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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에 '중국만 예외'…삼성·구글 피하고 애플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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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세계 상호 관세 90일 유예…중국만 125% 즉시 적용
中 생산 집중한 애플 직격탄…삼성·구글 등 전략 다듬을 기회
90일 유예 기간 동안 중국→인도·브라질 등 생산지 다변화 주목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28일 서울 서초구 삼성스토어 강남점 갤럭시 스튜디오에서 방문객들이 갤럭시 S25 시리즈를 살펴보고 있다. 2025.02.28.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28일 서울 서초구 삼성스토어 강남점 갤럭시 스튜디오에서 방문객들이 갤럭시 S25 시리즈를 살펴보고 있다. 2025.02.28. kgb@newsis.com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던졌던 '관세 폭탄' 발효를 90일 유예하기로 했다. 중국은 예외로 남았다. 애플은 여전히 정면으로 폭탄을 맞고 있지만, 삼성전자·구글·모토로라 등 여타 업체는 약간의 숨통이 트였다.

다만 이번 조치도 상호 관세 부과 취소가 아닌 유예에 그친 만큼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공급망 전략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이번 트럼프 관세의 영향으로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이 취할 향후 전략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삼성전자의 경우 당초 트럼프 관세의 타격을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서 전체 스마트폰 생산량의 약 60%를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관세로 베트남산 제품에 46%의 고율 관세가 적용되지만 당장은 90일의 유예 기간을 얻게 됐다. 유예 기간 동안에는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10%의 기본 관세만 부과된다.

이 기간 동안 삼성전자가 이미 대규모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있는 인도로 생산지를 보다 빠르게 전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인도에 2개의 제조 공장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한 곳이 초과 용량을 보유하고 있어 경쟁사보다 빠르게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도의 경우 미국 정부가 책정한 상호 관세율이 26%로 비교적 낮은 수준에 속한다.


또 삼성전자의 물량 일부를 생산 중인 한국 구미 공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국산 제품에는 아직 고율 관세가 적용되지 않았지만, 향후 한미 양국 간 무역 협상에 따라 수출 여건이 달라질 수 있어 변수가 될 수 있다. 긍정적 협상 결과가 도출되면 한국 생산 모델의 수출량도 일부 증가할 여지가 있다는 게 카운터포인트의 분석이다.

미국의 대표 기업인 구글의 상황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구글 픽셀 시리즈는 과거 중국 ODM(제조자개발생산)을 활용해 생산됐지만, 최근 들어 인도 및 동남아시아로의 이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구글은 상대적으로 스마트폰 출하량이 적은 후발 브랜드인데, 기술 통제력이 강하고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만큼 생산지 이전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인도 EMS(전자제조서비스) 파트너와의 협력 구조를 유연하게 가져가는 구글의 전략은 이번처럼 불확실성이 커진 환경에서 유효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토로라도 비교적 유리한 위치에 있다. 브라질과 인도에 생산 기지를 분산 운영 중이며, 특히 브라질은 이번 관세 조치에서 가장 낮은 10% 수준의 관세만 부과돼 안정적인 수출 거점으로 주목된다. 중남미 시장에 강점을 가진 모토로라 입장에서는 브라질 생산을 기반으로 북미와 중남미 시장을 함께 겨냥할 수 있는 기회로 볼 수 있다.

반면 애플은 이번 조치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으로 평가된다. 아이폰의 약 90%가 여전히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유예에서 중국만을 예외로 둔 만큼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미국 기업에 대한 관세 면제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애플이 실제 대상이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과거 1기 정부 시절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일부 애플 제품에 대해 관세 면제를 이끌어낸 사례가 있지만, 이번에는 그만큼의 여지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 서명식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4.10.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 서명식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4.10.


당장은 애플이 직격탄을 맞고, 나머지 제조업체들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여전히 관세 전쟁의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번 조치가 관세 '철회'가 아닌 '90일 유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유예 기간 이후 고율 관세가 전면 적용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게 카운터포인트의 진단이다. 유럽연합(EU) 등도 미국에 강경 대응을 시사했던 만큼 상황이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는 것. 업계에선 이번 조치를 단기 완충기로 보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공급망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1기 정부, 바이든 정부를 거치면서도 미중 무역 갈등이 꾸준히 이어졌던 만큼 많은 브랜드가 생산지를 중국에서 인도, 베트남, 브라질 등으로 분산시키고 있다.

당장 이번 관세 전쟁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 물류 효율성, 인건비, 정부 보조금 등 다양한 요소가 제조업체들의 생산지 이전을 유도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번 관세 전쟁이 기폭제가 돼 시장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더 빨라질 수 있다.

카운터포인트의 타룬 파탁 이사는 "삼성은 인도에 두 개의 공장을 운영 중이며, 그 중 한 곳은 여유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트럼프 관세로 인한 영향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한다면, 프리미엄 기종의 수출도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닐 샤 카운터포인트 부사장은 "지금처럼 중국 관세가 125%까지 치솟은 상황에선 앞으로 한 달, 혹은 1년 뒤 어떤 조치가 내려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며 "브랜드들이 생산지를 다변화하려면 기술력, 투자 여력, 정부 정책, 그리고 대미 협상력까지 모두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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