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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장수 비결은 ‘성관계’ [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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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고발사주 의혹' 손준성 무죄 확정
한겨레

일러스트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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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만 해도 ‘80살 보장’이라는 문구는 보험상품의 표준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100세 시대’라는 말이 일상화되면서 90살에도 가입 가능한 보험이 있고, 100살까지 보장하는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간 수명이 길어져 여성의 경우 평균 수명이 90살이 넘은 것은 사실이고 지금보다 더 오래 살 것이라는 기대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긴긴 인생을 어떻게 준비하고 살아야 할까?



중요한 질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단지 오래 사는 것으로 충분한가?”



현대의 장수는 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병든 채 오래 사는 삶은 개인에게도, 사회에도 부담이 되기 쉽다. 특히 치매는 장수 사회에서 가장 두려운 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기억력 상실, 자율성 붕괴, 타인의 돌봄에 대한 절대적 의존은 인간다운 삶을 위협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치매를 비롯한 노년기 건강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신체 활동, 인지 활동, 사회 활동의 세 가지 영역을 강조한다. 규칙적인 운동, 지속적인 뇌 자극,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 유지가 핵심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 활동을 자연스럽게 통합할 수 있는 행위가 있다. 바로 ‘성생활’이다.



성에 대해 말하는 것이 조심스러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섹스’를 언급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그러나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는 이 행위가 결코 사소하지 않음을 말해준다. 규칙적인 성생활은 심혈관 건강을 증진하며, ‘옥시토신’ 같은 호르몬 분비를 통해 정서적 안정과 유대감을 높인다. 또한 파트너와의 소통, 애정 표현, 감정 조절, 상호 배려 등의 과정은 고차원적 인지 활동이자 사회적 교류이기도 하다.



문제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성생활을 자연스럽게 중단하거나,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심지어 주변의 시선이나 사회적 편견 때문에 성적 욕구 자체를 ‘부적절한 것’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 이는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서적 고립, 자존감 저하 등 다양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섹스는 젊은 세대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얼마 전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늙어도 섹스를 하느냐고 질문하는 것을 본 적 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는 그 순간까지 성적인 존재이고 성인이라면 누구나 건강하고 안전한 섹스를 누려도 좋다. 삶을 더 건강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일상의 일부로 섹스가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포기해야 하는 영역이 아니라, 오히려 더 풍요롭고 인간적인 노년을 위한 중요한 자원으로 인식돼야 한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단지 수명을 연장하는 것을 넘어, 그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성(性)은 그 삶의 질을 지탱해주는 하나의 축이며, 이제는 더 이상 회피하거나 은폐할 문제가 아니다. 급속한 고령화 사회로 가는 것을 걱정만 하지 말고 노년기의 참 괜찮은 삶에 대한 준비를 시작할 때다. 공적인 담론 속에서 성에 대한 건강한 이해와 접근이 필요하다. 노년의 성은 부끄러움이 아닌 존엄의 일부이며,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 모두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삶의 문제다. 그렇지 않다면 100세 인생의 약 절반을 삶의 비타민인 섹스 없는 삶으로 낭비해버릴 수 있다.



임의현 다솜심리건강연구소 소장(대한성학회 부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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