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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끼리 행복했는데…내 눈앞 엄마 죽인 아빠, 감형해주지 마세요"[뉴스속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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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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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6일 이혼 소송으로 별거 중인 아내를 찾아가 딸 앞에서 잔인하게 살해한 남성 A씨(당시 48세)가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19년 4월 6일. 이혼 소송으로 별거 중인 아내를 찾아가 딸 앞에서 잔인하게 살해한 남성 A씨(당시 48세)가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평소 가정폭력을 일삼았던 A씨는 아내가 딸들을 데리고 집에서 나간 뒤 이혼과 재산분할 소송을 제기하자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결국 A씨는 아내를 찾아내 이웃들과 딸 앞에서 흉기로 마구 찔러 살해했다. 그날은 딸의 생일이었다.


생일 맞은 딸 앞에서 아내 살해…도주했다 자수

A씨는 결혼생활 내내 아내와 딸들에게 상습적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참다못한 아내는 2017년 세 딸을 데리고 집을 나간 뒤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아내가 재산분할 소송도 제기하자 살해를 결심했다. 하지만 아내가 사는 집을 알지 못했던 그는 2018년 7월 13일 하교하는 딸을 뒤따라갔다.


결국 A씨는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있는 아내의 집을 찾아냈고, 근처에서 아내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당시 A씨는 저녁에 집에 있던 아내가 밖으로 나오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머리채를 잡아당겨 미리 준비한 흉기로 찌르기 시작했다.

잔혹했던 A씨 범행은 동네 주민들과 딸 앞에서 이뤄졌다. 복부 등을 30회 넘게 찔린 아내는 신고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과다출혈로 끝내 숨졌다. 그날은 중학교 2학년이던 큰딸의 생일이었다.

범행 이후 도주했던 A씨는 다음 날 경찰에 자수했다. A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아내가 희귀성 난치 질환을 앓는 나를 두고 딸들과 집을 나간 뒤 딸들을 만나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눈앞에서 엄마 해친 아빠, 감형해주지 마세요"… 징역 25년 확정

그러나 딸의 입장은 달랐다. 사건 현장에서 범행을 목격했다는 큰딸은 아버지에게 엄벌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딸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어릴 때부터 아빠가 매일 술 마시고 엄마 때리는 모습을 자주 봤다. 그래서 엄마에게 이혼을 권했다"며 "아빠 없는 네 식구 생활은 비좁은 월세방이었지만 아주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아빠는 제게 소중하고 필요한 엄마를 끔찍하게도 제 생일에, 제 눈앞에서 해쳤다"며 "심신미약으로 벌이 줄지 않길 바란다. 떠난 엄마와 남은 가족들의 고통만큼 벌 받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A씨가 경찰에 '아내가 딸들을 만나지 못하게 했다'고 진술한 것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 엄마는 절대 친가족을 만나지 말라고 강요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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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A씨와 피해자의 큰딸이 올렸던 국민청원./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검찰은 징역 26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범행 한 달 전부터 피해자를 살해할 계획을 하고, 집 밖으로 나오길 기다렸다"며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범행한 점 등 잔혹성을 고려하면 용서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질환으로 인지기능이 떨어져 범행 당시 사물 변별력이나 의사 결정력이 없는 심신미약 상태였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A씨가 진단받았던 척수소뇌성 운동실조증(SCA)은 인체 내 운동을 총괄하는 소뇌 기능이 손상되면서 근육 위축, 강직 증상, 시력 감퇴, 말초신경병증 등 증상을 보이다가 결국 사망하는 퇴행성 신경계 질환이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도움을 요청하는 피해자를 망설임 없이 살해했다. 지병으로 치료받아온 사실은 인정되나 범행 당시 질환으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무자비하고 잔혹하다. 피해자는 사망하는 순간까지 극심한 공포와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범행 동기를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등 책임을 경감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 자녀들은 한순간에 어머니를 잃어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평생 슬픔과 고통을 안고 고아로 살아가야 한다"며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같은 해 6월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징역 25년형을 확정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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