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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일주일만에 퇴거…軍 ‘한남동 공관촌’ 되찾을까?[신대원의 軍플릭스]

헤럴드경제 신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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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일주일만에 퇴거…軍 ‘한남동 공관촌’ 되찾을까?[신대원의 軍플릭스]

서울흐림 / 3.2 °
대통령실, 외교부·육군·해병대 공관 사용중
한남동 공관촌 원주인 해병대 수모 겪기도
이재명 “경호처장 공관, 해병대 공관 복원”
구시대 잔재·이중 공관 비판도…시민 환원?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일주일 만인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를 떠난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한남동 관저로 이사하고 한달가량 지난 2022년 12월 17일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를 찾아 주민들에게 감사와 작별인사를 전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일주일 만인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를 떠난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한남동 관저로 이사하고 한달가량 지난 2022년 12월 17일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를 찾아 주민들에게 감사와 작별인사를 전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그리고 군 주요 인사들의 관저와 공관이 몰려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관촌’의 대대적인 ‘용도변경’이 예고되고 있다.

일단 대통령 관저는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대중에 여러 차례 노출되는 바람에 국가원수이자 대통령이 거주하는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서 수명을 다했다.

정치적으로도 여가 됐든, 야가 됐든 두 달여 뒤 대선에서 당선된 신임 대통령이 굳이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돼 탄핵된 전임이 머물던 관저로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관저가 빠지면 비서실장과 경호처장 공관도 함께 자리를 비워줄 수밖에 없다.

애초 한남동 공관촌에는 국회의장과 대법원장, 외교부 장관,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육군참모총장,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해병대사령관 등 총 8개의 공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이 가운데 외교부 장관과 육군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 공관을 각각 대통령 관저와 비서실장, 경호처장 공관으로 사용해왔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공관은 현재 비어진 상태이며, 국가안보실장은 한남동 공관촌 내 별도 시설을 공관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공관촌 용도변경과 맞물려 현재 경호처장 몫의 공관이 해병대 품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 매봉산 서편에 자리한 한남동 공관촌의 본래 주인이 해병대이기 때문이다.


해병대는 6·25전쟁 중 5000여명의 병력으로 네 차례에 걸친 중공군 4만2000여명의 대대적인 공세를 격퇴함으로써 서울과 파주를 사수한 ‘장단·사천강 지구 전투’ 당시 한남동 일대에 본부대대와 수송대 등 직할부대를 배치해 지원했다.

이후 국민들이 모은 성금을 기반으로 이곳에 해병대사령관 첫 공관이 지어졌다.

전두환·노태우 신군부의 12·12 군사반란 당시 한남동 공관촌에서 경계·경비임무를 수행하던 해병대가 반란군과 총격전을 벌인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해병대는 한남동 공관촌의 원주민임에도 불구하고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박정희 정권 때는 다른 외교·안보부서 장관들의 공관 부지 마련을 명목으로 대부분 부지를 타의에 의해 넘겨줘야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해병대사령관 공관을 통일부 장관 공관으로 전용하려는 계획이 추진됐는데 해병 노병들의 반발로 가까스로 무산됐다.

최소 장관급 이상인 다른 공관 주인들에 비해 해병대사령관이 3성 장군으로 ‘급’이 낮기 때문에 치른 수모라 할 수 있다.

그나마 남아있던 해병대사령관 공관은 결국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관저가 옮겨오면서 경호처장 공관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당시 야권은 공관에 거주하던 김태성 해병대사령관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부터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고 불과 닷새 만에 이사를 해야 했다며 사실상 쫓겨났다고 비판했다.

이에 국방부는 김 사령관의 개인적 사정과 사전 협조 차원에서 먼저 이사했을 뿐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이 때 김 사령관이 대통령실 측에 ‘임대차계약서’를 요구했으나 빈축만 샀다는 ‘썰’이 군 안팎에서 돌기도 했다.

결국 김 사령관은 2022년 하반기 장성 인사 때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하고 군복을 벗었다.

군인사법에 해병대사령관 임기 2년을 반영한 2011년 이후 자진사퇴를 제외하면 처음있는 일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그리고 군 주요 인사들의 관저와 공관이 몰려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관촌’의 대대적인 ‘용도변경’이 예고되고 있다. 대통령 관저 전경.  [연합]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그리고 군 주요 인사들의 관저와 공관이 몰려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관촌’의 대대적인 ‘용도변경’이 예고되고 있다. 대통령 관저 전경. [연합]



현재로선 해병대가 한남동 공관을 다시 ‘수복’할 가능성도 없진 않아 보인다.

윤 전 대통령 파면 탄핵 이후 용산 대통령실과 함께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대한 정치권의 거부감이 커진 탓이다.

특히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월 “한남동 공관촌은 해병대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오롯이 담겨 있는 장소였다”며 “경호처장 공관을 원래 주인인 해병대 공관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공언했다.

다만 넓은 면적을 차지하며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관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잔재로 시대착오적이라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일부 고위공직자들은 공관을 재테크 수단이나 자녀 신혼집 등으로 활용해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또 지방에 별도 공관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서울에 이중으로 공관을 두고 정작 며칠 사용하지 않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해병대사령관도 경기도 화성시 덕산대에 별도 공관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불필요한 공관을 최소화하고 한남동 공관촌을 시민공간으로 환원하거나 다른 용도로 활용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관저에서 퇴거하고 대선정국이 본격화하면 한남동 공관촌 용도변경을 둘러싼 논의는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