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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관세 폭탄에도 물러서지 않는 중국…. “끝까지 싸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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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관세 폭탄에도 물러서지 않는 중국…. “끝까지 싸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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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강 전략에 125% 관세 폭탄 맞았지만
"중국의 권익 박탈, 좌시하지 않을 것"
미국산 소비품에 84% '맞불 관세' 발효
美 소비자 불만 고조 시 트럼프 항복 기대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 연합뉴스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차별 관세 전쟁에 ‘강 대 강’ 전략으로 맞서다 홀로 125% 관세 폭탄을 맞은 중국은 10일에도 “중국은 싸우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린젠 외교부 대변인)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84%의 추가 맞불 관세도 이날 예정대로 발효했다. 미국이 이를 근거로 대중국 관세를 125%까지 올렸지만 아랑곳하지 않은 것이다.

관세 폭탄이 최종적으로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만큼, 미국 경제가 상호관세 역풍을 맞을 때까지 최대한 버티며 트럼프 대통령의 백기 투항을 유도한다는 게 중국의 계산이다.

'장기전 각오'한 중국의 반격 카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제공상계 대표 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자(CEO) 30여 명이 참석했다. 베이징=AP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제공상계 대표 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자(CEO) 30여 명이 참석했다. 베이징=AP 뉴시스


미국의 125% 관세 강행 방침에 중국 상무부와 외교부는 각각 “압박과 위협, 협박은 중국과의 올바른 거래 방식이 아니다”, “미국이 관세전쟁, 무역전쟁을 고집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끝까지 상대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사설에서 “중국 국민의 정당한 권익이 침해되고 박탈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괴롭힘에 강력한 대응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시간) “중국은 미국의 소비자 물가가 상승하거나 고용이 감소하기 시작할 때를 협상 적기로 보고 기다릴 것”(장즈웨이 핀포인트자산운용 수석 이코노미스트)이란 예측을 전했다.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의류나 가정용품 등 소비재도 적잖게 수입하는 만큼 125% 관세 부과로 미국 소비자들의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인민일보는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자료를 인용해 "관세 비용의 90% 이상이 미국 수입업체와 유통·판매업체,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중국에 협상을 요구할 것이란 기대로 미국과의 치킨게임을 감수한다는 의미다.

중국은 이와 별도로 △미국산 농산물 관세 대폭 인상 △미 축산물 수입 중단 △미국 기업 조사 등의 반격 카드도 준비하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이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매각을 본격화해 미국 채권시장은 물론 주택시장에까지 타격을 주는 방식으로 보복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미중 관세폭탄 난타전이 대만의 미래(중국의 대만 침공)와 같은 비경제적 분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했다.

중국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무역전쟁에서 이미 맷집을 키운 데다 권위주의 체제 특성상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 여론에 덜 민감하다는 점도 자신감을 갖는 배경 중 하나다. 무엇보다 이번 관세 전쟁은 중국에 주권의 문제이자 공산당 권력이 유지되느냐의 문제(스콧 케네디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 고문)라는 점에서 중차대하다.

우군 확보 위해 EU와도 손잡았지만

유럽 의회서 연설하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로이터=연합뉴스

유럽 의회서 연설하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중국은 한동안 소원했던 국가들과의 외교를 강화해 우군을 확보하겠다는 전략도 펴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9일 “주변국과 상호 신뢰를 강화하고 공급망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유럽연합(EU)과 7월 중 정상회담을 약속하며 유화 제스처를 보냈고 공동 대응을 위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도 접촉 중이다.

다만 미국이 이날 70여 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유예하며 동맹국들과 중국에 공동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힌 점이 변수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이 EU를 향해 “미국 대신 중국과 가까워지는 건 자기 목을 스스로 베는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중국 고사작전’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중국이 수년째 심각한 내수 부진과 부동산 경기 불황에 시달리는 만큼, 미국의 관세 공격에 장기간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