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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민들이 그를 풍자한 풍선과 함께 행진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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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킨 ‘관세 전쟁’의 확전 여부와 범위가 주목되는 가운데 상대국들이 보복관세나 대화 모색 등 다양한 대응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눈에는 눈 이에는 이’
34% 추가 관세를 부과받은 중국 정부는 4일 똑같은 보복관세를 10일부터 미국 상품에 부과하겠다며 ‘눈에는 눈’ 기조로 맞서고 있다. 또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대미 수출 통제도 확대한다고 했다. 트럼프가 2일 상호관세 부과 대상이라고 발표한 57개국 중 첫 맞대응이다. 미국과 중국의 양국 간 관세율은 상호관세와 그 이전에 부과한 관세를 합하면 대략 50%대에 형성돼 있다.
EU, 칼집에 칼은 넣어두고…강·온 기조 엇갈려
확전 여부와 관련해 중국 다음으로 관심의 대상인 유럽연합(EU)은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즉각적 대응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20% 관세를 부과받은 유럽연합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트럼프의 발표 직후 “우리 회원국들 중 하나와 맞서려 하면 우리 모두와 맞서야 한다”며 “단호한 대응”을 천명했다. 그러면서도 “대결이 아니라 대화로 가자”며 일단 협상하자는 뜻을 밝혔다. 27개 유럽연합 회원국들 중에서도 이탈리아는 “무역 전쟁은 막자”(조르자 멜로니 총리)며 유화적인 반면, 프랑스는 정부 대변인이 “무역 전쟁에 대비돼 있다”고 밝히는 등 강·온 기조가 섞인 모습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과의 문제가 명확해질 때까지” 유럽 기업들의 대미 투자 유보를 주장했다. 유럽연합이 가담한다면 세계 1~3위권 경제가 모두 관세 전쟁에 빠져 더 큰 파장이 불가피하다.
스위스, 미국 전투기까지 사줬는데…
유럽연합 밖 유럽 국가들 중에는 관세율에 따라 다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상호관세를 부과받지 않은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10%라는 ‘최저’ 관세율을 적용받은 영국은 키어 스타머 총리가 자국 이익 보호를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말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반면 31% 관세율을 맞은 스위스는 ‘날벼락’이라는 반응이다. 스위스는 대미 공산품 관세가 전무한 데다 미국보다 평균 관세율이 낮다. 카린 켈러수터 대통령은 “미국은 스위스가 이해할 수 없는 스스로의 계산법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스위스는 최근 미국산 전투기를 대량 구매한 터라 유럽연합이나 영국보도다 더 높은 관세율이 부과된 데 당혹해 하는 중이다.
아시아는 일단 저자세 모드
미국시장 의존도가 높거나 미국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을 꺼리는 아시아 국가들은 저자세를 취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일 “관세 조치 현실화에 유감”을 표하고 “대미 협상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맞대응하지는 않고 상호관세 경감을 미국에 요청하겠다는 뜻이다. 일본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매우 유감”이라거나 “상호관세 재검토를 강력히 요구”하겠다며 좀 더 선명한 반감을 표현했으나 역시 보복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심한 46%의 상호관세를 부과받아 충격에 빠진 베트남도 보복보다는 관세율 낮추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4일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자신과 “매우 건설적인 통화”를 하면서 “미국과 협정을 맺을 수 있다면 자신들의 관세를 0으로 낮추고 싶다고 내게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각국은 트럼프가 불공정 무역 관행이 문제라면서도 관세율은 각국의 대미 수출액 대비 무역흑자 비율로 산정했다는 점에서 그를 어떻게 설득할지 고심하고 있다. 대미 관세율이 0%에 가까운 한국이나 스위스 같은 나라도 고율 관세를 부과받는 상황이라면 트럼프를 만족시킬 카드를 준비하기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본영 선임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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