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지역 대형 산불 당시 마을 방송도, 재난 문자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농촌 지역 주민들, 특히 고령자들은 대피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마을 이장들이 나서 노약자들부터 대피시킨 덕분에 더 큰 인명 참사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김서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사방으로 거센 화염이 마을을 삼키고 있습니다.
호스로 물을 뿌려 보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황급히 차에 오르자 불티가 마치 장대비처럼 떨어집니다.
"오, 하느님."
영양군 답곡2리 이장 이상학 씨는 딸과 이웃 할머니를 태우고 마을을 급하게 탈출했습니다.
"태워, 태워, 태워. <할머니 이쪽으로 오세요.> 불났어요? <불났어요.>"
두 사람을 대피소로 피신시킨 이장은 다시 차를 마을 방향으로 돌렸습니다.
거동이 불편해 집에서 나오지조차 못하는 어르신들이 마을에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상학/영양군 석보면 답곡2리 이장]
"어르신들은 문자를 잘 확인을 못 하셔요. 방송이 해도 안 되는 게 뭐냐면 통신이 막 불에 타버리니까."
이장은 불길 속에서 동네 어르신을 들쳐 업고 필사적으로 뛰어야 했습니다.
[이상학/영양군 석보면 답곡2리 이장]
"뒤로 업어서 '업히라고'… 억지로 업었어요. 불길은 막 얼굴 부딪히고."
불길이 영양 지역을 덮치기 몇 시간 전, 안동시 국곡리 이장 권세용 씨도 주민 대피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마을회관 CCTV에는 이장이 동네 어르신의 보따리를 대신 들고 주민들을 재촉하는 모습이 잡혔습니다.
[권세용/안동시 일직면 국곡리 이장]
"긴박한 상황이니까 주민 먼저 살려야 되겠다 싶어서 할머니들이 많으니까 급박하게 올라갔죠."
하지만 불이 꺼진 뒤 돌아온 마을은 초토화 상태였습니다.
주민 대피에 바빠 물도 못 틀어놓고 나간 이장네 집은 모조리 타버렸고, 농번기에 쓸 농기계도 형편없이 망가졌습니다.
[권세용/안동시 일직면 국곡리 이장]
"후회는 않습니다. 이장으로서 주민을 대피 다 시켰기 때문에 인명사고가 없었기 때문에 그래도 뿌듯하게 생각합니다."
[이상학/영양군 석보면 답곡2리]
"(대피 끝나고) 주저앉았어요. 주저앉아서 엉엉 울었습니다. 일단 뭐 우리 마을 주민분들이 우선이니까 마음이 놓이더라고요."
부지불식간 마을을 덮쳤던 재난.
대피문자도 방송도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주민을 구한 건 마을 공동체였습니다.
MBC뉴스 김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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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현 기자(ksh@andong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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