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트럼프 경제참모' 스티븐 미란…기축통화 지위 유지하며 경상수지 적자 줄이려면, 동맹 부담 확대 주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방미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중 “중국 이외의 다른 나라들과는 즉시 상호 관세에 대한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는 것은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상수지 적자를 보존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달러화의 국제 유동성을 유지하기 위해 만성적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감내해야 하는데, 방위비 분담금이 늘어나면 이전수지가 개선돼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강달러'가 미국의 수출 경쟁력을 낮추고, 궁극적으로 제조업 경쟁력 저하와 무기·군함 등 제조역량 부족에 따른 국가안보 약화 등을 초래한다고 인식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방위비 증액 압박에 나선 것은 강달러 상황에서도 미국의 경상수지와 재정수지를 개선하고, 경제·안보적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통화 직후 SNS(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우리는 그들(한국)의 막대하고 지속 불가능한 흑자, 관세, 조선업, 대규모 미국 LNG(액화천연가스) 구매에 대한 알래스카 합작 투자, 그리고 우리가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 보호에 대한 지불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군사 보호는 주한미군 주둔에 관한 방위비를 가리킨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해 10월 우리 정부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체결한 제12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을 재협상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가 간 협정은 한 국가의 주권 사항으로 간주해 이론적으로 대통령의 뜻에 따라 파기가 가능하다.
당시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 주둔에 관한 우리 측 내년 분담금을 1조5192억원으로 합의했다. 2027년부턴 원금에 매년 전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2% 전망)을 더해 납부하기로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방위비 증액을 시사하면서 우리 측에 대한 분담금 인상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유세 때 우리나라를 향해 '머니 머신'(현금 인출기)이라고 부르며 연간 방위비를 100억달러(약 14조8000억원) 이상 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 / 로이터=뉴스1 |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각국에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한 것처럼 동맹 등에 방위비 인상도 일방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은 지난해 11월 허드슨베이캐피털 재직 시절 '글로벌 무역시스템 재편을 위한 사용자 안내서'라는 보고서를 통해 구조적 강달러를 해소하면서도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동맹국과 비용을 분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미란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인물로, 피터 나바로 미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선임고문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 경제참모로 평가된다.
그는 해당 보고서에서 강달러가 지속될 경우 미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그 여파로 제조업 공장이 문을 닫고 지역 사회가 황폐화된다고 했다. 제조업 경쟁력 약화는 무기와 방산 시스템을 생산할 공급망 부재로 이어지며 국가 안보에도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미란 의장은 해당 보고서에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무역정책과 안보정책을 더욱 긴밀히 연계하고, 준비자산 공급과 안보보장(security umbrella)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동맹에 부담을 분담할 가능성이 높다"며 "무역 정책과 방위비 부담을 연결해 동맹국들이 더 많은 책임을 지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무역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해 미국에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통해 무역 뿐 아니라 안보 측면에서도 동맹국들의 부담을 늘리고 미국의 글로벌 방위 의무를 줄이는 효과를 노릴 것"이라고 했다.
미란 의장은 관련 대책 가운데 하나로 미국의 안보보장을 공공재 등으로 간주하고, 이를 대가로 동맹과 안보 파트너 등에 미국채(100년 만기 국채)를 구매하도록 하는 안을 제안했다. 그의 분석을 종합해보면 트럼프 2기는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는 거래와 함께 방위비 증액을 대폭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또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 뿐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공동 대응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트럼프 2기와 미국이 필요로 하는 조선업 등 제조업 역량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양국 간 무역수지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미국산 LNG 수입 등에 나설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은 지난해 11월 허드슨베이캐피털 재직 시절 '글로벌 무역시스템 재편을 위한 사용자 안내서'라는 보고서 31페이지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동맹에 부담을 더 늘리길 바랄 것이라고 전망한 내용. / 사진=허드슨베이캐피털 |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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