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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원일 트립소다 대표 “커뮤니티와 모험을 더한 ‘동행 어드벤처 여행’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테크42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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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원일 트립소다 대표 “커뮤니티와 모험을 더한 ‘동행 어드벤처 여행’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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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부터 시도한 창업, 국제기구 근무하면서도 사이드 프로젝트로 도전 이어가
영어 강사로 일하며 여행 경비 조달… 50개국 여행 경험에서 창업 아이템 찾아
성수기 MAU 8만에 달하는 동행 커뮤니티 구축, 몽골을 시작으로 남미·아프리카 모험여행 상품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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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인들에게 해외 여행은 일상의 단조로움을 벗어나 색다른 경험을 접하는 통로로 여겨지고 있다. 여름 휴가나 방학을 이용해 해외로 떠나는 이들이 적지 않고, 간혹 대체공휴일 덕분에 생기는 연휴 역시 공항은 어김없이 해외로 향하는 이들로 붐비기 일쑤다. 간혹 사람들이 몰리는 인기 여행지는 시기에 따라 심심지 않게 한국인들을 마주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 사이 맛보기 식으로 유명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천편일률적인 여행에 식상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욕구도 커졌다. 저마다 취향이나 관심사에 집중하는 트렌드의 변화도 이어졌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나와 취향이 맞지 않는 사람’과의 여행은 즐거움을 고사하고 스트레스라는 인식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는 2030 세대 중심의 가치 소비 트렌드와 맞물리며 새로운 방식의 여행을 추구하는 시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민감하게 대응해 최근 여행 업계에서 ‘동행’과 ‘모험 여행’이라는 주제로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바로 ‘트립소다(TRIPSOD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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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립소다는 최초 ‘동행 커뮤니티’로 시작했다. 색다른 여행을 원하는 이용자들은 기꺼이 자신의 나이와 성별, 여행한 지역 등 구체적인 정보를 프로필에 기재하고 커뮤니티에서 여행 동행을 찾는다. 함께 여행을 했던 동행의 후기까지 확인할 수 있으니 신뢰도는 자연스레 형성된다. 여기에 트립소다는 각국 여행사와 협력을 통해 이색 여행 상품을 소개하는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부터 ‘모험 여행’에 초점을 맞춘 자체 PB 상품을 론칭하며 본격적인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렇게 완성된 ‘동행 어드벤처 여행 플랫폼’ 트립소다는 성수기 기준 월간이용자(MAU) 8만명, 월 3만 건 이상의 소통이 이어지는 플랫폼 파워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동행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AI(인공지능)을 적용해 이색적인 여행지, 함께할 동행을 찾는 여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자체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 중이다.


이에 테크42는 조원일 트립소다 대표를 만나 5년 전 시작된 트립소다의 시작과 비즈니스 모델 구축 과정, 향후의 계획을 들어봤다.

50개국 돌아다닌 여행 고수, 경험에서 발견한 창업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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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일 트립소다 대표는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다닐 당시부터 여행을 좋아했다. 여행 경비는 영어 학원 강사로 일하며 조달했고, 그렇게 돈이 모이고 시간이 허락될 때마다 떠난 덕분에 어느새 여행한 국가만 50개국에 달한다.

그런 그에게 창업은 여행과 더불어 그가 대학시절부터 시도했던 꿈이었다. 당시에도 창업 아이템은 ‘여행’이었다고. 그런 그가 다시금 창업에 도전한 것은 대학 졸업 후 국제기구에서 일할 즈음이었다. 조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맡게 된 스타트업 행사에서 한 해외 창업자가 던진 질문이 자극이 됐다”며 당시를 돌이켰다.


“대학을 다니며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여행 아이템으로 창업을 시도했어요. 정주영창업경진대회까지 나가기도 했죠. 하지만 팀원들의 학업 문제, 저 역시 군 입대 등으로 인해 중단될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졸업 후에 아세안과 협력을 진행하는 국제기구에서 일하게 됐는데, 당시 부산에서 개최된 ‘한-아세안 정상회담’에서 부대 행사로 열린 ‘스타트업 엑스포’ 담당자를 맡게 됐어요. 당시 아세안 각국에서 잘 나가는 창업자들이 모두 모였죠. 며칠 간 그분들을 안내하며 대학 시절 창업을 시도했던 이야기를 했는데, 그때 한 분이 ‘이렇게 젊은데 왜 다시 해 볼 생각을 안 하냐’고 묻더군요. 그 말을 듣고 ‘지금 하다가 잘 안되더라도 잃을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그는 사이드 프로젝트로 다시금 창업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지난 2020년 7월 여행 동반자를 매칭해주는 ‘동행 커뮤니티’로 ‘트립소다’의 첫 걸음을 뗐다. 코로나19가 한창 창궐하던 시기였지만, 그의 창업 의욕은 꺾이지 않았다고. 그가 주목한 것은 2030세대에서 시작된 ‘가치소비’ 트렌드였다. 조 대표는 “특별한 경험과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50개국을 넘게 여행을 하면서 이집트의 피라미드, 페루의 마추픽추 등 각국의 경이로운 유산은 모두 두 눈으로 확인했어요. 하지만 제게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유럽도 로마와 같은 도시도 아닌 아르헨티나 최남단 남극에 인접한 지역의 ‘우수아이아’라는 작은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했던 시간이었어요. 유명한 인류의 유산을 두 눈으로 본다는 것은 너무 멋지고 명예로운 경험이었지만, 막상 여행이 끝난 뒤에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우연히 여행지에서 만난, 나와 너무도 잘 맞는 사람들과 함께했던 추억이었던 거죠. 그런 가치 있는 여행 경험을 2030세대에게 소개한다면 승산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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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한 자신의 이색적인 경험을 ‘로또와 같은 확률’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여행은 적잖은 돈이 들어가는 고관여 상품이지만, 누구와 어떤 시간을 보낼지 모른다는 막연함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트립소다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렸던 아프리카에서의 추억(?)을 털어놨다.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유명 관광지 투어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는데 누구와 함께 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결정이 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어요. 제 경우는 아프리카 세렝게티 여행이 어린 시절부터 로망이었는데, 3박 4일 투어가 수백만원에 달했어요. 그 돈을 내고 아침에 호텔 앞에 온 승합차를 타니, 외국인 할아버지만 아홉 분이 계시더군요. 3박 4일 동안 너무 지루하고 불편해서 투어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웃음). 그때 나와 잘 맞는 사람들과 여행할 수 있는 여행 플랫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죠. 저 뿐만 아니라 특히 한국인들은 혼자 혹은 두 명이 여행을 떠나더라도 현지에 도착했을 때 우연히 만나는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뭉쳐 여행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 특성을 잘 이용해 공동구매 방식으로 경비도 절약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괜찮겠다 싶었죠.”

커뮤니티 구축, 쉬운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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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경험에 기반한 아이템을 설정한 조 대표는 이후 스스로 개발까지 공부하며 프로토 타입의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후 창업 커뮤니티에 만난 이진기 COO와 의기투합해 본격적으로 법인을 설립하고 2021년 트립소다 웹 서비스를, 2022녀 앱 서비스를 연이어 론칭했다. 그 사이 동행 커뮤니티로 시작한 트립소다는 커뮤니티 이용자들과 기존 여행사들의 이색 여행상품을 연결하는 서비스로 발전했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자체 PB 상품으로 ‘모험 여행’을 선보이며 업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재 트립소다는 성수기 기준 8만명에 달하는 월간활성이용자(MAU), 월 평균 3만 건의 소통이 이뤄지는 막강한 동행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여행 업계에서 모으기도 어렵고 구체적인 이용자 데이터를 쌓아 나가고 있다.

그런데 트립소다가 이뤄온 성과를 듣던 중 문득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트립소다는 어떻게 그 많은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도록 한 것일까’ 조 대표는 “쉽지 않았다”며 동행 커뮤니티 구축 과정을 털어놨다.

“사실 커뮤니티 구축은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저희는 끊임없이 이용자 페인포인트를 개선하고 사람들이 들어왔을 때 진짜 동행이 구해진다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어요. 실제로 커뮤니티를 통해 동행을 구하고 남다른 여행 추억을 쌓았다는 이용자들이 생겨나고 그런 경험이 계속 ‘와우 포인트(WoW Point,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참신한 서비스 경험)을 만들어갔죠. 그러다 보니 저희 동행 커뮤니티를 벤치마킹하는 대기업들도 생겨나더군요. 하지만 저희와 같은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곳은 아직 없다고 봅니다. 사실 어느 정도 이용자를 확보하기까지 과정이 쉽지 않거든요(웃음). 적잖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니까요. 사실 한편으로 저희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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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도 이전까지 몰랐던 사람을 여행 동행자로 선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트립소다는 ‘트립카드’라는 기능을 통해 커뮤니티 이용자들에게 동행자의 정보를 공유하는 방법으로 신뢰도를 높였다. 트립소다를 이용하는 여행자는 자신의 여행 프로필을 입력해 트립카드를 만들어야 한다. 트립카드는 이용자의 과거 여행 이력은 물론 ‘안심인증 뱃지’를 통함 신원 검증과 함께 2030세대에서 유행하는 MBTI 결과, 해당 이용자와 함께한 동행자의 후기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조 대표는 “트립카드를 제대로 꾸몄는지 여부에 따라 동행 매칭률이 달라진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이용자들이 동행을 찾을 때 재미있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어요. 이용자의 프로필과 트래블 로그 기반으로 전 세계 어디든 함께할 동행을 찾을 수 있는 거죠. 심지어 ‘이 사람은 어떤 음식을 먹는 것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구나’ ‘어떤 스타일의 여행을 선호하는구나’까지 알 수 있도록 다양한 요소들 넣었죠. 그러다 보니 이제는 많은 이용자들이 트립카드를 제대로 꾸미지 않은 사람들의 접근을 거부하는 조건을 걸기도 해요. 저희도 앱을 통해 좋은 동행을 찾으려면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프로필에 많이 넣을 것을 권하고 있죠.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도 계속 리뷰를 남기도록 하고 있어요. 마치 당근마켓과 같은 거죠(웃음). 그런 여행 이야기들이 저희 플랫폼에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몽골에서 시작해 키르키스스탄, 남미와 아프리카를 넘어 우주와 심해까지

동행 커뮤니티부터 시작해 어드벤처 커머스, 이후 종합여행사 허가를 얻어 자체상품을 기획하며 트립소다는 부정 이슈에 민감도가 높은 여행 업계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선보인 ‘미라클 몽골’이 크게 성공한 이후 지속적으로 중앙아시아 지역을 비롯해 이집트, 요르단 등 세계 각국 여행지 별 브랜드 상품도 기획해 선보이고 있다. 조 대표는 “올해 안에 남미와 아프리카 지역까지 상품을 선보이며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어드벤처 여행으로 방향을 정하고 난 이후 리서치를 많이 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낯선 개념이긴 합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연매출 수백억원을 기록하는 어드벤처 전문 여행사들이 있어요. 추세로 봤을 때 한국은 아직까지 미식 여행이 대세지만, 향후 어드벤처 여행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저희 트립소다는 마음에 맞는 동행을 찾아 더 재미있으면서도 저렴하게, 세상에 없던 낯선 경험을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하려 합니다.”

그러면서도 조 대표는 “메인 타겟을 뾰족하게 정하다 보니 2030세대에 집중한 것”이라며 “중·장년 이용자들도 커뮤니티에서 동행 풀을 모아 떠나는 비율이 적지 않다”고 귀뜸했다. 그 말을 들으니 왠지 모르게 느껴졌던 서운함이 확 사라진다. 조 대표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알고 보니 트립소다는 단지 여행 전 동행을 찾는 것을 넘어 실시간 여행자 커뮤니케이션 기능까지 제공하고 있다. 피드 기능을 제공해 전 세계 어디든 여행자들끼리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현지 여행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또 여행 과정에서 문득 잠깐의 동행이 필요할 때 내 주변에서 실시간으로 찾을 수도 있다. 이를테면, 여행 이야기를 하며 가볍게 맥주 한잔을 함께할 친구가 필요해지는 순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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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같은 경우도 저희 트래픽이 굉장히 많은 지역 중 하나인데, 간단하게 함께할 동행을 필요할 때 찾을 수 있는 기능에 대한 요구가 많았어요. 가볍게 1~2시간 정도 함께할 동행을 커뮤니티에 올려 찾는 건 번거로우니 지도를 적용해 내 주위에서 수 km 이내에 있는 사람들을 보여주고 이들이 지도 기반으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게 해주면 되겠다 싶었죠. 그래서 선보인 것이 ‘트립소다 라이브’예요. 주변에 여행자가 지도에 뜨고 프로필을 확인할 수 있고 바로 채팅까지 연동돼 만남의 장소까지 설정할 수 있게 했죠. 이 기능을 활용해 보시면 동행 문화에 아직 익숙지 않은 분들도 편하게 경험해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이렇듯 커뮤니티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또 라이브 기능 활용도가 높아질수록 쌓이는 것은 데이터다. 트립소다는 이 데이터를 AI를 통해 분석하고 여행 트렌드를 예측하는 팁스 과제도 수행 중이다. 향후에는 데이터 기반 여행 상품을 기획을 필요로 하는 여행사를 대상으로 한 B2B SaaS(기업 대상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모델도 염두하고 있다. 인터뷰 말미, 조 대표는 “트립소다의 데이터에 다른 외부 데이터가 더해진다면 더욱 고도화된 예측이 가능할 것”이라며 마음 속에 품은 또 다른 꿈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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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각국을 비롯해 우리나라에도 아직 알려지지 않은 모험 여행지가 많아요. 올해는 모험 여행 분야에 국내 1위를 달성하고 내년부터는 해외 진출을 통해 ‘글로벌 모험 여행 서비스’ ‘어드벤처 커머스 플랫폼’ 되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머지않은 미래에 우주와 심해까지 여행할 수 있는 동행 모험여행 상품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예요.”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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