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취재진을 향해 세계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 일시 중단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하며 악수하고 있다. AP 뉴시스 |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효를 코앞에 두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설득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국가들이 있는가 하면 강력한 보복 관세로 맞대응에 나선 곳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방미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협상을 위해 관세 부과를 일시 중단하는 방안에 대해서 열려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는 그것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는 “우리는 통상 분야에서 판을 다시 짤 기회가 있다”면서 “우리를 이용했던 많은 국가는 이제 ‘제발 협상해달라’(please, negotiate)고 한다. 그들은 심하게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많은 나라가 우리와 협상하기 위해 오고 있다”면서 “그것은 공정한 계약이 될 것이며 많은 경우에 그들은 상당한 관세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많은 국가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거나 무역 대표단을 미국에 보내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에 파견해 대미 협상을 벌인다. 정 본부장은 9일부터 이틀간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미국 정부 주요 인사를 면담한다. 우리 정부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등을 협상 카드로 활용해 품목별 관세와 상호관세 조치에 대한 유예 또는 인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정 본부장은 8일 오전 미국으로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상호관세를 비롯한 여러 가지 관세 조치에 대해 미 상무부와 USTR을 만나서 협의하고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오겠다”고 밝혔다.
아시아 각국도 트럼프 달래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베트남은 대미 관세를 0으로 낮추겠다며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냈다. 파키스탄도 풍부한 광물자원을 협상 카드로 내걸고 미국에 대표단을 파견해 관세 협상 방안을 모색한다. 관세율 32%인 인도네시아 또한 미국과의 협상을 예고했다.
유럽연합(EU)은 미국에 협상을 제안하면서도 응하지 않으면 대응 조치에 들어갈 수 있다고 압박했다. EU 27개국은 이날 무역장관 회의에서 미국과 협상이 우선이라는데 뜻을 모았다. 그러나 EU의 이익을 보호하는 수단을 마련해 두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미국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우리도 우리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대응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협상 결렬 시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보복을 시사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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