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개시한 ‘관세 전쟁’에 상대국들뿐 아니라 미국이 얼마나 버틸 수 있냐가 초반부터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금융시장이 웬만한 곳들보다 큰 충격을 받은 데다 여론의 반발도 만만찮기 때문에 미국의 ‘맷집’이 관세 전쟁의 장기화 여부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지목되는 것이다.
뉴욕 증시의 에스앤피(S&P)500지수는 지난 4일과 5일 이틀간 10% 넘게 폭락했고, 7일 아시아시장 선물 거래에서도 3% 이상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 등은 자국 금융시장의 이런 반응을 어느 정도는 감내해야 할 일인 것처럼 설명하지만 실제 충격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이런 충격파에도 불구하고 ‘임전무퇴’의 결의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융시장 파동에 대해 “문제를 해결하려면 때로는 약을 먹어야 한다”며 일시적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다. 그는 고율 관세 덕에 일자리와 투자가 활성화돼 미국이 “전에 없이 부유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는 해마다 중국에 수천억달러를 잃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중국과) 합의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이날 시비에스(CBS) 인터뷰에서 “연기는 없다”며 예고한 대로 9일부터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충격을 견딜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조 바이든 행정부 때부터 물가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주요 소비재를 공급하는 아시아 국가들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게 곧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아이폰16맥스는 중국에 부과된 추가 관세 34% 때문에 가격이 1599달러에서 2300달러(약 337만원)까지 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생산시설이 중국, 베트남(상호관세율 46%), 인도네시아(상호관세율 32%)에 집중된 나이키는 상호관세 발표 이튿날인 3일 주가가 14% 폭락했다. 나이키 주가는 4일에는 트럼프가 베트남 공산당의 또럼 서기장과 “매우 건설적인 통화”를 했다고 밝히자 3% 오르며 역시 관세의 영향력을 보여줬다.
앞의 3개국뿐 아니라 미국인이 싼값에 옷을 입게 만들어주는 캄보디아(49%)와 방글라데시(37%) 등도 고율 관세를 부과받았다. 이에 따라 미국이 수입하는 의류의 평균 관세율은 14.5%에서 30.6%로 뛰었다.
트럼프 대통령 쪽은 관세의 소비자 물가 영향이 없거나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입업자나 제조사가 가격 경쟁력 유지를 위해 가격 인상을 자제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알리안츠 리서치는 미국 수입품 3분의 2의 가격에 관세 부담이 전가될 것으로 예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간재·원자재 값 상승 부담을 떠안은 미국 업체들의 반발, 유럽연합(EU) 등의 공화당 우세 지역을 노린 보복관세, 부정적 여론 확대까지 고려하면 지금 같은 수준의 관세 전쟁을 오래 끌고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친공화당 성향 여론조사 업체 라스무센 조사에서 트럼프의 업무 수행 지지도는 4일 49%, 비지지도는 50%였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래 이 업체 조사에서 비지지도가 지지도를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본영 선임기자 ebon@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