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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 다음은 또 어디?..'퇴로' 없는 보험사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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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손해보험 구조조정 일지/그래픽=김지영


MG손해보험이 손해보험사 상위 5개사로 계약이전을 통해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 차례 매각이 불발되자 금융당국 주도로 사실상 '계약 떠넘기기'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해외처럼 계약이전을 전문으로 하는 '런-오프(Run-of) 전문 보험사' 설립 등 다양한 구조조정 방식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MG손보를 금융산업구조개선법에 따라 '강제 계약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계약이전은 부실 전 단계에서 보험업법상의 '임의 이전'과 부실화 이후 금산법상 '강제 이전'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강제 이전 방식을 택하면 124만명에 달하는 MG손보 계약자의 동의 없이 금융위가 정한 보험사로 계약 이전을 할 수 있다. 다만 계약을 이전 받는 보험사의 이사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

메리츠화재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함에 따라 당초에는 MG손보의 청·파산 가능성이 점쳐졌다. 하지만 손보업의 경우 계약자 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상 문제도 걸려 있어 제3자 피해까지 우려된다. 보험사가 파산할 경우 보험업계 전체 타격도 불가피해 결국 계약이전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MG손보 계약 중 90% 이상이 5개 보험사로 이전되면 예금보험공사는 예보기금에서 최소 5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부채(계약)과 함께 넘겨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부채 대비 자산 부족분 만큼을 예보가 채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보험계약을, 현금 얼마를 주고 넘길 것이냐를 두고 예보와 보험사들간의 '줄다리기'가 벌어질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계약을 넘겨 받기 위한 전산 시스템 구축, 인력 동원 등의 행정 비용이 엄청 들 수 밖에 없다"며 "계약이전 메리트는 별로 없지만 계약이전을 추진하는 당국의 요구에 결국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계약 이전을 위해선 회사당 20여명의 인력이 6개월 이상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본다.



강화되는 자본규제로 보험 매물 쌓이는데, '퇴출' 제도화 필요.."런-오프 보험사 검토해야"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나온다. MG손보가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것은 지난 2018년으로 이미 7년 전이다.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지도 3년 흘렀다. 부실화된 지 수년이 지났는데도 '강제 계약이전' 외에는 별다른 정리 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예보는 지난 2019년 '보험회사 정리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했지만 결과물은 공개되지 않고 제도화된 사례도 없다.


독일 등 해외 주요국처럼 국내에도 '런-오프 보험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부실화 되기 전이라도 연금보험이나 고금리 계약, 변액보험 등 일부 계약을 '런-오프 보험사'에 넘기는 방식이다. 이 전문회사는 이전 받은 계약만 관리하기 때문에 상품개발·판매에 따르는 별도 규제나 부담은 지지 않고, 자산운용 수익을 통해 이익을 낸다.

업계 관계자는 "MG손보처럼 3~4차례 매각 실패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런오프로 넘겨 버리면 부실이 확대되지 않으면서 새로운 구조조정 모형을 만들 수 있다"며 "런오프 플랫폼을 통해 사전적으로 부실을 정리할 수 있도록 당국이 나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보험개혁회의에서 보험업법상 '임의 이전'의 조건 완화는 검토하기로 했다. 현행 법에서는 부실화된 계약에 대해서만 책임준비금 산출 방식이 동일한 계약단위로만 계약이전을 할 수 있으나 향후에는 경영상의 판단에 따라 이전할 수 있는 계약 단위를 채널별로 세분화한다. 이렇게 되면 계약 이전이 활발해져 부실 정리가 수월해 질 수 있다.


현재 보험업계에선 MG손보 뿐 아니라 롯데손해보험, 카디프생명, AXA손보 등 매물이 쌓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기본자본 비율 도입 등 자본규제 강화를 예고함에 따라 추가적으로 부실 보험사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만큼 '퇴출' 방안이 제도적으로 안착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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