국을 이해할 언어를 새롭게 발명할 때"라고 강조한다.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당연시해왔던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모든 개념에 의심을 품는 동시에 기대를 가질 수 있을 듯하다. 그간 여러 칼럼을 통해 드러났던 저자의 기발한 상상력과 예리한 비판 의식, 리듬감 있는 문장은 책에서도 여전히 번뜩인다.
한국이란 무엇인가·김영민 지음·어크로스 발행·300쪽·1만8,000원

한국이란 무엇인가·김영민 지음·어크로스 발행·300쪽·1만8,000원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